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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전경 고려대학교 전경
 고려대학교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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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지난 10월 실시한 수시 2-2학기 입학전형에서의 고교등급제 도입 및 공정성 여부가 연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교등급제란 대학입시에서 고교를 등급화해 대학 입학 전형에 반영하는 제도로 3불 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 중 하나다.

이와 관련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과영역 90%, 비교과영역 10%를 반영하여 선발하는 이 전형에서 특정 특목고 학생들이 무더기로 합격하고 내신 성적이 훨씬 우수했던 일반고 학생들이 탈락했다"며 "공표된 입시전형에 따를 경우 이런 입시결과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능과 무관하게 학생부 성적으로만 합격여부를 가리는 전형임을 감안할 때, 특목고에 가산점을 주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형 응시자 중 특목고 학생은 10명 중 6명, 심지어 내신 7~8등급까지도 합격한 반면, 일반고 학생들은 내신 1~2등급인데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원외고의 경우 응시자 212명 중 190명이 합격함으로써 89.6%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교과·비교과를 망라해 내신 성적이 보다 우수한 학생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이번 고려대 수시전형의 공정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려대 측은 현재 "입시 발표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공개하면 수험생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입장만 밝힌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민주당, 전국 시·도 교육위원을 비롯한 각종단체들의 해명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13일 열린 대교협의 윤리위원회도 고려대 측의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 부족하다며 추가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또 한나라당과 정부는 15일, 대교협이 대학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골자로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 "등급제, 시대 역행하는 교육정책"

 박재균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박재균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 장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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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학생회 또한 입시자료 공개 요구 및 항의기자회견을 여는 등 학교 측의 성실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만난 박재균(물리학과 05)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우선, 학교 측이 이번 수시 합격자 선발의 정확한 과정과 기준을 밝힘으로써 의혹을 제대로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며 "객관적인 사실들이 고려대학교의 입시부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당국이 해명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대교협으로 대학 입시에 관한 권한을 넘긴 상태인데, 대교협은 사립대 총장들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단체"라며 "대교협의 조사가 제대로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3불 정책 폐지를 비롯하여 대학자율화로 인해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고교등급제를 비롯한 3불 정책을 폐지해서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를 실시하게 된다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공교육 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이번 입시에서 논란이 된 고교등급제가 사실이라면 결국 대학자율화를 한다는 건데,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목고 학생이 입시에 유리하게 되면 특목고를 가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이는 사교육의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결국 이는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교육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고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와 맞물려서 극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가 대학입시 자율화의 최전선에 서서는 안 된다"며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박씨는 최근 들어 고려대가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교육'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대가 어윤대 총장 시절부터 글로벌을 많이 외치면서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거나 외국어 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며 "학문으로써 공부하고 탐구하는 게 아니라 입시에서부터 학생들을 그 기준에 맞춰 고르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부터 학교 측이 원하는 것을 갖춘 학생들을 우대 선발해서 좀 더 글로벌하게 키우겠다는 건데, 학교에서 얘기하는 '글로벌'이라는 것이 결국 2015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것"이라 "그렇게 때문에 입시에 있어서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학생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 없이 시장, 경쟁 논리를 도입해 성과 위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내부 여론도 '부글부글'... "학교는 원칙 밝혀라"

 이번 고려대 수시모집 전형에선 내신과 비교과 영역 모두 뒤처지는 학생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고려대 수시모집 전형에선 내신과 비교과 영역 모두 뒤처지는 학생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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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입장에 공감하고 있는 재학생을 비롯한 학교 내부 여론도 이번 일에 대해 대체적으로 싸늘한 편이다.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의 고대 입시 의혹 관련 글(시사매거진 2580, 뒤죽박죽 고려대 입시)에도 "쪽팔리다. 대통령 나왔다고 대놓고 맘대로 노는구나(국가犬權위원회)", "요즘 학교 왜 이러나요(물렁이)", "아무튼 이걸로 학교 먹칠하고 재학생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은 사실(고냥팟)", "대충 봐도 뭔가 이상하긴 하잖아요(Island)"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가정교육과에 재학 중인 최진영(24)씨는 "학교가 기존에 제시한 '내신'이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지금까지 어느 정도 유지해오던 공정성을 흔들었다"며 "비단 고려대 뿐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명확한 선발 기준을 제시해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고 수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학교 측이 선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고려대 요즘 왜 그래?'라고 물을 때마다 속상하고 더 이상 그런 질문을 받기 싫다"며 난색을 표했다.

사회학과 안상균(26)씨도 "공개 못 할 원칙은 없다고 본다"며 "선발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학교가 원칙을 갖고 학생을 뽑았다면 당당히 원칙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며 "학부모는 소위 SKY(서울·고려·연세대)에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학교는 효율과 경쟁력을 생각해 학생을 선발하며, 선발한 학생을 다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더 우수한 학생 뽑겠다는데 무슨 문제?" 의견도 

 외고 졸업생의 지난 3년간 고려대 진학 현황 및 2012년 1단계 합격 예상(교육과학기술부 자료 분석).
 외고 졸업생의 지난 3년간 고려대 진학 현황 및 2012년 1단계 합격 예상(교육과학기술부 자료 분석).
ⓒ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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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몇몇 학생은 학교 측의 대응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계학과 재학생은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유의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재학생은 "그동안 고려대학교가 다른 명문대에 비해 '고학생이 많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로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를 가져왔던 게 사실"이라며,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은 학생들을 뽑아 학교 이미지를 재고하는 게 왜 문제가 돼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대교협 윤리위원회의 조사과정 추이를 지켜보며 이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박재균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고교등급제로 인한 대학자율화의 문제 뿐 아니라 등록금 인하 요구 등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게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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