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웨스트 프로그램의 구성
 웨스트 프로그램의 구성
ⓒ SBS 8시뉴스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 약칭 '웨스트 프로그램(WEST Program)'이 정부의 무책임과 관리 소홀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웨스트(Work, English Study and Travel) 프로그램'은 한국 대학 재학생 및 1년 이내 졸업생이 미국에서 최장 18개월간 체류하면서 5개월간 어학연수, 12개월간 인턴 취업, 1개월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이다. 2008년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 9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현재는 외교통상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 사업이 이관되어 운영 중이다.

1천만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 그게 '장점'이라고?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알려진 웨스트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의문이 많았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고액의 연수 비용. 당초 정부는 웨스트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 "5개월 동안의 어학연수 비용만 우선 부담하면 남은 기간의 체류 비용은 취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하지만 웨스트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참가비만 8300~850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항공료와 체류비 제외). 근 1천만 원에 달하는 액수로 현지 스폰서에 내는 어학연수 비용, 구직알선비용, 미 국무부에 내는 수수료가 해당된다. 이는 사설 유학원을 통하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여기에 1년 생활비 등을 합치면 최대 2만 7000달러(3300여만 원)가 든다고 알려졌다.

5개월 어학 연수를 끝낸 후 바로 취업이 되느냐도 문제다. 지난 2009년 3월 말 출국한 웨스트 프로그램 1기생 가운데 일찍 연수를 마친 46명 중 8월 말까지 유급 인턴에 채용된 인원은 31명(72%)이고, 그나마도 한국계 기업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았다. 이 외에도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7명) 1명은 중도 귀국했다. 2명은 어학연수를 마치고도 두 달이 넘도록 구직중인 상태(2009년 8월말 현재). 이는 현지 일자리를 확보한 후 출국하는 게 아니라 우선 출국 후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구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미국의 청년들도 취업이 어려운데 영어도 능숙치 않은 한국인을 데려다 쓸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초 2009년 상반기 300명, 하반기에는 1000명으로 계획됐던 목표 인원은 총 550명으로 대폭 줄었다. 1·2기 최종 선발 인원은 540명이었는데 이중 참가를 취소한 학생들이 200여 명에 달해 실제 출국 인원은 1기 182명(2009년 3월), 2기 158명(2009년 8~9월)에 그쳤다. 애초 교과부는 점차 인원을 늘려 연간 5천 명까지 파견한다는 계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무책임과 무배려

웨스트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인턴지원단 누리집
 웨스트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인턴지원단 누리집
ⓒ 화면 캡쳐

관련사진보기


3월 말 출국을 앞둔 웨스트 프로그램 3기 참가자 K씨는 "차라리 믿을 수 있는 사설 기관을 통해 인턴십을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렴하다고 할 순 없지만 5백~6백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면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인턴십을 할 수 있기 때문. K씨는 "어학연수보다는 인턴십에 관심이 많은데 웨스트 프로그램에서는 어학연수 과정이 필수이고 무엇보다도 인턴 취업 보장이 안 된다"며 출국을 앞두고 걱정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K씨가 웨스트 프로그램을 택한 건 일인당 200만~1000만원씩 약속된 정부재정지원금과 별도의 왕복항공료 지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K씨는 "정부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집 당시에는 왕복항공료 100% 지급과 별도로 정부재정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선발 후에는 정부재정지원금에 항공료가 포함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K씨는 "정부는 1인당 200만~1000만 원씩 할당된 재정지원금에 항공료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3기 지원자들 대부분은 그 지원금과 항공료는 별도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경우 유류할증료와 택스를 포함하면 항공료에도 모자란 액수.

정부재정 지원금마저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K씨는 그나마 항공료 포함 5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300만원도 안 되거나 항공료 약 200만원 정도만 지원 받은 사람도 있다. 왜 사람마다 지원 액수가 다른지 지원자들의 문의가 쇄도했지만 교과부는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취업 안 되면 체재비 개인 부담... 무급 인턴 하게 되면 정부 지원

웨스트 프로그램 최종참가자에 대한 어학연수비 대출을 안내하는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공지
 웨스트 프로그램 최종참가자에 대한 어학연수비 대출을 안내하는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공지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교과부 산하 글로벌 인턴지원단 관계자는 "소득과 영어공인성적 등 내부적 기준에 따라서 지원 액수가 다르다"며 "항공료를 별도로 지원한다고 한 것이 아닌데 학생들이 착각한 것 같다. 공고 당시 지원 액수에 대해서도 명시하지는 않았는데 학생들이 자신의 기대치에 비해 적은 액수를 받게 되니 실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 불만이 많아 4기 모집에는 구체적인 지원 기준을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웨스트 프로그램 연수비를 대출받으려면 한국장학재단을 거치게 되는데 이율이 연 5.7%로 연 5.8%인 정부보증 학자금대출과 별 차이가 없다. 대출 대상 비용은 참가비 8300~8500달러 중 어학연수비에만 해당돼 구직알선비용과 생활비는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취업문제에 대해서도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1기 참가자들은 대부분 취업을 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구직 기간에 필요한 체재비는 개인 부담"이라며 무급 인턴으로 일하는 경우 "현재 나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 지원금액이 없지만 이번에 출국하는 3기 학생들부터는 정부에서 보조해줄 예정"이라고 했다. 취업자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직을 하기 때문에 유급과 무급이 섞여 있지만 99%는 취업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중도 귀국하는 학생들의 경우 참가비 중 구직알선비용에 해당하는 비용을 돌려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스폰서 업체와 맺은 협약에 따라서 일정하게 환불한다"고 밝혔다.


태그:#웨스트프로그램, #한미대학생연수취업, #글로벌인턴지원단, #WEST PROGRA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