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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에서 20년째 젖소를 키우는 김주석씨가 송아지한테 우유를 먹이고 있다.
 함안에서 20년째 젖소를 키우는 김주석씨가 송아지한테 우유를 먹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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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송아지 참 귀엽네요."
"뭐, 귀엽다구요? 우리한테는 …."

2대째 젖소를 키우는 김주석(46)씨에게 인사차 건넸다가 들은 대답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귀엽다"고 했던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미젖을 뗀 송아지는 귀여웠다.

기자는 소의 해(기축년)를 사흘 앞둔 29일 오후 김씨의 우사를 찾았다. 경남 함안군 여항면 내곡리에 그의 우사가 있다. 요즘 젖소(육우)를 키우는 농가들이 높은 사료값에다 낮은 육우값으로 울상이라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갔다.

김씨는 20년째 젖소를 키우고 있다. 아버지(71)와 어머니(70)가 하던 일을 이어받았다. 부모님들은 30년 가까이 낙농업을 해왔는데, 김씨와 같이하기 시작한 게 20년 전부터다. 가족이 먹을 정도의 벼농사도 짓지만, 젖소를 키워 살림살이도 하고,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부인은 가정살림을 주로 하고, 가끔 부모님들이 우사에 나와 일을 돕는다.

최근 사료값 인상 등의 이유로 낙농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최근 사료값 인상 등의 이유로 낙농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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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사 세 동 안에 모두 70마리 젖소가 있다. 어미젖소가 40두이며, 나머지는 송아지다. 어미젖을 뗀 지 1주일 된 송아지 5두가 작은 우리 안에 있다. 어미젖소가 40두 정도면 송아지는 15두 안팎이면 적당하다. 지난해까지는 적정규모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송아지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송아지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주석씨는 "2만원, 3만원이 뭐요. 안 사가니 계속 늘어나는 거죠"라고 말했다. 최근 젖소 송아지 값이 폭락하면서 사가는 농가가 없는 것이다. 수컷 젖소를 '육우'라 하는데, 젖소중에 육우 송아지 값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이다.

젖소는 생후 26~27개월 정도면 젖을 생산한다. 생후 16~17개월 정도면 수정 과정을 거쳐 새끼를 배는데, 10개월 만에 송아지를 낳는다. 송아지를 낳고 난 뒤부터 우유를 생산하는 것. 송아지 값이 형편없다 보니, 젖소를 키울 경우 26~27개월 뒤부터 수익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김주석씨의 우사에 있는 젖소 40두는 요즘 하루 1톤 가량의 우유를 생산한다. 값으로 치면 75만원 정도다. 한 달이면 2100만원 정도. 요즘 김씨의 수익은 이것밖에 없다. 이전에는 송아지를 팔면 돈이 되었는데, 송아지를 사가는 사람이 없으니 수익도 없는 것.

김주석씨는 송아지 값이 폭락하자 시름에 잠겨 있다.
 김주석씨는 송아지 값이 폭락하자 시름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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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을 따져보니, 사료값이 80% 가량이다. 지난해까지 어미 젖소 1마리가 평균 하루에 9천~1만원 정도의 사료를 먹었다. 지금은 먹는 양은 같지만 비용은 두 배 이상 들어간다는 것.

여기에다 4억원가량의 빚에 대한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 우사를 짓고 개·보수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갔다. 정부의 정책자금도 빌려 썼지만, 빚이기에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

김주석씨는 "우유 짜서 70마리 젖소 먹여 살리면 적자다"고 말했다. "적자인데 왜 키워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이것밖에 할 게 없지 않느냐"면서 "내가 안 키우면 저 소들은 다 어떻게 되겠능교"라고 대답했다.

20여년 전 젖소 송아지 값이 얼마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더 놀랍다.

"20년 전에 송아지 1마리에 150만 원 했다. 그렇게 오래 전까지 갈 필요도 없다. 5~6개월 전 만해도 초유떼기 송아지가 60만원 안팎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만원, 3만원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다."

젖소 송아지.
 젖소 송아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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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육우 송아지 값이 폭락한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사료값 인상이 그것.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육우(수컷 젖소)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김주석씨는 "엊그제 사료값이 올랐는데 내년 1월에 또 오른다고 하대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료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젖소가 먹는 사료는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들어온다.

그는 "최근 환율 인상에다 기름값이 올라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환율과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젖소 사료는 우리나라에서 조달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젖소 사료는 한우와 다르다. 프로그램에 따라야 하며, 영양소가 다를 경우 우유 생산이 안 되기도 한다. 미국 조사료가 프로그램에 잘 맞춰져 있다. '호맥'이나 '보리총채' 등의 사료를 전적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에게 대책을 물었다. '송아지 가격 안정제'를 젖소에도 적용할 것과 사료값 안정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대답이다. 현재 송아지 가격 안정제는 한우에만 적용하고 있다. 한우 송아지 값이 165만 원 이하일 경우 차액을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제도다.

그는 "젖소 송아지도 일정한 가격을 정해 놓고 그 아래일 경우 정부에서 보전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료값이 안정되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아지한테 우유통의 꼭지를 물리면서 그가 말했다.

"내년에는 소띠 해라는데, 소가 대접받는 해가 되었으면 하네요."

젖소.
 젖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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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젖소, #사료값,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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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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