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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죽어간다는 아우성도 꽤 오래 되었다. 아니 벌써 죽어버렸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 일하며 느낀 우리나라 학교 이야기를 적는다.

공교육은 공화국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다

말 그대로 공교육(public education)이란 공화국 시민으로 그것도 공화국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생각을 가진 시민을 기르는 교육을 말한다. 가르치는 내용도 공적이어야 하지만 그 운영도 세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몇몇 국립대학을 빼면 공교육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교육이란 말은 그저 대학 입시를 위한 시험만 잘 보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수월성을 부르대며 아이들 시험점수만을 따지며 학원과 학교를 다투게 하며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말은 오히려 공교육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근대 이전엔 교육이란 것은 선택받은 이들만 누릴 수 있는 사교육이었다. 근대 산업화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근대 국가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교육을 주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위키 백과를 찾아보니 '고타 교육령을 바탕으로 1763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일반 지방학사통칙(地方學事通則)을 정했고, 이어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1794년에 일반지방법을 공포하여 교회 감독 아래 있던 학교를 국가의 감독 아래에 두게 된 것'을 공교육제도의 출발로 적고 있다.

하지만 이때는 국가를 위해 충성스럽게 말 잘 듣고 일만 잘하는 백성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더 컸을 것이다. 프랑스혁명으로 공화국이 세워지면서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뜻을 가진 공교육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공교육

우리나라 공교육은 일제시대에도 있었지만 미군정에서 실시한 교육개혁을 출발점으로 해야 하겠다. 아주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가진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우리나라 공교육은 짧은 시간에 아주 크고 넓어져서 거의 모든 국민이 공교육을 받고 있다. 이를 오바마 대통령까지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양보다는 질이라고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난다. 아직까지 고등학교는 수업료를 학부모들이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유아 교육도 상당부분이 세금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과정 내용도 공교육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낯부끄러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또한 대학 입시로 너무나 많은 것이 판가름 나버리는 이상한 사회구조에 힘입어 조금씩 힘을 키워온 사교육이 이제 공교육을 압도해 버릴 처지에 있다.

공교육이 죽었다며 한숨쉬는 사람들을 두 갈래로 나눠보면 말 그대로 공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이들과 사교육을 대표하는 학원보다 학교가 점수 올리기를 제대로 하지 못함을 질타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공교육 내용이 공교육다워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노동자, 농민으로 살아갈 아이들이나 의사나 판검사로 살아갈 아이들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할 아이들도 모두 공화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생각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험점수로 끊임없이 아이들을 가르고 줄 세우는 일은 공교육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여긴다.

흔히 여기까지 이야길 듣고선 '전교조군', '사상이?', '애들 공부 잘하게 하는 것이 어때서?' 따위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맞다. 난 전교조 교사다.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일 또한 공교육이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학교를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성적에 목을 매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있다. 그나마 성적에 관심을 둔 아이들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 할 공부를 하고 있으니 문제가 덜하다.

그러나 성적 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아이들은 문제가 크다. 아무리 학과 공부가 지식 위주라 하더라도 지식 공부 없이는 인성도 제대로 길러지지 않는다. 교도소에 있는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서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공교육을 받은 모든 이들이 꼭 다다라야 할 수준이란 것이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한 사람도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는 수준을 정해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학교라는 것이 한번 들어가면 그저 아무 일도 않고 시간만 보내면 제대하는 군대마냥 그저 시간 보내기로 버텨도 진급하고 졸업한다.

어제 3학년 사정회를 했다. 사정회란 말 그대로 잘 조사해서 따져보고 졸업장을 주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정하는 회의다. 그런데 모든 시험을 영점을 맞았다 하더라도 수업 시간에 잠만 잤다고 하더라도 심지어는 깨우는 선생님에게 욕을 했다하더라도 출석일수만 채웠으면 졸업장을 주어야 한다. 학교가 그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라는 적당히 눈치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을 참고 견디는 인내력을 길러준 일이 다다.

낙제는 인간적이지 못한 일?

어느 날 수업시간 여전히 수학시간은 그저 버티는 시간으로 여기고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

"적어도 수학만큼은 낙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너희들이 이렇게 모르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에이, 그건 선생님 생각이죠. 수학 몰라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래 수학 없이도 살 수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산다는 것은 밥만 먹고 산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잖아. 수학도 하면서 살면 더 재미난 세상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수학 못한다고 낙제는 너무하죠.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다른 나라는 다 있고 우리나라만 없어."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다 들어온 아이가 던진 말 한마디에 더는 말들이 오가지 않았다.

앞선 많은 글에서 밝혔듯이 유급은 몰라도 과목마다 낙제를 두는 것이 우리나라 공교육을 살려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급이나 낙제로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한다면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계속 교실에 앉혀두기만 하는 일도 그다지 인간적인 일은 못된다. 오히려 낙제를 받은 아이들은 따로 가르쳐서 재시험으로 낙제에서 살려주는 길이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다.

공부라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하고자하는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제고사 따위로 평가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사에게 자기가 가르친 아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힘을 넘겨주는 것이야 말로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학교 교사들이 못 미더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낙제라는 것이 가져올 문제도 있을 것이고 이것으로 위에서 말한 많은 문제들을 모두 없앨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학교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아이들을 살려내는 길 가운데 하나로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제도라고 여긴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대학입시를 바로 잡고 대학을 평준화하는 일도 이루어져야하지만 이들을 이루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이 필요한 일이라 여겨지기에 낙제를 만들자고 제안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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