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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지역 커피파티가 열린 로스 스트리트 카페
 신시내티지역 커피파티가 열린 로스 스트리트 카페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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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열린 커피파티 발대식

지난 13일 토요일 낮 12시(현지시각) 미국 전역의 커피숍 390여곳에서 커피파티가 열렸다. 1월말에 시작한 넷뿌리와 풀뿌리를 연계한 진보 커피파티운동의 오프라인 발대식이 전국 동시다발로 이루어진 것이다.

커피파티 모임은 한인 2세 애너벨 박(41, 박수현)씨의 페이스북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을 양분시키는 티파티운동이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애너벨 박씨는 지난 1월 자신의 인터넷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커피파티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친구들이 화답해오면서 "커피파티 운동에 동참하자"라는 웹사이트를 열게 되었다.


* 커피파티 운동에 동참을 호소하는 애너벨 박의 유튜브 동영상. 지난 6주간 커피파티 웹사이트는 17만3천 방문수와 60만 페이지 뷰를 기록했다.

커피파티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구성원들을 모으고, 전국 각지에 지부를 설립하면서 <워싱턴 포스트>, <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자 참여자수는 급격히 늘어 지난 2주일새 13만 9천여명이 되었다. 이는 규모면에서 10만여명을 회원으로 둔 보수 티파티운동을 압도한다.

"깨어 일어나자."
"정부가 우리를 제대로 대표하도록 만들자."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애너벨 박이 커피파티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주창한 모토다. 박씨는 9살에 부모를 따라 휴스톤으로 이민온 한인 2세로, 현재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다. 박씨는 2007년 미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활동을 했고, 2006년 버지니아 주 짐 웹 상원의원의 선거캠프와 2008년 오바마대통령 선거캠페인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적이 있는 사회활동가다.

커피파티 웹사이트 대문에 실린 그들의 운동 목표는 "커피파티 운동은 정부 내에 협력을 보고 싶어하는 미국민에게 목소리를 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적이 아니며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민이 직면한 도전을 이야기하기 위해 민주주의적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권자나 자원봉사자로서 우리는 긍정적인 해법을 내오는 지도자를 지지하며, 방해하는 사람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되어 있다.

티파티에 대항한 진보진영의 대안이라고?

커피파티는 그냥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다.

현재는 보수진영이 악의적인 선동을 일삼는 운동으로 전락한 티파티운동은 지난해 정부가 구제금융과 경제촉진정책을 펼치자 일단의 그룹이 보수적인 재정운용과 작은 정부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현재는 공화당이 보수가치를 전파하는 운동으로 변질되었는데, 원래 '티파티'라는 이름은 "영국국회에 대표없는 티세금은 거부한다"는 '보스톤 차사건'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영국이 티(tea)에 세금을 매기자 식민지였던 미국이 자신들의 대표 없는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티를 보스톤 앞바다에 빠뜨렸고, 이를 시작으로 1775년 미국 혁명 전쟁이 일어났다, 그 당시 운동을 주도했던 그룹은 티를 대신해서 커피를 나라음료로 정하자고 선언하기도 했단다. 

티파티와 유사하게 정부재정의 책임과 의회의 책임을 묻지만, "정부는 적이 아니며 집단의지의 장"임을 선언하는 커피파티는 "의회가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르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고, 국민들이 보스이니 일꾼인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일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 스트리트 카페에서 커피파티 회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로스 스트리트 카페에서 커피파티 회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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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벨 박씨는 지난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진영은 우리가 티파티에 대항해서만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지 두 진영이 있어서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지는 제로섬 정치게임을 하는 것은 집단적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건강한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의료개혁 논쟁에서 미국이 양분되어 있고, 서로 발목을 잡는 정치적 과정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고 밝혔다.

은퇴한 리차드 마이크 크로슨씨
 은퇴한 리차드 마이크 크로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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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에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참여자 모두에 글을 올릴 수 있게 하고 조직화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지원을 하면서, 커피파티운동은 넷뿌리와 풀뿌리 연계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3일 현재 운동에 참여할 것을 밝힌 구성원들이 사는 주는 이미 44개에 이르며, 350개 이상의 지역모임이 결성되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슈에 대해 토론한 후 '커피 & 이슈' 사인판을 만들어 그 곁에 선 후 사진을 찍어 모으는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고,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이는 작년 미주한인주부들이 동영상 제작에 썼던 방식이기도 하다.

"고장난 민주주의를 고치고 싶다"

13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 커피파티 출범모임은 임포리움 다운타운카페, 사이드윈더 커피와 차, 로스거리카페 세 군데에서 열렸다. 커피파티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커피파티 웹사이트로 들어가 지역의 우편번호를 클릭하면 모임이 열리는 곳의 정보를 얻게되며, 그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이메일 등록을 하면 모임에 대한 안내 이메일을 받을 수 있고 참석할 수 있다. 

주부, 대학생, 의사, 과학자, 은퇴경영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기 소개와 함께 왜 모임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 모임은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모임의 규칙과 그날의 의제를 공유한 후 작은 소그룹으로 쪼개져서 이슈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신시내티 대학생 돈 트라이코프씨
 신시내티 대학생 돈 트라이코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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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들을 커피파티에 오게 했는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임에 참석한 50대 주부 수잔씨는 "거짓말쟁이들에게 빼앗긴 의료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했고, 은퇴 금속노동자 마이크 크로슨씨는 "여러 곳에 살아봤는데 오하이오주만큼 보수색이 짙은 곳이 없었다. 나도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 공화당원이었지만 부시대통령은 최악이었기 때문에 지난 대선때 오바마대통령을 찍었다. 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30대 보건계에 종사하는 프랭크 캠피사노씨는 "민주주의 절차의 변화를 보고 싶다"고 했으며,  20대 신시내티 대학생 돈 트라이코프씨는 "고장난 민주주의 체계를 바로잡고 정직한 토론을 하고 싶다"며 "기업이익에만 얽매어 있는 의회로 하여금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고 싶어서 왔다"고 모임에 온 목적을 밝혔다.

한 60대 남성은 "지금 정치권은 정치적 견해를 바탕으로 해서 데이터를 끼워맞춘 후 정책을 집행한다. 가치를 바탕으로 한 정책집행이 되어야 한다. 올해 선거가 있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할 기회가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리도록 하고 싶다"고 했으며, 다른 60대 마크씨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모른다. 민주주의가 기업에 강탈당했다"고 했다. 의사인 쉐리 배런씨는 "친구들과 함께 세 군데 커피파티에 나눠 참석하고 있다. 이런 모임이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신시내티의 조직책임자는 레오 피어슨씨로 이날 기자가 찾은 모임의 책임자인 은진 크랜츠양과 윌 피어스씨와 이메일로 모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다음은 모임의 진행을 맡은 은진 크랜츠양과 윌 피어스씨와의 인터뷰다.

- 무엇이 오늘 모임의 목적인가.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은진: "시민들이 원하는 이슈를 토론하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살고 있다. 시민들은 각기 다른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윌: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룰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우선은 당파성에 관계없이 모여서 토론할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토론하고 싶은 이슈가 있는지. "커피 & 이슈"라는 사인판을 최종적으로 만들어 사진을 찍을 때, 이슈란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은진: "나는 오늘 사회를 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원하는 이슈를 밝히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무엇이 상식적인 것인지, 돈이나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리도록 하고 싶다."

윌: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그 이슈란에 쓰고 싶다."

-  자신에 대해 말해달라. 커피파티를 만든 애너벨 박씨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가.
은진: "2살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노쓰사이드에 살며 비정부기구에서 일한다. 애너벨 박과는 페이스북에서 친구사이다."

윌: "신시내티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에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어제 오하이오 커피파티 조직책인 리오 피어슨씨로부터 오늘 모임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오늘 사회를 보게 되었다. 애너벨 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모르지만 그녀가 커피파티를 처음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신시내티 커피파티 조직책 은진 크랜츠씨와 윌리엄 피어스씨.
 신시내티 커피파티 조직책 은진 크랜츠씨와 윌리엄 피어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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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파티로부터 이메일로 알려온 진행자를 위한 10가지 팁을 보면, 모임 참가자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1. 즐겨라
2. 체크리스트와 의제샘플을 이용해라. 
3. 커뮤니티를 만들자. 
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5. 커피파티의 중심은 대화다.
6. 대화가 겉돌지 않도록 하자
7. 말하도록 용기를 주자
8. 첫 모임이니 너무 많이 기대하지는 말자
9. 사람이 많다면 나누자
10. 권력은 국민에 있음을 주지시키자."

커피파티 스태프들이 밝힌 첫모임의 6가지 목적은 "함께 하기, 우리의 목소리를 듣도록 만들기, 팀 만들기,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해법에 협력하도록 국가적인 담론을 변화시키기, 다음 계획 짜기 등"이다.

또, 커피파티의 향후 계절별 계획에 따르면, 봄에는 '듣고 조직화하기, 국민의 목소리를 듣도록 만들기', 여름에 '워싱턴에서 행진을 통해 국민의 힘을 보여주기', 가을에는 '선출된 공직자들의 책임을 묻기', 겨울에는 '1년의 결과를 보고하고 다음 계획 짜기'로 되어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작은 커피숍에 모인 스무명의 사람들은 성숙한 시민의 자세로 민주주의를 논하고 이슈를 토론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풀뿌리들의 모습에서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미국을 본다.


태그:#커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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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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