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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정책이 쏟아집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제대로 잘 닦아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서울환경연합, 커뮤니티 '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자출사)과 함께 최근 자전거정책 중 자전거등록제에 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출사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독자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보고 관련 기사를 내보냅니다. 9월 15일에는 관련토론회를 마련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아들이 5살 때 일이다. 자전거를 가르쳐 볼 요량으로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준 적이 있다. 그 자전거와는 인연이 맞지 않았는지 사준지 3일 만에 멀쩡한 자전거를 놀이터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전거도난 역사는 꽤 오래 됐다. 영화계의 고전으로 불리는 <자전거도둑>은 1948년에 상영됐다.
 자전거도난 역사는 꽤 오래 됐다. 영화계의 고전으로 불리는 <자전거도둑>은 1948년에 상영됐다.
ⓒ 자전거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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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자전거의 금전 가치보다도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안고가야 할 잃어버린 자전거에 대한 상처와 세상을 바라보는 첫 불신의 시선을 더 염려했다. 3일 동안 동네를 몇 바퀴씩이나 도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지만 결국 잃어버린 자전거는 찾지 못하고 말았다.

그 때 아이에게 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떤 형이 자전거가 정말 타보고 싶었나 보다. 아마 하루쯤 지나면 가져 올 거야...'

그 후 3일이 지나 자전거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들의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거봐...아빠 말이 맞지?. 형이 자전거 가져다 놨잖아...자전거 다시 만나니까 좋아?'

지금은 성장하여 더벅머리 총각 행색을 하는 아들 녀석이지만 그 녀석에게도 이미 오래전에 자전거를 잃어버린 비밀스러운 전력이 있는 것이다.

언제인가 녀석에게 '새로 사준 자전거 잃어버렸던 옛날 일 기억하니?' 하고 물었더니 녀석은 10여년의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일임에도 그때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내게도 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집 나간 자전거가 다시 돌아오는 운 좋은 기적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내 자전거는 아주 특별한 자전거였다.

이렇게 말하면 높은 가격을 내고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기천만원짜리 자전거를 떠올릴 테지만 세상에 한 대뿐인 내 자전거, 마음 주고 정을 쏟아 손때가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래서 특별한 자전거다.

자전거를 볼 때면 지난 몇 년간의 시간들과 외롭게 라이딩하며 지나던 지명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던 오지의 신선한 바람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내 자전거의 가치는 금전적인 평가를 거부할 것이며 나와 나이를 함께 먹어왔던 소중한 동료와 같다. 어찌 세상에 더 이상 좋은 자전거가 있을까?

내년부터 자전거 등록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식(확정적인) 발표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며칠 뒤 따라붙었지만 그래도 자전거 등록제에 대한 소식은 자전거를 아끼는 한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는 '도난자전거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다. 이 게시판에서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볼 때면 '어쩌면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자전거 도난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자전거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자전거도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자전거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자전거도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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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차대번호로 분실 자전거를 찾다

도난 게시판에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유년시절 예고 없이 겪었던 잃어버린 자전거, 오랜 친구를 잃고 찾기를 포기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서던 무거운 발걸음이 추억 속에서 서슴없이 솟아난다.

자전거 등록제가 시행된다 한들 하루아침에 지금과 같이 연일 발생되는 도난 건수가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헛된 희망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발생되는 도난에 대한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몇해 전부터 자전거 동호회나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한 자전거 동호인들의 자발적인 자전거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도난시 소유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측면과 분실시 자전거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일 것이다.

지난해 카페에서 발생된 일이다.

한가한 오후 시간을 지나 서둘러 퇴근을 준비하는 동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비올까님이시죠?"

이야기는 5분여나 이어졌다. 이야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우리 카페의 회원 한 분이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자전거를 샀다고 했다. 그런데 어렵게 산 자전거가 카페 내 마련된 '도난게시판'에 도난자전거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를 산 이 회원은 도난등록된 자전거의 차대번호와 중고로 산 자전거의 차대번호를 대조해 봤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중고자전거가 이른바 장물임이 확인된 것이다.

장물을 취득한 것임을 알고는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에서는 차대번호의 대조를 통해 도난당한 자전거와 같은 자전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판매자 연락처를 확보한 경찰은 절도범을 검거했고 결국 자전거는 서울을 떠나 부산까지 팔려가는 신세가 된 후에야 서울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난 도난당한 회원을 찾는 글을 카페 내에 게시하였고 3일 만에 반가운 소식을 직접 전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어디 자전거 한 대쯤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자전거의 도난은 우리 일상에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자전거등록제 시행은 자전거를 도난당한 후 이를 찾기 위한 방책으로는 그다지 효용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사회에 방치된 무기력한 죄책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일이며 자전거 절도 행위 역시 엄연한 절도죄에 해당되는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첫발일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 처지에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등록제 토론회
■ 일시 : 2009년 9월 15일(화) 오후 2-4시
■ 장소 : 서울시의원회관(시의회별관) 2층 대회의실(시청역 3번 출구)
■ 순서
1. 인사말 : 하지원(서울기후행동 위원장, 서울시의원)
* 좌장 김정수(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2. 주제발표
① 발제1 : 자전거등록제의 필요성 및 전국적 도입방안 제안(이원영, 오마이자전거 운영자)
② 발제2 : 국내외 자전거등록제 도입사례와 시사점(오수보, 자전거21 사무총장)
3. 지정토론
* 이재영(대전발전연구원 박사)
* 이구창(모바이크 이사)
* 이주수(서울시의원)
* 오종렬(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 운영자)
4. 종합토론

※ 이번 토론회는 오마이TV가 생중계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독자 여러분은 '자전거 등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래 댓글에서 '찬성'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반대'를 눌러주세요.

덧붙이는 글 | 김지회 기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매니저입니다.



태그:#자전거, #자전거등록제, #자전거 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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