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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강부자 정권'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이명박 정권은 감세나 반값 아파트, 친서민 등 실제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주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친근감 있는 언어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친서민' 프레임이다.

'대안 없는 진보'. 이것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외쳤던 보수진영이 정해놓은 프레임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최근 5차례에 걸쳐 우리 시대 진보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 싱크탱크들의 활동을 소개한 데 이어 2차 기획을 내놓는다. [편집자말]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에서도 수많은 재난과 악이 쏟아져 나왔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결국 희망이었다.

그러나 희망이란 단어는 추상적이다. 누구나 말로 내뱉긴 쉽지만 공허하게 흩어지기도 쉽다. 희망의 씨앗은 결코 저절로 자라나지 않는다. 바른 가치를 품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으로 뒷받침해야만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깃발'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깃발'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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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피어납니다. 위기의 시대에 그 누군가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그 누군가, 그 어디에선가 새로운 희망의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가 만든 '희망제작소'란 이름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희망'을 구체적·실질적으로, 제대로 '제작'해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희망제작소'는 21세기 신실학운동의 모체를 지향하며 실사구시의 정신을 앞세우고 있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대안을 좇는 게 아니라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려 하고, 거시적 담론보다는 작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의 깃발을 들겠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싱크 앤 두 탱크(Think & Do Tank)!

희망제작소는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를 주도적으로 만든 박원순 상임이사가 2006년에 창립한 민간싱크탱크다. 여타의 일반적인 싱크탱크들이 이론을 연구하는 쪽에 가깝다면 희망제작소는 실천에 무게중심을 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싱크탱크란 개념 규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은 한국 사회의 올바른 변화 과정에서 좋은 비전, 좋은 전략, 상상력이나 지혜를 발굴해내고 함께 나누고 실천해가는 조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싱크탱크의 기능일 수도 있고, 시민단체의 기능일 수도 있고, 기업의 기능일 수도 있고, 정부의 기능일 수도 있는 거죠. 희망제작소를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싱크탱크는 아닌 것 같아요." (책 <희망을 심다> 중)

그래서 그는 희망제작소를 '싱크 앤 두 탱크(Think & Do Tank)'라고 말하며, 연구원들을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칭하고 있다. 소셜디자이너란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종이다.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서 실천하고, 조직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희망제작소를 '소셜디자인센터'란 의미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희망제작소은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

박원순 상임이사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너무 다양해서 다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실 한 기관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을, 큰일들을 우리가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듯 희망제작소의 활동 영역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지역 활성화, 농촌 살리기, 사회리더 교육, 퇴직자 지원, 소기업 육성, 환경보호, 다양한 분야의 책 출간' 등 활동의 가지가 넓게 뻗어 있다.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사무실. 지난 3월 서울 안국동에서 평창동으로 이사했다.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사무실. 지난 3월 서울 안국동에서 평창동으로 이사했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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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시주 희망제작소 소장은 "활동의 종류 및 방식이 굉장히 다양한 게 우리 연구소의 특징"이며 "특별히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소셜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하기 때문에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넓게 뻗친 활동의 가지들을 수렴하는 핵심가치는 존재한다. '지역, 현장, 참여, 실용, 대안'이 바로 그것.

현재 연구소 내에는 '5개의 센터 + 2개의 팀 + 1개의 발전소'가 있어 총 8개 영역에서 정규연구원 30여 명, 위촉연구원 50여 명, 인턴연구원 90여 명(연간), 시민자원봉사자 140여 명(연간) 등이 함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 뿌리센터 ▲ 교육센터 ▲ 사회창안센터 ▲ 지원센터 ▲ 콘텐츠센터 ▲ 기후환경팀 ▲ 해피시니어 ▲ 콘텐츠 센터 ▲ 지원센터 ▲ 소기업발전소로 구성돼 움직인다.

유시주 소장은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역이 세계의 중심에 서야 한다"면서 다양한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뿌리센터를 특별히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뿌리센터는 지역을 연구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장흥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완주 신택리지 사업, 공주 농촌관광계획수립사업, 농어촌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마포구 희망프로젝트 등 광역지자체 및 기초지자체와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되는 데 필요한 '맞춤 학교' 노릇을 한 '좋은시장학교'는 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이다. 교육센터에서는 "지역 리더들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공공리더들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1기에서 4기를 거치며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와 전·현직 지방의회 의원, 정당 당직자, 언론인 등 수료생 120여 명을 배출했다.

공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안 될까?

"삼겹살 공원 어때요?"

대부분의 공원은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없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여 도심 한복판에서도 두런두런 모여 앉아 맘 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별다른 특색을 발견하기 힘든 공원이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이색적인 테마공원이 되지 않을까?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센터에 모여있는 시민 아이디어의 일부. 희망제작소 누리집을 통해서 누구나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센터에 모여있는 시민 아이디어의 일부. 희망제작소 누리집을 통해서 누구나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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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창안센터는 이와 같이 시민의 삶 속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들을 시민들과 함께 가꾸고 키워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곳이다. '삼겹살 공원' 외에도 '시내버스 뒷자석에도 안전띠', '수영장 생리할인', '도서관 전용가방', '이주결혼여성을 위한 분유통 다국적 표기' 등 4000여 개의 다양한 시민 아이디어들이 모여 있다.

희망제작소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으며 제안된 아이디어는 실제로 공론화, 현실화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지금까지 130여 건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는데 대표적 예로는 시외버스 이용 시 신용카드 사용, 현금인출기 수수료 제시, 지하철 손잡이 높낮이 다르게 설치, 톨게이트요금 카드결제 등 일상에 바로 닿는 내용들이다. 앞서 예로든 '수영장 생리할인', '분유통 다국적 표기'도 (일부) 현실화됐다.

한국 노동자 평균 퇴직연령 54.1세(2006년 11월 통계청 자료). '4050 조기퇴직자들'은 고용의 사각지대에서 한숨 짓고 있다.

해피시니어팀은 퇴직자들이 그들의 능력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사회 곳곳에서 일하며 건강하고 보람된 제2의 인생을 가꿀 수 있게 돕고 있다. 퇴직자들을 위한 교육과 심층면접을 통해 그들을 민간 비영리 기관 및 지역공동체와 연결시켜 준다. 퇴직자들은 보람찬 인생의 후반전을 만들어갈 수 있고 민간 비영리 기관 및 지역공동체는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퇴직자들의 참여로 기관의 역량이 발전하니 일석이조다.

이밖에 자치단체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도시를 설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후환경팀, 우리 환경에 맞는 한국적 희망소기업 성공모델을 육성 지원하는 소기업 발전소, 희망제작소 각 부서에서 만들어내는 활동 성과들을 책, 동영상, 웹 콘텐츠로 디자인해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콘텐츠센터, 희망제작소 회원사업 활성화 및 재정 안정화를 위한 지원센터가 움직이고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활동 내용들이 새롭고 실천적이다. 주목할 사례도 여럿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유시주 소장은 "희망제작소는 이렇게 남들이 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것들 중에서,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그에 따른 한계는 없었을까. 유 소장은 "'모든문제연구소'라는 비판을 수없이 들었다"며 '활동의 집중력'에 대한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은 상호 연결되어 있으므로 연구 대상을 한 영역에 편중하지 않고 종합해서 보려한다"며 "다양함, 종합, 포괄이 희망제작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덕분에(?) 자립운동 가속화

 시민참여형 연구소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 사무실 내에 수많은 '희망씨'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희망제작소는 더 많은 '희망씨'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참여형 연구소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 사무실 내에 수많은 '희망씨'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희망제작소는 더 많은 '희망씨'들을 기다리고 있다.
ⓒ 이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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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든문제연구소'란 비판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현 정부는 시민사회를 적대시하며 정부 지원들을 노골적으로 끊어버리고 있다. 정부의 간섭에 기업의 지원 역시 끊겼다.

희망제작소도 예외는 아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난 3월 사무실을 서울 안국동에서 평창동으로 옮겼고 조직을 일부 축소 개편하였으며 연구원의 일부는 그만둬야 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현 정부 덕분에(?) 희망제작소의 자립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그동안 정부와 기업의 거버넌스를 통해 많은 활동을 해왔었다. 그로 인해 "재벌의 지원을 받는 모델로는 안 된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이 '고난의 시기'를 계기로 희망제작소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참여형 연구소로 거듭날 것"을 선언하고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현재 4000여 명의 시민들이 후원하고 있으며, 후원회원 모집 1차 목표는 1만 명이라고 한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그동안 했던 운동 중에 희망제작소가 최고로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작고 실용적인 것을 주로 다루고, 성명서도 안 내니까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도 쉽지 않고요. 그동안 했던 운동 중에 희망제작소가 최고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 <희망을 심다> 중)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희망제작소에겐 "오히려 즐거움"이라고 한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하는 희망제작소에서는 잠재력과 의지를 가진 많은 시민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서, 함께 실천해간다는 희망의 싹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 희망제작소는 사과를 품은 씨앗처럼 희망을 가득 품은 소셜디자이너가 되길 꿈꾸며 우리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들을 가져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원순 없으면 안 될 것이라고요?"
[인터뷰] 유시주 희망제작소 소장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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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의 희망제작소'란 이미지가 강하며 "박원순이 없으면 안 된다"란 비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상임이사의 리더십과 역량이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없더라도 지속가능한 조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은 바깥에서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내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오고 있는 부분입니다. 과연 '박원순이 없으면 안 될지'는 두고 보시면 알겠죠?(웃음)"

-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희망제작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이 원래 '뭘 가지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재정적으로 늘 빠듯하고,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 이렇게 영향을 받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봐야지요. 시민사회단체들의 숙명적 조건이 아닐까요? 그래서 특별히 저희가 어렵다고 말할 건 없다고 봅니다."  

-희망제작소가 시민사회 운동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희망제작소는 현장·실용·대안을 강조하며 비판을 넘어 실제로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작지만 창조적인 모델을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참여연대'와 같이 넓은 의제를 갖고 목소리를 내는 곳도 있어야 되고, '새사연'같이 정책연구를 하는 곳도 있어야 되고, '희망제작소' 같이 구체적인 실험을 해보는 곳도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한국 시민사회의 역량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희망제작소는 독특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사회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서 그 성과가 세상을 울릴만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모델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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