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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를 서거나 농구를 하는 물개,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 허들을 넘는 곰을 구경한다면 어떨까. 그 행위 자체가 신기한 것만은 틀림없다. 물개는 평상시에 물구나무를 서지 않고 농구를 하지 않으며 코끼리도 그림을 그리지 않고, 곰 또한 허들을 넘지 않는다.

돈벌이 때문에 혹독한 훈련 받는 야생동물들

가까이에서 반려동물인 개를 훈련시켜 본 사람은 안다. 앉아, 일어서, 기다려 등 아주 기본적인 동작을 훈련시키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개는 인간과 정서적으로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에 다른 동물에 비해 쉽게 반응한다. 반면 개와 달리 인간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야생동물에게 이런 훈련을 시킨다면 어떨까. 그 훈련과정이 매우 혹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물론 개의 경우 대부분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에 걸맞은 예의범절을 가르치거나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 때문에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물구나무를 서는 물개와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의 경우는 다르다. 이 동물은 오직 인간의 오락거리와 돈벌이를 위해 훈련받는다.

태국의 코끼리쇼를 하는 조련사들은 항상 이런 도구를 소지하고 있다. 종종 태국코끼리들에게 가해지는 학대행위가 언론에 노출되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태국의 코끼리쇼를 하는 조련사들은 항상 이런 도구를 소지하고 있다. 종종 태국코끼리들에게 가해지는 학대행위가 언론에 노출되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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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면 이런 동물쇼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물개쇼는 오히려 진부한 편에 속한다. 최근 들어서는 쇼에 드라마나 이야기를 만들어 그 동물을 스토리에 참여시킨다. 그런데 이 내용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조련사가 동물에게 웃기는 포즈를 시키고 관객들이 이것을 보고 웃게 만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물 처지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억지로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물개에게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치게 마련이다.
▲ 물개쇼의 모습 물개에게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치게 마련이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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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쇼도 모자라 인간과 야생동물의 대결?

이런 쇼는 대중매체가 부추기는 경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국제적인 운동경기가 펼쳐지는 시즌이면 더하다. 2002년에는 오랑우탄에게 축구를 시키더니 급기야 베이징 올림픽에도 등장했다. 9월 15일 방영된 MBC의 <스타와 동물의 야생올림픽>이라는 추석특집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동물쇼의 방법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동물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열심히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9월 15일 방영한 MBC 추석특집 <스타와 동물의 야생올림픽> 한 장면
 9월 15일 방영한 MBC 추석특집 <스타와 동물의 야생올림픽>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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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11명의 사람들이 하는 줄다리기, 아기타조와 러닝머신 대결, 도마뱀과의 암벽타기 경주, 곰과의 허들경기.

과연 그 내용은 어떠한가. 거대한 무게의 코끼리와 11명의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한다면 그 승패는 쉽게 가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도중에 코끼리가 오줌을 싸자 삽시간에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코끼리가 오랫동안 소변을 보지 못했거나 긴장했거나 공포를 느꼈을 거라는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 앞에서 오줌을 싸는 저열한 존재로 전락했다.

MBC 추석특집 <스타와 동물의 야생올림픽>은 어린 타조와 출연자들이 런닝머신에서 달리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MBC 추석특집 <스타와 동물의 야생올림픽>은 어린 타조와 출연자들이 런닝머신에서 달리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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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끼리가 승리하자 출연자들은 단체전에서는 동물이 이겼으나 개인전에서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며 다음 경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개인전이라는 것이 다름아닌 아기타조와 런닝머신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이다.

타조는 태어나자마자 달리는 것이 습성이며 30km/h로 달리지만 인간의 최고 속력은 28km/h에 불과하다며 속력이 계속 올라가는 러닝머신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를 겨뤄보자는 것이다.

아직 너무 어린 타조가 러닝머신 위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어린 아기타조와 경기해 이기기 위한 집착이 부자연스럽다 못해 저열하기까지 하다.

장수풍뎅이를 출연자들이 골라 싸움을 시키는 것은 동물체험관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의해 투견이 금지되었지만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곤충이고 포유류가 아니라 괜찮은 것일까.

문제는 고통의 정도뿐 아니라 인위적인 싸움을 시키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이다. 나무 위를 긴 팔을 이용해 건너다니는 긴팔원숭이와의 구름사다리게임은 그나마 그 원숭이의 생태적 조건과 동떨어지지 않아 고통이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허들경기를 하기 위해 곰이 받았을 훈련과정은 어떠했을까. 곰에게 금메달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한들 곰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올림픽을 즐기려면 인간들끼리 즐겨라

올림픽을 즐기려면 인간들이나 즐겨라. 야생동물들에게 그 모든 행위는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자신의 생태적 삶의 조건을 박탈하는 학대행위이다.

동물쇼의 역사는 동물원의 상업적 발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간이 동물을 가까이에서 전시하고 즐기려는 습성은 역사적으로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다른 지방의 야생동물을 대규모로 포획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제국주의 시대부터이다. 열대와 아열대지방의 희귀동물들은 상인과 군인, 사냥꾼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포획되고 수집되어 전시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동물을 전시하는 것은 돈이 되었다.

이 제국주의 시대의 동물원은 현재 모든 나라의 동물원의 기본바탕이 되어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동물을 가까이에서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살던 지역의 생태적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고통을 받는 동물에 대한 동정 여론을 만들어냈다. 시민들의 항의를 받자 동물원은 동물원의 조건을 개선시켜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동물원에 들어가는 예산은 계속 증가했다.

한 지방동물원의 곰우리. 지방동물원일수록 재정이 열악하게 마련이다.
 한 지방동물원의 곰우리. 지방동물원일수록 재정이 열악하게 마련이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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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방법이 강구되어야 했다. 동물을 이용한 새로운 돈벌이들이 계속 필요했으며 동물을 이용한 쇼는 갖가지 방법으로 끊임없이 개발되었다. 사실 일정한 제한적 공간에 다종다양한 동물들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며 전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동물원은 100퍼센트 적자일 수밖에 없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동물원들은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80억대에 이르는 손실을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따라서 이런 손실은 대부분 동물쇼로 감당하게 된다.

어린이대공원의 쇼에 동원되는 코끼리들. 쇼가 없을 때는 발목에 쇠사슬이 묶인채 사람들 앞에 전시된다.
 어린이대공원의 쇼에 동원되는 코끼리들. 쇼가 없을 때는 발목에 쇠사슬이 묶인채 사람들 앞에 전시된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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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쇼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대부분 야생동물들이고 이들은 인간과 습성과 생활조건이 달라 인간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동물쇼의 내용은 대부분 동물을 오락거리, 유흥과 놀림거리로 만드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런 쇼를 대부분 어린이들이 본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동물들을 저열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동물쇼는 대부분 어린이들이 관람한다.
 동물들을 저열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동물쇼는 대부분 어린이들이 관람한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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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스테펀 켈러트(Stephen Kellert)의 연구보고를 보면, 철창우리 형태의 추한 감옥 같은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동물들에 대한 무관심과 공포심이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들 앞에서 묘기를 부리는 동물들은 아이들의 눈에 저열한 존재로 비춰질 수밖에 없고 이는 아이들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기에 즐겁고 좋은 것이라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즐거움 안에 이윤을 위해 힘없는 자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있다. 더군다나 이 관행을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한다면 더욱 문제이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태그:#동물오락, #동물쇼,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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