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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재편되는 국제질서와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이 열리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재편되는 국제질서와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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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채 문제는 사람들이 깨닫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두고 "디레버리지(Deleverage·빚을 내 투자한다는 '레비리지'의 반대말로 자산 처분을 통한 부채 상환을 의미하며, 신용경색과 자산가치 하락을 수반한다) 문제는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전했다.

24일 오전부터 9시간 동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에서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쉽게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는 유독 낙관적인 입장을 밝혀 경제상황에 대한 안일한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고,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부채 문제는 관리가능한 수준에 있다"며 말했다.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사태가 심각하다"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에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국가 부채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에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국가 부채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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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라는 주제의 제1세션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 연달아 참석한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절벽에서 추락한다는 우려 속에서 정책입안자들의 노력으로 금융위기는 끝났다"면서도 "회복 과정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 수백 년 동안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 심도 깊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실물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실업문제나 주택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며 "특히, 이번 위기는 경기침체 후 경기호황기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금융위기와는 다른, 금융체계가 심장마비를 겪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부채 문제를 두고 "한국의 부채문제는 사람들이 깨닫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부문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70%를 넘는 한국은 심각한 디레버리지 문제를 겪고 있다"며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가부채 역시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게 로고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낮다는 정부의 설명을 염두에 둔 듯 "국가간 비교는 어려운 문제"라며 "회원국의 국가부채는 얼핏 보는 것보다는 높다"고 밝혔다.

또한 로고프 교수는 금융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달리, 국제적인 금융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은 정부가 금융기관을 도산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급진적인 은행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로고프 교수와 자리를 함께한 저스틴 이푸 린 세계은행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 회복은 긴 과정을 될 것이다, 더블딥(경기침체 후 경기가 잠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상황)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경제의 둔한 회복세를 우려했다.

그는 "올해 초 각국의 산업생산규모는 2008년의 45% 수준으로, 설비가동률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할 기회가 많지 않으리라는 게 자명하다"며 "여전히 실업률은 높고, 소비회복도 늦어져 경기회복 과정은 취약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경욱 재정부 1차관 "부채, 관리 가능하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에서 "부채 문제는 관리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글로벌 코리아 2010'에서 "부채 문제는 관리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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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 정부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경제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한 오는 11월 한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한 정부 관계자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이견에 대해 고함을 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국제공조를 통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고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1세션에서 로고프 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과 토론에 나선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공공부문의 부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건전하다"며 로고프 교수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36%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공공부채를 40% 밑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계 부채 문제와 관련 "가계 부채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며 "전체 부채의 2/3는 주택담보로 설정된 것인데 모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계속해서 은행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차관은 이어 "금융위기 전 주택버블이 있었던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집값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집값 상승폭이 적었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적고, 디레버리지가 발생해도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다국적 광고마케팅기업 최고경영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기조세션에서 크리스토퍼 그레이브스 '오길비 PR 글로벌' 최고경영자는 "한류는 패스트푸드에 불과하고, 내 두 딸은 삼성과 엘지를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국가브랜드 전략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 위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대외원조를 크게 늘리는 등 외국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도록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특정국가에 와서는 그 국가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편되는 국제질서와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정·재·학계 등에서 모두 700여명이 참석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개발협력, 기후변화 등 국제협력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을 논의했다.


태그:#글로벌 코리아 2010, #국가 부채, #케네스 로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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