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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달리기'의 묘미에 푹 빠졌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쫒기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쉬지 않고 달린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을 멈춘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뒤덮이고 심장은 터질 듯 박동한다. 한껏 찌푸린 표정에서는 42.195km를 쉬지 않고 뛰어온 고통이 그대로 녹아 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만족감이 얼굴을 뒤덮는다.
'달리는 의사들(회장 이동윤)'은 이름 그대로 마라톤을 좋아하는 의사들이 만든 마라톤 동호회다. 지난 2000년 시작한 활동은 올해로 벌써 만 10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2000년은 우리 사회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리기 열풍이 불 때였다. 달리기 열풍은 자연스레 마라톤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마라톤 동호회가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의사들' 역시 이때 만들어졌다.
그런데 '달리는 의사들'은 만든 목적이 여느 동호회와는 조금 다르다. 다른 동호회들이 친목을 도모하며 '달리기'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달리는 의사들'은 달리는 동시에 도로 위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의사들이 왜 도로 위에서까지 '의료행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을까? 거기에는 마라톤 대회의 '열악한 안전의식'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늘어나는 대회, 늘어나는 환자
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는 앞다투어 각종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들 대회는 참가자 숫자 등 대회의 '외형'만 강조할 뿐, 정작 몇 시간씩 도로 위를 달려야 하는 '참가자'들의 안전에 대한 준비는 미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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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개최된 '제6회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 모습. '달리는 의사들' 측은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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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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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자전거 패트롤(안전요원)'이 있고, 주자들과 함께 달리는 '레이스 패트롤', 미경험자들의 속도유지와 유도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등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지만 초기에만 해도 참가자의 안전은 참가자 본인이 책임져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마라톤 도중 참가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최악의 불상사도 종종 발생했다.
사고가 거듭되자 평소 마라톤을 즐기던 의사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 바로 '달리는 의사들'이다. 이들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직접 도로 위를 달리면서 동시에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다. 부상을 입은 참가자를 응급처치하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신속한 연락체계를 구축해 '안전'을 보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마라톤 대회 주최측은 안전요원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응급 상황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달리는 의사들'은 이렇게 참가자의 '안전 확보'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자 곧바로 또다른 목표를 설정했다. 바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2002년부터 매년 5월 열리는 이 대회는 현재까지 모든 수익금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
이렇게 10여명의 의사들로 시작했던 모임이 1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회원만 500명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동윤 동호회장(정형외과 의사)은 "인터넷에 친숙하지 못한, 연세 드신 분들까지 합하면 1000명 가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0명의 의사들이 이젠 각 지역별로 의사들끼리 자율적으로 의무봉사활동을 펼침은 물론 '일본의사조깅연맹'과 국제교류까지 벌이며 왕성한 동호회 활동을 갖고 있다.
|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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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 대회'는 '달리는 의사들'이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구호를 내걸고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로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회장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하루 대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대한 병마와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소아암 돕기 마라톤대회가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며 대회 의의를 설명했다.
2002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순수 기부성 마라톤' 형식으로 시작한 이 대회는 올해까지 총6회의 대회가 치러졌고, 총 9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소아암 환우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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