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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비보험 비교 사이트의 광고
 의료비보험 비교 사이트의 광고
ⓒ 보험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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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제는 이런 혜택을 드릴래야 드릴 수가 없습니다. 9월 말까지만 이 조건 이 혜택으로 가입 가능하십니다. 10월부터는 아무리 찾아보셔도 입원비 1억 보장 절대 없구요. 의료비 보장도 100%가 아닌 90%만 보장하도록 법이 바뀌는 겁니다. 지금 들으시면 적어도 3년간은 이 조건을 유지하실 수 있는데 당연히 지금 가입하셔야지요. 더 이상 미루시면 후회하십니다. 우선 전화주세요."     

퀴즈. 요즘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것은?

오락프로그램? 드라마? 한물 간 영화들?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정답은 광고. 광고 중에서도 실손의료비보험 광고와 상조회사 광고가 단연 1등이 아닐까요. 

동시간대에 수십 개의 방송채널을 순차적으로 돌리다보면 적어도 서너 군데 채널에서는 어김없이 실손의료보험 광고를 보게 됩니다. 나머지 중 절반은 상조회사광고가 차지하고 있지요. 바야흐로 질병마케팅과 죽음마케팅이 요즘 광고시장의 대세인 것이죠.

입원비가 어떻고, 치료비가 어떻고, 장례비가 어떻고, 장례절차가 어떻고 고객들은 아무 신경 쓸 것이 없다는 광고들.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을 하지만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은 오직 한 가지가 아닐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가입만 하세요. 아프면 실손의료비 보험사가, 죽으면 상조회사가 책임집니다." 

마이동풍이라는 말도 있지만 반대로 귀에 못이 박힌다는 말도 있지요. 저 역시 처음엔 무차별로 쏟아지는 광고들을 보면서도 전혀 마음에 동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되는 광고에 몇 날, 며칠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광고에 귀를 슬그머니 기울이고 있겠지요.    

'정말 실손의료비보험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아파도 다쳐도 걱정 없다는데 버티고 있다가 혹 큰 병이라도 걸리면?'

'아니야. 아니야. 다른 보험도 있잖아. 우리 가족들 앞으로 들어가는 보험료만 해도 얼만데 보험을 또 들어. 더구나 무배당에 소멸성이라잖아. 그냥 그 돈으로 평소에 잘 먹고 운동하면 되지 뭐.'

'아니야... 저건 다르잖아. 병원비, 입원비, 검사비도 다 나온다잖아. 병원 가면 무조건 C.T찍자, 정밀검사하자 그러는데 그래도 들어둬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 팔랑귀라는 별명을 가진 저로선 이 정도 참은 것도 오래 참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는 TV 광고나 주변의 권유 혹은 강압(?) 등으로 이미 실손 보험에 가입했다는 친구나 이웃들이 적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흘려듣던 광고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는 것이죠.

'보험사에 문의 전화를 해? 하지 말아?' 방송을 볼 때마다 두 마음이 실랑이를 합니다. 이런 증상은 최근 들어 부쩍 심해졌습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실손의료보험의 보장비율이 100%에서 90%로 축소되고 입원비 한도도 1억에서 5천 만 원으로, 통원의료비 보장한도 역시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축소 이전에 서둘러 가입할 것을 종용하는 방송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여기도 보험, 저기도 보험... 보험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저와 같은 국민팔랑귀의 얄팍한 심정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광고나 주변의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게 한 터라(물론, 가계 재정상 보험에 더 밀어 넣을 돈도 없지만) 용케도 지름신의 유혹을 물리치며 잘 버텨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제 마음을 심하게 흔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참나! 기가 막혀서. 어쩜 자식들이 그럴 수가 있니?"

친구의 전화는 첫마디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씹어 줄 거리가 확실하게 있다는 것이지요.

"약국 하시던 우리 아주버님이 이번에 심장질환으로 큰 수술을 받았잖니. 이 양반 그래도 전문직이라 버는 게 적지 않아서 아들 딸 유학까지 시키고 결혼할 땐 작지만 집도 하나씩 마련해 주고 그랬거든. 몇 년 전부터는 나이도 있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집에서 쉬고 계셨는데 덜컥 병이 걸리셨거든."

"수술이 잘 되서 회복 중이기는 한데 수술비가 꽤 나왔나봐. 앞으로도 간병비며 뭐며 병원에 들어갈 돈이 적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식 새끼들이 아버지 중환자실에 눕혀 놓고 '왜 이럴 때 필요한 보험 하나 들어 놓지 않았냐'며 원망을 하는 거야."

"기가 막혀서. 지들 뒷바라지하고 집 사주고 공부 시키고 하느라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이제 와서 병원비 부담시킨다며 뒷소리 하는 거 보고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 하긴 병원에서 보호자들끼리 보험에서 얼마 나왔네, 얼마 받았네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식새끼들이 그럴 수 있냔 말이지. 자식들 다 필요 없더라. 나 애들한테 들어가는 보험 다 해약해서 내 보험으로 돌렸다. 내 새끼라고 다르겠나 싶어서 말이야."

친구에게 니 애들은 착하니 그러진 않을 거라며 말뿐인(?) 위로를 했지만 듣는 저 역시 씁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40대를 넘어 50대로 넘어가고 있는 우리 세대. 우리의 부모들은 우리를 당신의 종신보험이며 연금보험이며 의료보험으로 살아 오셨겠지만 정작 부모의 종신보험을 담당했던 우리의 자식들은 우리의 보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100세까지 보장되는 보험입니다. 이 보장은 오늘이 마지막이구요. 서둘러 전화주지 않으시면 가입이 불가능하세요. 생각은 나중에 하시고 먼저 전화부터 주세요."

정말 전화를 돌리고 싶은 심정이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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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