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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동생 지만씨와 지난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대통령 서거 3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동생 지만씨와 지난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대통령 서거 3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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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지난달 26일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한 사실이 2일 드러났다.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군 중위로 복무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년간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과정에서도 격론의 대상 중 하나였다. 특히 오는 8일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앞두고 2005년부터 '박정희 새마을아카데미', '5.16 기념행사' 등을 열어 온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대표 김동주)이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족문제연구소 해체를 촉구하는 등 '친일파 박정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목적으로 "일본제국주의의 불법적 국권침탈과 강압적 식민통치, 반인류적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인물의 행적을 조사하고 정리함으로써 역사를 공정하게 기록하고 평가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군 분야에서 인물 선정 기준으로 ▲ 위관급 이상 장교와 오장급 이상 헌병으로 재직한 자 ▲ 친일 행위가 뚜렷한 일반 군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1940년 4월 신경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한 뒤 1942년 10월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에 편입, 졸업 후 1944년 7월 황군(皇軍) 육군 소위로 임관한 박 전 대통령은 이 기준에 의해 '친일파'로 규정됐다.

"박 전 대통령 복무한 만주군, 일본 관동군과 달라... 친일인명사전 게재 말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지난 10월 26일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신청을 한 사실이 2일 드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지난 10월 26일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신청을 한 사실이 2일 드러났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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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만씨는 이를 두고 "단순히 '일제시대'에 '군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제국주의의 대한민국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만씨는 박 전 대통령이 '일본군'이 아닌 '만주군' 소속이었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임관 이후 중국 열하성 흥륭현 반벽산에 주둔한 만주군 제8단에 배속돼 1년 1개월 동안 복무했다.

가처분신청 내용에 따르면, 지만씨는 "(박 전 대통령이 근무한) 만주군은 일본 관동군과는 별도로 창립된 만주국의 군대였으며 특히 그들은 조선의 독립군 토벌과 같은 활동에 참여한 사실조차 없으므로 (민족문제연구소의 판단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마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주군 출신이나 그 지역에서 거주했던 동시대의 조선인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만주군 출신 장교들이 독립투사나 독립군을 괴롭혔다는 증언은 채집된 사실조차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그 이후에 대한민국을 위해 행했던 행적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고려도 없이 무조건 친일 인사로 확정짓고 이를 친일인명사전에 게재하는 것은 사자 및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한 표현 행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지만씨는 지난 2004년 3월 제정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반민족행위자 선정기준이 '적극적 행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지만씨 측은 이와 관련해 "(친일 인사라는)높은 수준의 비난이 가져다 주는 위험성 때문에 특별법에서도 반민족행위자의 선정기준을 일본제국주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당시 조선의 국권을 '적극적으로' 침해하거나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자로 엄격히 제한해 규정하고 있다"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선정기준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친일인명사전에서는 당시 일본 육군중장이었던 영친왕 이은이 게재되지 않았고 일본 패망 직전 히로시마에서 원폭을 맞아 즉사한 육군 중좌 이우 역시 게재되지 않았다"며 "이들이 단순히 일본군 장교였다는 기준만 놓고 본다면, 하급 장교에 불과했던 박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정도가 더 큰 '친일인사'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정희는 임시정부가 선전포고했던 적국의 장교"

국가쇄신국민연합 소속이라고 밝힌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08년 4월 29일 오전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앞에서 '애국가 만든 안익태가 왜 친일파냐' '박정희, 유관순도 친일파냐'  '너희들은 빨갱이냐'라며 고함을 치며 항의하고 있다.
 국가쇄신국민연합 소속이라고 밝힌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08년 4월 29일 오전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앞에서 '애국가 만든 안익태가 왜 친일파냐' '박정희, 유관순도 친일파냐' '너희들은 빨갱이냐'라며 고함을 치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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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2일 "일본 육사 출신으로 만주군에 임관한 박 전 대통령이 '일본군'이 아니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알다시피 만주국은 일제가 세운 괴뢰국이었으며 만주군도 일본 관동군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조 사무총장은 "당장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선전포고를 했던 적국의 장교였고, 만주군이 당시 연합군과 싸웠다면 조선의 독립을 저지하는 측면도 있다"며 "그것이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게재금지 가처분신청 건은 오는 11일 첫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조 사무총장은 "앞서 사전에 등재 예정인 인사들의 유족들이 냈던 가처분신청도 현재 2심까지 연구소가 승소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충분히 긍정적인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과 관련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대신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차녀 근영씨가 지난 2005년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 복무 당시 대(對) 항일 무장 부대인 '간도특설부대'에서 근무했다는 주장을 다룬 <일송정 푸른 솔에 선구자는 없다>의 저자 류연산씨 등을 사자(死者)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이들을 무죄로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역사적, 공적 인물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 망인(亡人)과 유족의 명예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하므로 사자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에 대한 고의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태그:#박정희, #친일인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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