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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2년에 이어 17년만에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1일자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 외무성 관리가 이날 평양 주재 외교사절단에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교부 관리가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구화폐와 신화폐를 100:1의 비율로 교환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양의 상점과 식당들 대부분이 영업정지 상태이며, 새로운 상품가격이 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장마당이 마미되는 등 충격에 빠진 상태"라는 전언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1947년(1:1교환), 1959년(100:1), 1979년(1:1), 1992년(1:1)에 한 4차례의 화폐개혁 때와는 달리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왜 17년만에, 이같은 충격을 일으키는 화폐개혁을 한 것일까.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서 배급제가 의미를 잃은 뒤, 자생적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원화와 달러 등 주민들의 현금보유와 유통이 확대됐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됐다.

 

"통화량 감소로, 물가 하락 유도"

 

암시장이 공식경제제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하자, 2002년에 가격현실화를 골자로 한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실시했고, 인플레는 더욱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량을 줄여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인플레 수준에 대해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핸드폰을 이용해 남한에 와 있는 탈북가족과 통화하는데 5분에 북한원화로 60만원(약 200불달러, 시장환율로 1달러는 북한 원화 2500원~3000원 수준)을 줘야 한다"며 "화폐로서의 의미가 대단히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화폐 유통량 감소→구매력 감소→수요 감소→가격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2002년 7.1조치때부터 화폐개혁 이야기가 있었지만, 고액권 발행과 국채발행선에서 끝냈었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북한은 화폐개혁을 할 경우 주민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달러와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을 우려해, 화폐개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도 "이번 화폐개혁이 사실이라면, 인플레를 잡기 위해 북한 원화를 절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 시장 통해 커나가는 그룹에 불만"

 

경제적인 측면과 함께 정치사회적 효과의 측면도 있다.

 

임강택 소장은 "탈북자들에게 들어보면, 남측의 가족들에게 탈북하지 않아도 되니 매달 100달러씩만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시장활성화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으로, 이번 조치는 이같은 '시장의존적 세력'을 통제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 "시장활성화로 국가통제밖에서 커나가는, 시장을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그룹들에 대해 북한당국이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서 "암시장과 공식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통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판 부익부빈익빈 해소대책인 셈이다. 그는 또 "돈놀이를 하는 '돈주'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을출 연구교수는, 이번 화폐개혁을 '2012년 강성대국을 내걸고 있는 북한당국이 재원마련을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모든 재원을 집중하고 있지만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도 있지만, 화폐개혁을 통해 주민들이 갖고 있는 은닉재산을 끌어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자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이른바 달러, 북한원화 등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장롱화폐'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한은 이런 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계속 화폐개혁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가구당 교환가능한 액수를 넘는 돈 30만원에 대해서는 적금으로 예치토록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들의 재산을 당국의 관리영역으로 확보하는 중요한 통로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북한, 계속 화폐개혁 검토해와...강성대국 건설 재원 마련"

 

그는 또 "최근 150일 전투 등으로 계속 동원상태가 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화폐개혁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 내부의 긴장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며 "고난의 행군 이후 당국에 대한 불신이 심해도 개인적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점이 숨통이 됐는데, 재산을 뺏기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가 북한 부유층의 은닉재산을 끌어내려는 것이 목표지만, 이들은 이미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환전해서 보유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부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화폐개혁으로 북한 주민들이 원화를 달러와 위안화로 바꾸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 화폐들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역으로,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이 단행되면서 달러나 위안화 또는 신권화폐를 구하지 못한 소상공인들과 일반 주민이 타격을 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화폐개혁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김연철 소장은 "북한의 원화는 달러, 유료화의 환율과 맞춰서 현실화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환율을 어떻게 할지가 나와야 하고, 이후 임금과 시장 등에 대해 어떤 조치가 이어지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폐개혁을 한다고 해서 북한원화가 안정화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면서 "일시적인 효과가 난다 해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화의 실질가치를 높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통화량축소뿐 아니라 물자공급이 증대돼야 하는데, 북한이 그럴 능력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생필품 공급의 장이었던 '시장'과 시장세력의 위축으로 주민들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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