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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서 영향력 있는 목회자 가운데 하나인 김진홍 목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싸고 논란의 와중에 휩싸였다. 그는 노 대통령의 서거가 자살이라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지목하고 모방자살의 여파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그를 자살로 몰고 간 정황과 세력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권력 옹호라는 또 다른 비판을 낳았다. 사람이 그저 목숨을 끊는 일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연유와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는 일방적 매도는 고인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최근 <미래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이에 김진홍 목사의 생각과 발언을 근거로 그의 정세인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검토해보자.

 

"나는 워낙 '배째라'하는 성격... 다행히 잘 잊어버리는 국민이라"

 

김진홍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열기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한다.

 

"국민 여론이나 사회분위기가 차분하지 못하고 허공에 뜬 거 같아요. 할 말은 하고 애도를 해야지, 순교자처럼 만들면 본질에서 벗어난 거죠. 벌써 노 대통령 따라 죽은 여고생이 나왔잖아요. 그걸 걱정한 겁니다."

 

그는 국민들의 슬픔과 자발적 추모 열기를 차분하지 못하다고 비난하고 허공에 뜬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렇다면 5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그저 분위기에 휩싸여 애도했다는 이야기가 되고 차분한 성찰 없이 죽음에 대해 아파했다는 말인가?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죽었다고 하는 것을 단순히 모방 자살이라고 평가하고, 그 안에 담긴 애정과 아픔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그의 죽음은 결코 단순한 사건이 아니며 국민들 스스로도 몰랐던 국민적 사랑이 집약된 현장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김진홍 목사는 이 죽음을 비판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아파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살피고 이렇게 애도하는 국민들 앞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다 겸허해져야 할 것을 주문했어야 했다. 또한, 따라 죽는 사람들을 우려했다면, 아무리 마음 아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현실에서 살리기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는 위로와 격려가 더욱 필요했던 것 아니겠는가?

 

그에 더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순교로 만들었다고 못마땅했는데 이는 그의 죽음이 놓인 맥락과 정치적 타살의 성격에 무지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순교적 차원의 평가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여기는 일각에서는 그가 지향해왔던 가치가 민주주의이고 그 민주주의가 압살 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죽음이기에 순교라는 인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김 목사가 말해야 할 것은 그러한 죽음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의 회복이 중요함을 역설했어야 했다.

 

또한,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잦아드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망각을 비웃었다.

 

"나는 워낙 '배째라'하는 성격이니까 웃지만, 우리 교인 중에서 섭섭해서 교회 안 나오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두레교회 인터넷이 마비되고, 그냥 안 둔다는 전화가 빗발쳤죠. 그냥 안 둬 봐라, 신경 안 쓴다, 그러고 말았지요. 지금은 조용해요. 다행히 잘 잊어버리는 국민이라….(웃음)"

 

결국 이 사회의 집권세력 내지 주류는 이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망각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망각하고 망각하기를 바라면서 이 사건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려는 노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는 이 사건이 망각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는 것을 발견하고 신앙적 해석을 제시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김진홍 목사는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출발점이 비슷합니다. 바닥에서 어금니 물고 쌓아 올라왔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지 못했습니다. 신앙에 의지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지요.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에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악물고 살자'하는 게 이명박·김진홍 스타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나라도 죽었을 거다'고 했는데, 그것도 비관적인 견해지요. 생각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아들에게 '나를 본 받으라'고 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너는 그러면 안 돼'라고 할 정도면 다시 생각해봐야지요. 큰 가치관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복잡한 건 인위적이에요."

 

김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관적 사고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해야 그 평가가 균형잡히고, 두 사람이 일생을 통해 지향해온 가치가 무엇인지 정리해야 옳다. 한 사람은 오로지 사적 이해에 사로잡힌 욕망의 정치에 몰두해온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생을 살았다.

 

사적 이해에 사로잡힌 인물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악한 모습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해, 다른 한 사람은 있던 권력도 내려놓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력을 다해왔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고 낙관과 비관이라는 적용의 의미도 없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일과 관련한 자신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깊은 성찰을 하는지 말하고 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교회와 백성을 섬기는 데 꼭 필요한 일이냐 아니냐를 1주일 정도 깊이 기도하고 생각한 뒤 해야 될 일이라는 확신이 오면 두 번째 질문을 합니다. 좋은 일이라고 내가 다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이냐, 다른 사람이 해도 되나'를 따져봅니다. 내가 할 일이라는 결론이 나면 '지금 해야 할 일이냐, 나중 미뤄도 되나'를 결정해야죠. 지금 해야 한다는 확증이 오면 '돈이 없다, 조직이 없다, 노하우가 없다'에 관계없이 무조건 합니다. 뉴라이트도, 30대에 빈민촌으로 들어갈 때도, 두레교회를 시작할 때도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달 정도 생각하고 기도하고 평가하는 기간을 가지면서 그걸 글로 남겨 책을 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죽어야 하나, 깊이 생각했다면 결과가 달라졌겠지요. 삶과 죽음은 하나다, 멋있는 얘기지요. 그래도 죽으면 안 됩니다.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고의 대통령 될 겁니다"

 

한때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하고 빈민들을 위해 살아왔다는 사람이 이 사회의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뉴라이트의 선두에 선 변치고는 설득력도 없고 자기성찰의 깊이도 엿볼 수 없다. 이것은 그의 전향에 대한 변명으로 들린다. 원칙을 세운 뉴라이트 활동이라고 하지만 그것으로 해서 이 사회는 과거회귀의 역주행 체제로 가고 있지 않은가? 그에 대한 성찰의 편린도 없다. 결국 그는 자신의 원칙에 담긴 내용보다는 자기가 얼마나 힘들게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두레교회 목회와 두레마을 운영을 하면서 뉴라이트까지 하느라 기력이 많이 쇠했어요. 하루에 서울 수원 대구 옮겨가며 강연을 7번 한 적도 있어요. 우리 교인이 6000명인데 힘들지요. 과부하가 걸렸어요. 그동안 힘든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천국에 가는 게 신청제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힘들어도 내세관이 있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해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면서 힘겹다고 호소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들어야 할까? 이와 함께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하고 있다.

 

"이명박이라는 상품 자체가 좋았다. 친북 좌파가 지나치게 왼쪽으로 쏠려 국민들의 우려가 깊었어요. 누군가 깃발을 들어줄 필요 있었는데 뉴라이트가 타이밍에 잘 맞았던 거죠. 맨 처음 뉴라이트 시작할 때 한동대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가 보수주의자 되었다고 교수도 동료도 공격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요. 아들한테 '2년만 지나면 사회 자체가 보수로 회귀한다. 나는 시대정신을 앞질러 가는 거다'라고 얘기했는데 달라졌죠? 뉴라이트를 적절한 시기에 시작한 거, 단기 목표를 성취한 거, 제때 끝낸 거, 제자리에 돌아온 거, 다 만족하고 다 좋습니다."

 

이명박이라는 상품이 어째서 좋은 것인지 그의 생각을 더 들어보자.

 

"시간이 문제지, 좋아요.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고의 대통령이 될 겁니다.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건데, 대통령의 일하는 솜씨가 시간이 좀 걸립니다. 금년 들어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으니 내년에는 확실히 좋아질 거고 퇴임할 때는 좋은 대통령으로 박수받고 나갈 것으로 100% 확신합니다."

 

그의 눈에는 경찰의 폭력과 광장 폐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정책, 무모한 4대강 정책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용산참사도 그의 뇌리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에 불과하다. 이렇게 현실을 알지 못하면서 이명박 상품론을 펼치는 그의 논리는 어떤 현실적 적합성이 있겠는가? 그는 이명박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조급성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나선다. 

 

"그 조급성이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는데 조금 자제할 때도 됐지요. 하느님이 보우하사, 애국가를 잘 지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온 것만 봐도 그렇죠. 다른 사람이 되었다면 경제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겠어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까지 들먹인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합리적 토론은 거의 불가능해지는 지경이 된다. 공권력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대통령을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라고 하고, 매일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그가 과연 과거에 빈민운동을 했던 사람인가 싶기 조차하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그의 옹호와 신뢰는 극에 달한다. 

 

"최상의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분 솜씨를 아니까, 일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걱정 안 합니다. 첫해는 죽 쑤고, 2년째 감 잡아서, 3년째 속도 내서, 물러날 때는 박수 받고 물러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20년 동안 매주 만나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거부하고 있는 인물을 이런 평가로 추어올리는 것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그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한다. 

 

"그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례입니다. 박근혜 의원은 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일 따름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대통령과 비교하는 건 밸런스가 맞지 않는 일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박근혜 의원도 유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돕지 않으면 박 의원도 불리해집니다. … 이 대통령은 치밀하고 일에 대한 감을 잡는 데 도사급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김진홍 목사는 이제 어떤 지점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

 

"장점은 인내심이 깊다는 것과 일을 천재적으로 잘한다는 점 그리고 안에서 정리된 투지가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스킨십이 약하다는 건데 단점이라기보다 팔자라고 할까요. 여의도와 언론 풍토를 싫어해서 투자를 안 해요. 탁월한 사람일수록 밑에 사람이 적지요. 나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데 대통령 되기 전에 이명박 장로와 얘기하다가 그 탁월성에 깜짝깜짝 놀란 적이 많아요."

 

결국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탁월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그 탁월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별일 없이 산다'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다…. 

 

니가 깜짝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없다

 

이번 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없이 산다'

덧붙이는 글 | 한종호 기자는 <기독교사상> 편집주간입니다. 이 기사는 <기독교사상>과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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