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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30주년 공연을 맞아 그의 공연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에세이 연재입니다. <편집자말>
 정태춘과 박은옥.

 

아마도 이것이 정태춘, 박은옥의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노래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우리의 그늘진 마음의 벗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그가 준비한 이번 공연이 또 다른 시작이거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 것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에 어떠한 희망이라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이렇게 떠날 것이다. 떠나서 오지 않을 것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나는 정태춘, 박은옥과 싸우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정태춘과 싸우고 있다.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태춘은 먼산만 쳐다보는데 나만 혼자 지쳐가고 있는 중이다. 싸움이란 뭔가 미련이라도 남아있을 때 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이 욕심만큼 채워지지 않을 때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정태춘은 나에게 아무런 욕심이 없다. 그러니 그는 나와 싸우지 않는다. 그저 나만 혼자 '악악'거리고 있을 뿐이다.

 

'정태춘, 이 고집불통,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늙은 가수 같으니'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가수가 공연하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하느니 안 하느니로 몇 해를 끌어오고, 결국 그의 공연을 고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먼저 판을 만들고 더 이상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은 후에야 무대에 서기로 해서는, 이 공연으로 모든 음악활동, 사회적 발언을 접을 것이라 시시때때로 이야기하면서, 기대도 고대도 말라며 선을 긋는다. 그런 그의 말에 나도 지지 않고 언제부터 사람들이 들어주는 노래만 했느냐고, 여전히 당신의 노래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도 이렇게 있지 않느냐고 대거리를 하지만 그가 그어놓은 선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복잡하다. 답답하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화도 난다.   

 

애초부터 각오했던 일이긴 했었다. 더 이상 노래하지 않겠다는, 이제 자신의 노래는 세상에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들어 온지 7년이 훌쩍 넘었다. 아마도 자신의 작품이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그런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겠다는 생각부터가 문제였던 것일까? 그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의 노래를 기다리는 관객들을 모아내는 일보다 이미 떠나버린 그의 마음과 노래를 세상의 자리에 돌려놓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이제 정말 그는 떠나는 것일까? 

 

▲ 정태춘과 박은옥
ⓒ 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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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7년 전, 그때는 달랐다. 그는 노래하고자 했다. 노래로 세상을 위로할 수 있고, 노래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절, 우리는 그의 노래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왜 아직도 그런 강팍한 현실을 쳐다보며 괴로워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은 이쯤 되었으면 괜찮다고들 생각했다. 아니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 살만하다 생각했다. 노무현의 승리와 함께 우리는 그간 우리가 추구해왔던 모든 가치들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고, 그 승리를 찬양하지 않는 노래들은 듣고 싶지 않았었다. 노무현, 그 다음을 생각하자는 그의 노래가 조금씩 사위어 가는 것을 그저 무감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니 관객들이여 아마도 이번 공연은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다. 그의 마음은 이미 공연의 성패를 떠났다. 공연의 연출자인 나는, 마음 떠난 가수의 몸만 붙잡고 앉아, 그의 노래에 위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뒤늦은 마음들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떠나겠다는 가수와 다시 기다리겠다는 관객들을 사이에 두고, 그의 노래 어느 구절처럼 이제 나는, 아니 우리는, 막차가 떠나버린 텅 빈 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를 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이 되었다.

 

 정태춘.

 

생각해보면 지난 밤,

 

놓쳐버린 것은 막차만이 아닐 것이다. 그 밤, 우리는 노무현을 놓쳤고,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를 놓쳤고, 꿈을 놓쳤고,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을 놓쳤다. 이 텅 빈 정류장이 절망스러운 것은 지나간 막차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더 이상 첫차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출가로서, 관객으로서, 아니 그저 이 정류장에 서 있는 한 사람으로서 끝내 정태춘을 보내지 못하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로와 무기가 되어 주었던 그의 노래를 들으며, 혹여 마음보다 일찍 올지도 모르는 그 첫차를 기다리는 것만이 오늘 이 처절한 희망이라도 지켜낼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에겐 미안한 일이나 나는 아직, 그를 보낼 수가 없다. 

 

관객들이여 그대들은 어떠하신가……. 

덧붙이는 글 | 정태춘, 박은옥의 어쩌면 마지막 공연은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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