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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을 안 한 유기농 쌀. 껍질을 까면 녹색쌀이 나온다.
 농약을 안 한 유기농 쌀. 껍질을 까면 녹색쌀이 나온다.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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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내리쬐는 태양도 이제 안녕이다.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갔다. '벌교'하면 '꼬막'이 유명한 곳이다. 서울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한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도 알려졌다. 현부자네 집이 있고, 철다리도 벌교에 있다.

아빠께서 벌교에 가면 또 유명한 사람이 한 분 계신다고 했다. 그분은 바로 30여 년간 오로지 유기농 농사에만 전념하신 '강대인'이라는 농부다. 벼농사를 짓는데 색깔이 다섯 가지라고 했다. 흰쌀, 녹미, 적미, 흑미, 찹쌀 이렇게 오색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정말 궁금했다. 색깔별로 쌀이 어떻게 생겼을까? 색깔이 다르니까 맛도 다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쌀의 모양을 생각해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쳤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께서 벼의 껍질을 까서 예슬이한테 주었다. 쌀이 빨강색이었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께서 벼의 껍질을 까서 예슬이한테 주었다. 쌀이 빨강색이었다.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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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에서 상쾌한 풀냄새가 들어왔다. 심신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벌교에 도착했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를 만났다. 이런 말은 좀 실례가 되겠지만 연세가 조금 드신 것 같았다. 수염도 길었다. 진정한 농부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냥 평소에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농부와는 달리 어딘가 정겹게 느껴졌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시간! 볏논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볏논이 검거나 아니면 밝은 연두색이거나 색깔들이 각자 다 달랐다. 넓은 볏논에 색깔이 환상적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벼마다 이루는 껍질이 달라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더욱더 궁금증이 생겼다. 오색의 벼들을 하나씩 까서 먹어보았다. 벼마다 맛과 향이 달랐다. 아! 절대 농약을 한 것도 아니며 색소를 넣은 것도 아니다.

내가 예슬이한테 쌀 하나를 까서 주고 있다. 맛이 어떤가 보라고...
 내가 예슬이한테 쌀 하나를 까서 주고 있다. 맛이 어떤가 보라고...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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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껍질을 까면 갖가지 색깔이 나온다. 정말 신기했다. 이런 색깔의 벼가 있다니…. 밥으로 해먹으면 무슨 맛이 날까? 어떻게 변할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욱더 신기한 것은 그 농부 아저씨의 행동이었다. 논에서 손뼉을 치면서 쌀에게 잘 지냈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가 손뼉을 치면서 벼들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가 손뼉을 치면서 벼들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다.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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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옛날 생각이 났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수중 생물을 기르면서 그랬다. 난 고구마를 길렀다. 우리 반에서 나 혼자 고구마를 건강하게 키웠다. 난 고구마의 물을 갈아줄 때마다 많이 먹고 잘 자라라며 말을 걸어주곤 하였다. 그 고구마는 무럭무럭 자랐다. 난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날마다 더 신경 써서 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내가 직접 키운 고구마를 삶아 먹었다. 조금 팍팍하긴 했지만 정말 뿌듯했다. 강대인 농부 아저씨도 그런 맘이시겠지? 식물도 생명체라는 것을 이런 것에서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지켜온 땅을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못쓰게 할 수는 없다고. 이런 점에서 강대인 농부 아저씨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들판이 온통 시커멓다. 나와 예슬이가 시커먼 들녘을 걷고 있다.
 들판이 온통 시커멓다. 나와 예슬이가 시커먼 들녘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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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순천 고인돌공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순천 고인돌공원이다.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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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색쌀, #강대인, #보성, #고인돌공원,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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