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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때면 우리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게 있다. 100만 톤의 흙모래로 동북아를 생지옥으로 만드는 황사. 10년 전까지만 해도 봄철 이틀이 고작이었다. 이젠 거의 한 달이다. 불었다하면 10만 톤의 미세먼지를 한반도에 쏟아놓는다. 호흡기질환 등 건강에 치명타를 준다. 항공기결항부터 반도체업체까지 산업에 미치는 피해만 GDP의 1% 수준.

 

답답한 건 주의보 말고 달리 할 게 없었다는 것. 하지만 희망을 만드는 '작은 거인'이 있다. 국제환경가버넌스인 '테라시아' 구축을 외치며 '녹색 만리장성' 터를 닦는 '푸른아시아'(사무총장 오기출)가 그 주인공. 10년 '공든탑'을 담은 보고서가 4월 초 나왔다.

 

'우공이산(愚公移山) 프로젝트'라는 작은 이름이 붙었다. 큰 이름은 '푸른아시아, 동아시아 사막화·황사 방지 10년 활동보고서'. 늘 그렇지만 공적인 건 따분하고 엄숙하다. 그래서 부제가 더 눈에 띄는지 모른다. 어리석은 이가 산을 옮길 수 있는 건 능력 가진 자를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제대로 명명된 것인가?

 

돌팔매 하나 들고 싸우겠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의 넓은 땅을 가진 나라. 지구온난화로 지난 50여 년간 기온이 지구 전체평균보다 2배가 넘게 올랐다. 이른바 동아시아 산업화 피해가 고스란히 이 지역에 집중돼 나타난 것. 드넓은 대륙의 90%가 황사를 부르는 사막화 위기에 처했으니 한국의 쪼그만 시민단체 하나가 이를 저지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다윗이 돌팔매 하나 들고 나선 꼴.

 

하지만 무시하지 마시길. 어리석다고 비웃는 것도 금물. 우주 공간에서도 보인다는 인류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인 만리장성이 바로 그 땅에서 그들의 땀방울로 생겨나지 않았던가. 주변만 맴돌면 궁금증을 키울 테니 단도직입이 좋겠다.

 

몽골의 사막은 주로 남부에 있다. 그 곳을 고비라 부른다. 이 사막이 북동과 북서쪽으로 확산되는 걸 이른바 폭 6백미터 크기의 '녹색 만리장성'을 쌓아 막겠다는 것. 관건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바로, 푸른아시아가 나섰고, 국제환경가버넌스인 '테라시아'(테라=대지+아시아)로 실현하겠다는 것.

 

좀 더 쉽게 말하면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 아시아 나라가 재정·행정적으로 힘을 합치고, 푸른아시아가 지난 10년간 성공시킨 시뮬레이션과 모델을 몽골 민관합동 시스템을 총가동해 전국화 하겠다는 것. '녹색 만리장성' 예정지 주민들의 가난을 해결한다면 1석2조로 성공가능성이 더 크다는 실마리에서 출발했다.

 

'오마이' 연재보도 오롯이 담아

 

'작은 거인'이 10년간 쌓은 '푸른 공든탑'은 이제 갈림길에 섰다. 사막화를 저지하는 '푸른 만리장성'이 되느냐, 아니면 모래성이 돼 허물어지느냐? 동아시아의 생존이 걸린 문젠데 50% 확률의 도박을 할리는 만무할 터. 그렇담 목표 완수냐 아님 조금 성공하느냐로 갈리지 않겠나?

 

푸른아시아의 '우공이산 프로젝트'는 조금 더 야심차다.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것. 하지만 단체 혼자 자화자찬 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일본, 중국, 몽골 그리고 한국의 정부와 시민사회·기업이 마음과 힘을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저 혼자 잘난 척 할리도 없을 터.

 

이 보고서는 그간 노력을 돌아보고 그 희망을 직접 가져보라는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을 끌어들여야 하니까. 걸어온 길을 언론보도로 되돌아보는 형식을 빌렸다. 기자가 작년 5월부터 두어 달간 현지를 취재해 10차례로 연재했던 '오마이뉴스' 보도도 실렸다.

 

'녹색 만리장성'을 구축하려고 지난 4~5년간 치밀하게 실험해왔고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 개의 모델인 '바양노르솜'·'바가노르구' 조림사업을 엿볼 수 있다.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는 황사의 현황과 원인, 몽골·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력을 키우고 있는 단체의 활동상, 몽골 사막화 방지사업의 전망도 실려 있다.

 

'조용한 죽음' 동아시아 덮어

 

지구온난화는 이제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재앙이다. 영화 '투머로우'에서 실감했듯이. 하지만, 픽션이라니 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대낮이 칠흑 같은 밤이 되는 황사공포는 직접 봤지 않은가. 독일의 본에 본부를 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럭 나카자 사무총장은 사막화를 '지구촌의 조용한 죽음'이라고 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가장 크게 드리운 곳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혹여 아직도 전시행정을 하려는 당국자나 언론플레이에 능한 환경운동가가 있거든 꼭 읽어보길 바란다. 황사나 사막화, 지구온난화 특종을 하고 싶은 언론매체가 있거든 연락하시고. 지구촌을 살리는 확실한 사회연대를 고민하는 시민도 한 번 보시길. 비매품이지만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성싶다.(www.simin.org)


태그:#푸른아시아, #지구온난화, #몽골사막화, #기후변화, #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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