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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일은 촛불 시위가 벌어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처음 서울 광화문 한 모퉁이에서 시작된 작은 촛불은 그해 6월10일에는 100만 촛불로 커졌습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찬사에서부터 '비조직적 대중운동의 한계'라는 비판적 시각까지 촛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다양한 평가를 받는 촛불 시위를 다시 조명해보고 미래를 살펴보는 '촛불 그후 1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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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월 빠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 정국이 벌써 1년 전 일이다. 그날의 기억이 뚜렷할수록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황당하고 허망하다.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논란이 됐던 안전성 문제는 그리 개선된 게 없다.

우습게도 우리 정부가 내팽개친 먹을거리 문제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걱정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그토록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다우너 소(downer cow, 주저앉는 소) 도축을 금지시켰다.

맺힌 게 많아서인지, 아니면 '복수혈전'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인지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미국산 쇠소기는 미국의 선물"이라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인 국민들은 그 '선물'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0월 7369톤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11월 5530톤, 12월 4469톤, 올 1월 4468톤, 2월 3157톤 등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소비자로서 애써 거부하면 뭘 하나.

이명박은 '복수혈전', 오바마는 다우너 소 도축금지

정부가 쉽게 열어 놓은 문으로 역시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캐나다와 EU의 쇠고기가 호시탐탐 우리의 식탁을 엿보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은 되고 왜 본인들 SRM은 안되냐는 것이다. 하긴, 미국 SRM과 유럽 SRM이 뭐가 다르겠나. 사실 이런 문제, 모두 지난 촛불 때 시민들이 경고했던 것들이다.

이쯤에서 다시 우희종(51)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광우병 전문가로, 오랫동안 그 위험을 경고해 왔다. 그리고 작년 촛불 정국 때는 과학자로서 정부의 거짓말을 비판했고, 여전히 그 목소리를 줄이지 않고 있다.

우 교수는 "정부는 작년에 일본, 대만 등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정을 맺을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안하면 우리도 재협상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는 작년 촛불의 주장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고 당장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교수는 "정부는 미국도 지키지 않는 국제수역기구(OIE) 기준을 마치 과학적인 것인양 주장했기 때문에 캐나다와 EU에서 쇠고기 수입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들의 압력을 피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또 우 교수는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관련 "나도 정운천 전 장관과 정부를 비판했는데, 차라리 검찰이 나를 수사했으면 좋겠다"며 "<PD수첩> 수사는 한국의 언론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일부 과학자들이 과학적 사실 대신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과학자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의 과학적 소신을 밝힐 줄 알아야 한다"고 부화뇌동하는 과학계에 쓴 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아래는 지난 2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우희종 교수
 우희종 교수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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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달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우너 소(downer cow, 주저앉는 소) 도축과 식품유통을 금지했다. 이는 결국 작년에 미국 (쇠고기 유통)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한 사람의 말이 옳았다는 걸 증명한다. 또한 지금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된 캐나다산 생우(生牛) 수입을 금지하려는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30개월 이상 소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고, 빨리 미국도 강화된 사료조치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작년 촛불정국 때 우리 정부는 미국이 강화된 사료조치를 곧 시행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내 말은 모든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이야기 뜻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미국 사람들 수없이 먹는데 왜 자꾸 수입을 반대하냐'고. 그런 사람들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국제공항을 여행해 보라고. 공항에서는 외국의 농축산물 들여오는 걸 엄하게 금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축산물이 다 위험해서일까? 아니다. 그럼에도 공항에서 외국의 농축산물 유입을 금지하는 건, 그것의 유입과 함께 들어올 질병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쇠고기 반대하는 촛불의 주장도 '미국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으니까 더 엄격하게 수입하자' '왜 그렇게 문을 쉽게 열어 주느냐'였다. 그런데 수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주장을 너무나 유치하게 받아들여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 먹는데 왜 위험하다고 하느냐'식의 논리로 호도했다."

- 결과적으로 다우너 소 도축이 금지됐으니 더 안전해진 건 맞지 않나. 
"그렇다면 작년에 미국 쇠고기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을 다 만족시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의 불안정한 것 중 하나가 개선된 것뿐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과학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국제수역기구(OIE) 기준은 통상 기준이고, 과학적인 기준은 EU에 마련돼 있다. EU에는 'EU 기준은 과학기준이고 모든 회원국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명문화 돼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2010년까지 변경 못하도록 못 박아 놨다. 거기 보면 지금 우리가 수입하게 돼 있는 창자들은 다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이다. EU에서 (창자는) 쓰레기로도 못 버리고 완전히 소각해야 한다. 멕시코도 미국에서 창자는 수입하지 않는다. 바로 옆 나라도 수입 안하는 걸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다. 왜 1년이 지금 시점에도 일본이나 대만은 여전히 (미국 쇠고기 수입에) 옛날 기준을 적용하는데도 WTO 제소를 안 당하는지, 그리고 바로 옆 나라인 멕시코도 왜 창자를 수입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바로 올해 2009년 스위스에서 나온 문서를 보면 창자 전체가 왜 SRM인지 과학적 기준이 다 나와 있다. (이런 과학적 기준이) 미국에 적용되지 않는 한, 수입 조건은 여전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다우너 소를 도축하지 말자는 건 굉장히 부분적인 것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입장이라는 게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한우도 안전검사 제대로 안 하는데 왜 수입 쇠고기에만 뭐라 하느냐'고. 나는 그런 사람은 정말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 같다. 자기 집에 상한 음식 있다고, 또 돈 주고 상한 음식 사와야 하나?"

"자기 집에 상한 음식 있다고, 또 돈주고 상한 것 사와야 하나"

-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부진하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반짝 올랐던 적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이미 수입됐다가 검역 문제 때문에 풀리지 못했던 것들이 유통되면서 나타난 효과다. 또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국 쇠고기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을 했던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안정기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 실제로 시중 식당을 가 봐도 미국 쇠고기를 쓴다는 식당을 거의 볼 수 없다. 다 예상했던 상황 아닌가. 미국 쇠고기 판매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이 분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야만 한다고 본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리고 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2008년 6월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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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영향도 있지 않겠나.
"당연하다. 이야기했듯이 미국 쇠고기가 다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입하는 입장에서 보면, 과학적 수준에 맞는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건 건 확실하다."

- 캐나다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라며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했고, EU도 미국과 동등한 기준으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작년 촛불정국에서 우리가 염려했던 것들이 그대로 지금 현실화됐다. EU도 그런 요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정부가 OIE기준을 마치 과학적 기준인 것처럼 주장했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겠다. 영국도 광우병 통제국이다. 만약 어떤 악덕업자가 소각해야 할 창자를 수출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은 그걸 막을 길이 없다. 왜? 우리는 이미 괜찮다고 이야기했으니까."

-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나.
"내가 봤을 땐 정부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잘못된 협상을 인정 안하고 지금까지 끌고 왔다. 하지만 정부에게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을 때, 그것이 첫 번째 시정의 기회였다. 하지만 정부는 시정하기는커녕, 안전성이 보장됐고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회는 작년 촛불이 처음 시작됐을 때였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나. 정부는 보완책 마련한다고 했으면서도 기회를 놓쳤다. 명박산성을 쌓고 그냥 밀어붙였고, 촛불을 무조건 좌파로 매도했다.

그리고 지금이 세 번째 기회다.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캐나다 관점은 간단하다. OIE 기준에 따라, 그리고 미국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OIE 기준이 과학적인 게 아니라는 걸 정부가 인정하고, 과학적 기준은 EU의 기준을 따르겠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작년 미국과의 협상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정부가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

한편 다른 방법으로는 현재 미국이 캐나다에 이야기하는 논리를 우리도 그대로 쓰면 된다. 두 나라 모두 광우병 통제국이지만 미국은 캐나다 것 한국식으로 무조건 수입 안한다. 만약에 OIE 기준 적용한다면 캐나다에서 다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소송 내고 그러한 수입을 저지하려고 한다. 우리만 바보처럼 OIE기준으로 다 수입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미국보다 훨씬 더 강화된 사료조치를 하고 있고, 광우병 통제 시스템이 잘 돼있다. 하지만 현재 광우병 발생국이다. 우리는 광우병을 차단했다는 효력이 인정될 때 수입하겠다는 논리로 나가야 한다. 이번에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전체가 어그러지고 나중에 조정하려면 모든 단추를 다 풀어야 한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에 태극기를 꽃아 놓았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2008년 6월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드에 태극기를 꽂아놓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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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기회를 놓친 정부... 이제 전세계 SRM이 몰려온다"

- 미국과의 재협상 길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일본, 대만 등이 한국이 미국과 맺은 수준의 협정을 할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안하면 우리도 재협상 하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말대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났고, 주변국이 전혀 바꾸지도 않았다. 미국이 일본, 대만을 WTO에 제소 안하는 걸 인정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 작년 촛불의 주장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재협상을 안 할 것이다."

- 결국 조만간 우리나라가 전 세계 SRM 집합소가 될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돼 버렸다. EU가 미국과 동등한 기준으로 쇠고기 수입을 요구했을 때 우리가 안 들어 줄 수가 없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잘못을 인정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런 계기마저도 없다."

-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먹을거리 안전을 스스로 챙겨야 할 것 같다.
"정책은 소비자, 정부, 생산자, 과학자 등 모든 집단의 의견을 종합해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 과학자 의견 등은 모두 배제되고 정부 의견만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소비자 운동으로서 자기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다."

-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점에 대해 많은 글을 쓰고 이야기를 했다. 정부의 압력 같은 건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검찰이 <PD수첩>을 여전히 수사하고 있는데, 차라리 나를 수사했으면 좋겠다. 나는 작년에 정부가 거짓말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 차라리 나를 명예훼손으로 수사하면 열심히 내 이야기 하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안정성도 문제지만, 정부가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땐 과학계의 의견을 수용해야 했다. 그런데 과학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정부 측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국제적인 과학 사실을 왜곡시켰다. 이건 단순히 쇠고기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적 목적 때문에 과학을 왜곡했다면, 진정한 과학 발전과 과학문화를 형성할 수 있겠나. 

정책 입안자들은 사실 광우병을 잘 모를 것이다. 그 때 주위에 있는 과학자들이나, 이런 저런 과학 관련 협회장, 혹은 관계 부서의 과학자들이 정책과 관련된 정확한 이야기해야 했다. 그런데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던 과학자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무조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이) 안전하다고 했다.

일부 과학자들이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한 것이다. 심지어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말한 과학자들은 황우석 박사 사건 때 '영혼의 오케스트라'라고 찬양하던 사람들이었다. 통찰력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과학계를 대표하는 듯 의견을 내고 있다. 또 그런 사람들은 여권과 가까우니 높은 자리 차지하고 실세가 됐다. 광우병 분야 전문가도 아닌데 '정부가 옳다'고 이야기하고···.

이런 거 자정하지 못한 과학계의 문제도 크다. 부화뇌동하는 과학자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정치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서 안타깝다."

- 현장의 과학자로서 많은 자괴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경제적인 목적으로 과학적인 언로가 막힌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

 검찰이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8일 오전 MBC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가운데, MBC 노조원들이 출입구를 봉쇄한 채 검찰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검찰이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8일 오전 MBC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가운데, MBC 노조원들이 출입구를 봉쇄한 채 검찰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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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부와 정운천 비판, <PD수첩>말고 나를 수사하라"

- 검찰이 MBC <PD수첩>을 아직까지 수사하고 있다.
"<PD수첩>의 해당 프로그램은 탐사보도였다. 방송국의 탐사보도는 일반 과학 교양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느 사회의 문제점을 잡아내고 그것을 시청자에게 제시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용어로 바꿔 보도해야 한다. 그랬을 때 당시 상황에서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를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곱병)로 했건, 반대로 vCJD를 CJD로 했건, 그건 자연스런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언론도 아레사 빈슨 문제를 취재 보도할 때 이걸 섞어 썼다. 또 일반인이 말했을 때 vCJD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도 CJD로 해도 되고, 국제기준으로 보면 vCJD는 CJD의 한 유형이다. CJD는 상위 개념이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더라도 뜻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은 탐사보도에서 학술대회처럼 정확한 용어를 안 썼다고 따지는 것이다. 심지어 학술대회에서도 학자가 용어를 혼동해서 썼다고 징계하지는 않는다. 더 우스운 것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PD수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프로그램 내용에 고소인의 이름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정 전 장관은 고소를 하고, 검찰이 그걸 받아들였다. 차라리 정 전 장관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면 좋겠다. <PD수첩> 수사는 한국의 언론을 말살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찰이 이렇게 나오는 건 '너희들이 정부를 비판하면 끝까지 이렇게 하겠다'는 걸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언론 장악과 통제의 본보기다."

- 많은 국민들이 황우석 박사 사태와 광우병 논란 때 과학 공부를 했고, 지금 같은 경제 위기 때는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그게 불행이라고 본다. 황 박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광우병 논란 역시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이 배아복제, 혹은 광우병 같은 거 알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된 정책 입안자들이) 지킬 걸 지키면 전혀 알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들이 지키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고 일반인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황 박사 사건에서 (정부가)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개인의 영달 문제가 깔려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전문가 회의도 없이 이뤄졌다. 한쪽에서는 (정부의 수입이) 무조건 옳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가. 다행히 몇 십만 명의 시민들이 시청에 모였다. 이들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주장을 했는데, 정부가 끝까지 소통을 안했다.

황 박사 사건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다 벌어졌다. 황 박사 팀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과학자 집단에서조차 소통을 안했다. 의지했던 건 오직 <사이언스> 논문의 권위였다. 마찬가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 정부는 (국민, 전문가들과) 소통 없이 확 협정을 맺어놓고 OIE라는 권위에 의존했다. 그런데 미국도 OIE 기준 안 지킨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니까, 정부는 말을 바꾸기 시작한다."

"황우석 찬양했던 일부 과학자, 이젠 청와대 눈치 봐"

 우희종 교수
 우희종 교수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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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EU와의 협상 등 앞으로 광우병 논란은 또 벌어질 것 같다.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 운동밖에 없다고 보나.
"당연히 국민들은 소비자 주권 운동을 해야 한다. 학계는 작년 정부의 협상이 옳았는가를 끊임없이 과학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런데 학계도 연구비 지원을 정부에서 받다보니 올바른 말을 제대로 못한다. 정확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과학계에서도 자정 능력이 없다. 

결국 NGO 진영에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들도 요즘 철저히 통제를 받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소비자 운동과 더불어 언론에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잊혀지지 않도록 하고, 언제든 다시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지적했듯이 과학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면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 같다.
"요즘 과학 연구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안 된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과학자들은 자신의 과학적 소신을 밝혀야 한다. 연구비를 받았다는 건 국민의 세금을 받았다는 것이고, 자기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이 논란이 되면 당연히 나와서 이야기 하는 게 사회 구성원의 의무와 책임이다. 

과학자가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이야기가 다르게 전달되는 건 아닐까'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 국내 과학자들이 진짜 과학자였으면 좋겠다. 너무 정치적인 과학자들이 많다. 친 여권에 붙건 아니건 사고방식 자체가 정치적이다. 이 사회에서 과학자 집단이 해야 할 몫이 있는데, 활동 자체가 정치적이 되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 그러면 과학자와 일반인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져야 하나.
"과학자는 전문화된 집단이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과학적 사실보다 과학문화에 대한 접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자와 일반인 사이의 연결고리는 당연히 언론 매체가 담당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만남은 과학을 최상의 수단으로 보게 하는 과학주의를 일반인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 과학적인 게 아니면 다 아니라고 보는 관점, 즉 과학을 하나의 종교로 가르치게 되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 과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일 뿐이고, 과학도 한계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과 일반인의 만남이 관 주도로 이뤄지면서 생산력 향상과 효율, 그리고 돈을 만드는 내는 것만이 과학의 역할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 과학주의 말고, 과학은 인간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한계는 무엇인지 고민돼야 한다.

과학은 어떤 점에서 좋고, 그것을 어떻게 인간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등 과학문화로서 만남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 안에서 과학자는 사회와 일반인의 시각도 검토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 걸 배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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