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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의 <동물의 감정>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의 <동물의 감정>
ⓒ 시그마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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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한 신문에 두 마리 유기견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죽은 암컷의 시신을 지키고 있던 수컷개. 그 개는 누가 암컷의 시신을 만지기라도 하면 짖으며 내내 시신옆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연은 얼마 전 칠레의 한 고속도로 CCTV에 찍한 한 영상을 떠오르게 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자신의 동료의 사체를 끌어내려고 애를 쓰는 개 한 마리. 차들이 미친 듯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개의 모습은 마치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마지막 가는 길에 예의를 갖춰 장레를 치뤄주려는 인간의 의식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이 장면이 몇몇 똑똑한 개들에게만 있는 특이한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동물행동학 연구성과에 따르면 이 장면은 특별한 개들에게만 국한되는 행동이 아니다. 동물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감수성을 가진 존재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동물이 움직이는 자동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대과학의 발전은 자연의 영역을 비이성과 무지와 미신의 저편에서 객관적인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비교 연구한 최초의 과학자는 찰스 다윈이었다.

그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지성과 정서의 뿌리가 동물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이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진화의 연속선상에 있어 신체적 정서적 특성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들은 긴밀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쌓기 위해 감정을 진화시켜 왔다. 결국 동물들간의 차이는 종의 차이라기 보다 정도의 차이일수밖에 없다.

다윈은 하등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고통, 행복과 불행을 분명히 느끼며 인간과 고등동물의 정신능력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생각은 혁명적이라기 보다 불순한 것으로 여겨졌다. 한낱 동물 따위가 어찌 인간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결국 20세기 초까지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의 행동을 신경을 통해 받은 자극에 대한 반응 그 이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인간의 지성과 정서의 뿌리는 동물에게 있다

이후 1973년 노벨상을 받은 콘라드 로렌츠는 동물의 행동을 실험실에서가 아닌 자연 상태 그대로 관찰하는 비교행동연구의 기반을 닦았다. 이런 관찰방식은 이후 동물사회의 구성원이 스스로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제인구달의 연구방법으로까지 발전했다. 제인구달과 함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모임’을 조직한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의 <동물의 감정>은 60년대 이후 동물을 현장에서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발전한 진화론적 생물학, 인지동물행동학, 사회신경과학 등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의식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현대과학이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뇌 구조를 가지며 기쁨과 같은 감정의 기반이 되는 동일한 신경화학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더욱 객관화되었다. 생태학자 조이스 풀은 만약 동물들이 전혀 감정이 없는 자동인형에 불과하다면 인간의 감정이 어디서 나타났겠는가? 라고 묻는다.

다윈의 말처럼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감정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동물을 가까이 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예들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UCLA연구자들은 76명의 심장발작 환자들을 선정해 조사했는데 개와 상호작용을 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불안지수가 24퍼센트 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만약 동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동물들과 유대관계를 맺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감정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삶에서 일차적 감정이다. 는 다윈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이것은 동물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진화는 감각기관을 발달시켰다. 우리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진화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재미있도록 만들어왔다. 그런데 놀이행동을 하는 동물들을 보면 놀이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물의 놀이에는 상호관계, 협동, 공감, 도움이라는 마치 인간사회에서 보편적 가치기준이 되는 도덕률이 존재한다. 놀이를 하지 않는 동물들은 놀이를 하는 동물들에 비해 사회생활을 잘 하지 못하며 더 동정적인 동물들이 생식성공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던 다윈의 주장은 옳다. 이에 따라 저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다. 적자생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협동이다. 10년전만 해도 동물의 도덕성을 논하는 것은 냉소를 샀다.

전통적으로 도덕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배타적인 권리였다. 그러나 많은 생물학자 신경과학자 철학자 동물행동학자들은 도덕성이 여러 종의 동물들에 있어서 진화했던 광범위한 적응전략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동물의 도덕적 행동이 인간의 도덕적 행동과 똑같다는 말이 아니다. 도덕성은 한 사회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내면화된 규칙이다. 동물의 사회적 놀이 행동을 통해 관찰해보면 동물도 인간과 유사한 공평성 감각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간성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일 뿐이다. 인간에게는 종교적 의식과 윤리가 있으며 동물들에게는 행동의 도덕률이 있다.

과학의 발전, 윤리와 동정심이 바탕이 되어야

저자는 과학자이다. 그는 현대과학의 위기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최첨단 항공기를 만들고 있는 나라에서 추운 겨울 난로 하나 집안에 들일 수 없는 노인이 살고 있는 삶의 모순. 과학을 위해 동물실험을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에서 해마다 동물실험을 거친 약품의 부작용으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현실. 과학자들이 실험대상인 동물들에게 번호를 붙이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고 동물과 감정을 주고받게 되면 잔인한 실험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동물에게 잔인한 실험을 하는 과학자에게 "당신의 개에게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떨까. 과학이 진정으로 인류를 위한 과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불확실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포기해야 한다. 과학만이 가치에서 자유롭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면 외딴 섬에서 무가치하고 잔혹한 실험을 하는 모로박사만을 양성할 뿐이다.

마크 베코프는 현재의 과학이 견실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윤리와 동정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단 동물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자비심은 자비심을 낳는다. 즉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인간에 대한 자비와 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바람이나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저자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이타성을 발견해 인류에게 닥친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최근의 과학적 성과는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을 사용해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때 뇌의 쾌감영역이 극도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인간에게는 협력을 위한 강력한 신경회로가 있고 사람들은 서로 협력할 때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한다. 협력하면서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인간의 행동방향은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  도덕적인 개체들이 덜 도덕적인 개체에 비해 더 적응을 잘 한다면 도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그저 동물만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취미생활이 아니라 과학의 변화, 인류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고는 인간과 동물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마크 베코프의 이 책은 15년간 중국 곰 농장의 압착 우리에서 사육되다 구조된 반달곰 재스퍼와 뉴욕대학 연구실에서 220회의 마취용 창을 맞고 간 검사 28회 골수검사 2회 림프절 검사 2회 백신 4차례 HIV 주사를 1만 회 맞은 파블로에게 헌정되었다. 인간은 지구별에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 동물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해온 것은 아닐까? 그 희생이 실지로 그다지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 더더욱 문제이다.


동물의 감정 - 동물의 마음과 생각 엿보기

마크 베코프 지음, 김미옥 옮김, 시그마북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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