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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인간적으로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자신의 과거를 파는 사람이다. "내가 옛날에 뭘 했는데"라고 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미화하거나 변명하려는 사람들이 그렇다. 옛날에 소위 '운동권' 출신이었다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다. 한나라당에도 그런 사람들은 많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학생운동하다가 감옥 갔다온 경력이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사느냐일 것이다.

 

예전에 운동권이었다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지금 뉴라이트의 선봉에 서서 시민단체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 시민단체에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젊은 활동가들도 있다.

 

시민운동을 제압하겠다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왜 이명박 정부의 칼날이 최열을 겨냥했을까? 그리고 국가정보원은 왜 박원순에게 주목했을까? 그들이 최열, 박원순을 타겟으로 삼은 것은 이런 대표적 인물들의 힘과 영향력만 제거하면 시민운동을 평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운동은 한 두 사람만 제압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녹녹하지는 않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그들 스스로 1등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등 신화가 강한 나라이다. 시민단체도 큰 단체 중심으로 알려져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이런 소위 메이저(Major) 단체들의 명단이 더 늘지도 않고 더 줄지도 않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이들 단체들과 이 단체들을 만든 대표적 인물이 정권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민운동은? 아마도 다시는 이런 메이저 단체들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은 변했고, 시민운동도 변화된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을 돈과 권력으로 제압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한국의 시민운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사실 한국 시민운동의 기반은 이제 제법 넓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이들 단체들은 대다수가 "등 단체"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자기 분야에 집중하는 단체들이 메이저단체들과 같이 연대 성명서를 내면, 언론보도에서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00개 시민단체들은"이라고 지칭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등 단체"들이야말로 한국사회의 보물들이다. 이 단체들은 지역에서, 그리고 환경, 여성, 복지, 인권, 평화 등의 주제를 가지고 시민들을 만나고 시민운동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래서 몇몇 단체들만 제압하면 시민운동 전체를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정권의 착각이다.

 

또한 보조금으로 시민단체들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오산이다. 우선 정부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단체들이 많다. 그런 단체들에게 보조금을 가지고 들이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프로젝트를 받던 단체들도 이제는 그에 대한 의존을 끊어가고 있다. 이 정권 하에서 나름대로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10주년과 새로운 진화  

 

한편 시민운동은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민운동이 제일 잘나가던 시절은 필자의 기억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권력화'까지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영향력이 '양날의 칼'이었던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다행히 이명박 정권은 시민단체들이 성찰하고 자기 자리를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시민운동의 거품을 빼고 시민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그런 속에 최근 여러 시민단체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민들과 더 폭넓게 만나고 전문분야의 운동을 더욱 깊게 하려는 노력들도 하고 있다. 아예 재창립을 선언하는 단체들도 있다. 인터넷 기반의 시민운동과 예산감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라이버시 등의 주제를 다뤄온 '함께하는 시민행동(www.action.or.kr) 이 그런 예이다.

 

관찰자로서 보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참 대단한 단체이다.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고 10년을 버텨 왔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의 운동을 개척해 왔다.

 

그런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9월 23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냥 맞는 것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은 '단체 해체하냐?'고 할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다른 조직 못지않게 변신을 잘 하지 못하는데,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는 단체가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앞으로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핵심사업 영역이었던 예산감시운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동을 독립시킬 예정이다. 예산을 낭비하는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에 '밑빠진 독'을 들고 다니며 예산감시운동을 하던 것을 독립시켜 더욱 전문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운동도 독립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시민들과 더 폭넓게 만나기 위한 '시민학교'도 추진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시민단체에서 모색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정치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할 곳은 시민단체 외에는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9월과 10월 초에는 시민단체들의 후원행사들이 몰려 있다. 사실 시민단체들의 재정은 늘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소액회비와 후원금 말고는 기댈 데가 없다. 우리 사회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들에 힘을 보태주자. 아무리 둘러봐도 순수한 열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여기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하승수 기자는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변호사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함께하는 시민행동 10주년을 맞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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