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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연중 특별기획 '유러피언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독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했는가'를 27회에 걸쳐 심층보도한 데 이어 '스위스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 나의 한 표는 알프스보다 아름답다'를 현지에서 연재한다. [편집자말]
글 : 박정호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스위스편> 특별취재팀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州, Cantons)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펠른(Christian Wasserfallen, 29) 의원에게는 금배지도, 보좌관도 없다.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명함에도 의원 전화번호, 이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만 있을 뿐이다.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팰른 의원에게는 금배지도, 보좌관도 없다.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명함에도 의원 전화번호, 이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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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나라다. 스위스의 모든 시민은 의원이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지난 2일 스위스 글라루스의 주민총회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는 직접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주민들은 비바람 속 5시간 릴레이 투표로 모든 시민이 의원이라는 명제를 증명해 냈다. 22개의 총회 안건에 대해 발언하고 투표하는 4000명의 시민들이 바로 의원이고 정치인이었다.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모든 시민이 의원인 스위스 26개 주(州, Cantons) 상하원 246명의 연방의원들은 정작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듯이 직접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스위스의 의원들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비 내리는 4일 아침 스위스 베른 연방의회 바로 앞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소박한 카페에서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팰른(29)을 만났다. 와서팰른 의원이 연방의원들 중 두 번째로 어린 의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전에 사진을 보지 않고 약속장소로 나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홀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는 노타이 재킷 차림의 젊은이가 '의원님'일 줄이야.

"의원직은 '파트타임 잡', 비서는 없어요"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州, Cantons)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펠른(Christian Wasserfallen, 29) 의원에게는 금배지도, 보좌관도 없다. 크리스천 의원이 가방에서 꺼내 펼친 노트에는 현안 관련 메모와 일정, 의정자료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크리스천 의원이 가방에서 꺼내 펼친 노트에는 현안 관련 메모와 일정, 의정자료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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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부터 베른 주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와서팰른 의원에게는 금배지가 없었다. 단지 의원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 다닐 뿐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의정활동이 '파트타임 잡'이라는 것. 그는 시간의 60~70% 정도만 의정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원래 직업인 엔지니어로 돌아갔다.

와서팰른 의원은 파트타임 의정활동을 중요하게 여겼다. 의정활동에 매몰되지 않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이 바라고 생각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의원들은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연방의회 1년 회기는 3주씩 4차례. 와서팰른 의원의 경우 회기에는 의정활동에 집중을 하지만, 회기가 없을 때는 의정활동과 엔지니어 일에 반반씩 시간을 쓴다고 했다.

와서팰른 의원은 "연방의원의 10%도 채 안 되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풀타입 잡'으로 할 뿐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다"며 "의정활동은 직업이 아닌 봉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州, Cantons)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펠른(Christian Wasserfallen, 29) 의원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나 연방의회 건물로 안내하고 있다.
 스위스 베른 주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천 와서팰른 의원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나 연방의회 건물로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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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라는 말에 단박에 '설마'라는 의심이 들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활동을 '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국회의원이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와서팰른 의원은 마치 우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의원직이 '봉사'라는 사실을 하나씩 보여줬다. 먼저 그는 자신의 가방을 우리 앞에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노트북과 노트 그리고 각종 자료가 들어 있었다. "일을 열심히 집중적으로 한다"면서 와서팰른 의원이 펼친 노트에는 정성스레 필기한 현안 관련 메모와 일정, 의정자료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모든 현안을 꿰고 있는 와서팰른 의원에게 파트타임 의정활동은 단순한 '봉사' 그 이상이었다.

"제겐 사무실도 비서도 없습니다. 지급되는 예산으로 비서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노트북과 노트가 있는데 굳이 비서까지 고용할 필요는 없죠. 사무실도 필요 없어요. 의원이 좋은 법을 만들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되도록 많은 시민들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스위스 의원은 어떤 대우와 특권을 누리고 있을까. 와서팰른 의원은 한 달 봉급으로 500만 원, 보좌관 고용비로 250만 원을 받으면서 각종 행사에 초대받고 자유롭게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국회의원은 봉급과 상여금을 포함해 월 평균 941만9000원을 수령한다. 차량·사무실 운영비 등은 물론 별도다.) 그게 전부였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봐도 큰 '특권'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들리지 않았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의원님'이라는 특권의식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모든 시민이 의원인 스위스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시민이기도 한 스위스 의원들. 특권 의식보다 봉사 의식이 더 크기 때문에 시민들의 처지에서 법을 만들고 의정활동을 펼치기 쉬울 것 같았다.

하늘이 보이는 화장실, 미술관 같은 의회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건물 로비에는 14세기 처음으로 연방을 구성한 3개 주(州, Cantons) 대표들의 석상과 26개 주의 상징 등이 자리잡고 있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건물 로비에는 14세기에 처음으로 연방을 구성한 3개 주 대표들의 석상과 26개 주의 상징물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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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한 지 40여 분이 흐른 다음에 와서팰른 의원이 연방의회 건물로 안내해 주겠다고 해서 따라가 봤다. 먼저 출입구에서 방문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경호원들이 반가운 목소리로 와서팰른 의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친근할 수가. 경호원들이 유니폼만 입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히 와서팰른 의원과 친구 사이인 줄 알았을 것이다. 시민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의원들의 특권도, 권위도 스위스에서는 너무나 생소했다.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 '한국 국회의원들도 경위들의 거수 경례만 받지 말고 친근한 인사를 나누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 잠겨 있는데 경호원이 불쑥 방문증을 내민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건물 로비에는 14세기 처음으로 연방을 구성한 3개 주(州, Cantons) 대표들의 석상과 26개 주의 상징 등이 자리잡고 있다. 1978년 뒤늦게 연방에 가입한 주라 주(州, Cantons)는 커다란 원 안에 함께하지 못한 채 오른쪽 상단 별도의 심볼로 끼워져있는 점이 재밌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건물 로비 천정에는 26개 주의 상징물이 자리하고 있다. 1978년 뒤늦게 연방에 가입한 주라(JURA) 주는 커다란 원 안에 함께하지 못하고 오른쪽 상단 별도의 심볼로 끼워져있는 점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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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팰른 의원이 직접 건물 곳곳을 보여주며 각각의 의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로비에서 시작해 하원 본회의장, 각종 회의실과 화장실까지.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의회 투어 가이드'를 추가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 여기 서서 천장을 바라보세요. 26개 주를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이쪽 방은 하원 의원들이 회의하는 곳이고요. 그리고 이 본회의장 뒷자리에서 각 주의 상원이 하원 회의를 지켜보는 겁니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본회의장은 산과 강, 하늘과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전원 풍경의 벽화가 걸려 있어, 우리 국회 본회의장 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훨씬 아늑한 느낌이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를 찾은 학생들은 본회의장을 둘러보고 의원석에 직접 앉아보기도 한다. 의회에서 법안처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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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의회 건물은 한국 국회의사당보다 작았지만, 더 아름다웠다. 아담한 미술관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로비에는 14세기에 처음으로 연방을 구성한 3개 주 대표들의 석상과 26개 주의 상징 등이 자리 잡고 있었고, 각각의 회의실은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었다. 전면에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담은 하원 본회의장의 모습은 권위적인 로고를 박아 놓은 우리 국회 본회의장과 달랐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본회의장은 산과 강, 하늘과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전원 풍경의 벽화가 걸려 있어, 권위적인 로고를 박아 놓은 우리 국회 본회의장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본회의장은 산과 강, 하늘과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전원 풍경의 벽화가 걸려 있어, 권위적인 로고를 박아 놓은 우리 국회 본회의장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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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지붕 바로 아래층에 있는 남자 화장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놀란 우리를 보고 와서팰른 의원은 "화장실처럼 스위스 의회는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며 활짝 웃었다.

"여비서가 커피 갖다 주는 거 부럽지 않아요"

이상했다. 의회 건물을 거의 다 돌아봤는데도 와서팰른 의원은 우리를 끝까지 자신의 의원실로 데려가주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의원실은 어디에 있어요?"
"의원실이요? 스위스 의회에는 의원실이 따로 없습니다."

의원실이 없다니. 의원들마다 방을 하나씩 나눠준 한국 국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 의원회관 뒤에 '제2 의원회관'도 짓고 있지 않나.

와서팰른 의원은 우리를 수십 개의 책상이 놓여 있는 기다란 방으로 데려가더니 "이곳이 의원들의 공동 사무실"이라고 했다. 방에는 깔끔한 책상과 의자, 의정상황 등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가 전부다. 그렇다고 여직원이 의원들을 위해 커피나 차를 가져다 주며 수발을 드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州, Cantons)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천 와서펠른(Christian Wasserfallen, 29) 의원은 별도의 의원 사무실도 없다. 동료 의원들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간단한 사무공간만 있을 뿐이다.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천 와서팰른 의원에겐 별도의 의원 사무실도 없다. 동료 의원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공간의 책상 위엔 의정상황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라디오와 이어폰만 비치되어 있을 뿐이다. 크리스천 의원은 그래서 노트북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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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극과 극'이다. 이번에 한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위해 보좌관을 한 명 더 고용할 수 있는 법까지 통과시켰는데... 몇 달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와서팰른 의원에게 스위스와 한국이 너무 다르지 않냐고 물어봤다.

"스위스와는 달랐죠. 한국 국회의원을 만나니까 젊은 여비서가 차도 가져다 주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더라고요. 하지만, 부럽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이대로 충분히 일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연방의회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시장이 열린 의회 앞 거리에는 여전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와서팰른 의원은 여전히 혼자였다. 누구도 비를 맞고 서 있는 '의원님'에게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지 않았다. 하지만, 특권보다 봉사를 좇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서팰른 의원은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2007년부터 스위스 베른 주(州, Cantons)의 한 지역을 대표해 하원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유민주당(FDP) 소속 연방의원 크리스천 와서펠른(Christian Wasserfallen, 29) 의원에게는 금배지도, 보좌관도 없다. 본회의장에서 찬반 표시를 할 땐 자리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처리한다.
 연방의회 본회의장으로 오마이뉴스 취재진을 직접 안내한 크리스천 의원이 실제 의석에 앉아, 책상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찬반 표결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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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스위스편' 특별취재팀 : 오연호 대표기자(팀장), 안성호(편집자문위원, 대전대 교수), 윤석준(기획위원), 남소연 기자(사진), 박정호 기자(동영상), 앤드류 그루엔(Andrew Gruen, 영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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