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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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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하얀 목련을 바라보고 있으면 봄이 물씬 느껴진다. 목련은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데, 큼직하게 생긴 흰 꽃에는 난초와 같은 은은한 향기가 있다. 마치 하얀 꽃등을 수없이 켜 놓은 듯 먼 곳에서도 유달리 환하게 보이는 목련은 봄이 오면 우리들의 마음을 몹시 설레게 한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한 목련나무는 키가 클수록 더 아름답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하얀 목련꽃을 올려다보면 아기 피부처럼 뽀얗고 탐스러운 그 자태에 누구든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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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 양희은의 노래 '하얀 목련' 일부

하지만 여느 봄꽃에 비해 빨리도 가 버리는 하얀 목련의 봄은 가슴 한 자락에 묻어 둔 아픈 옛일처럼 애달프기만 하다. 우아하면서도 화사한 모습으로 봄 거리를 술렁이게 하는 목련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늘 잊지 못하는 것도, 또 하얀 목련이 피어나는 봄이 올 때마다 자꾸 가수 양희은의 노래를 내가 흥얼거리게 되는 이유도 어쩌면 그것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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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지난해부터 부쩍 목련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향긋한 목련차 때문이다. 지난해 봄, 키 큰 목련나무를 몇 그루 가지고 있는 가까운 지인을 찾았을 때 일이다. 내 단골 카페의 주인이기도 한 그녀가 자기 집에 피어 있는 목련꽃을 금방 따 오더니 뜨거운 물에 우려낸 뒤 그 꽃차를 한 번 마셔 보라고 내게 권했다.

목련을 차로 즐긴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때라 목련차를 처음 맛본 그날, 나는 은은한 봄 향기를 들이마시는 것 같은 즐거움에 흠뻑 취해 버렸다. 올 봄에도 그때 그 목련차 맛을 잊지 못해서 나는 지난 21일에 하얀 목련도 볼 겸 향긋한 목련차도 마시고 싶어 친구와 함께 그곳에 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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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목련차가 만들어졌습니다! 
 향긋한 목련차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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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련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목련꽃을 땄다. 목련은 보통 꽃잎이 6∼9장인데, 그 집의 목련 꽃잎은 9장이었다. 따 온 꽃잎들을 하나하나 떼어 깨끗한 물에 먼저 씻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말리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씻은 꽃잎들을 뜨거운 물에 넣고 바로 우려낸 꽃차를 즐겼다.

목련 꽃잎은 하얀색이지만 뜨거운 물에 우려낸 목련차는 노란빛을 띤 맑은 꽃차이다. 따끈한 목련차를 마시고 있으면 왠지 자연을 마시는 기분이라고 할까, 하여튼 향긋한 봄을 들이마시는 행복에 푹 젖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신이(辛夷)라고 부르는 목련은 코막힘,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과 두통 치료에도 좋다고 한다.

봄, 봄, 봄이 왔다! 올 봄에는 눈부시게 하얀 목련을 바라보며 따끈한 목련차 한 잔으로 향긋한 봄을 마셔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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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하얀목련, #목련차, #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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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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