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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로 사라진 월드무역센터 현장 - 지금은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
 9.11테러로 사라진 월드무역센터 현장 - 지금은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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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센터 건물에서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세계금융센터 건물에서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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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5분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했고, 18분 후인 9시 3분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두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맨해튼의 상징이었던 쌍둥이빌딩 세계무역센터(WTC)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세계무역센터는 '상업쪽 국제연합'이라 불릴 만큼 세계 각국 무역사무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10층에는 전망대가 마련돼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쌍둥이빌딩과 허드슨강 사이에는 세계금융센터 건물이 있다.

쌍둥이빌딩이 사라진 요즘 또 다른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 관광객들은 테러 현장이 가장 잘 보이는 이 곳을 찾아 숙연한 모습으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짓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다. 경찰과 안전요원들로 보이는 정사복 요원들이 날카로운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철조망 사이로 조금만 틈이 보이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진다.

독일에서 왔다는 관광객에게 현장을 바라본 소감을 물었더니 "사건을 뉴스로만 봤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여기에 거대한 두 개의 건물이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란 원래 군대에서 사용했던 말로, 폭발이나 지진·전염병 등이 시작된 곳을 뜻한다. 9·11 이후 복구 작업 동안에는 이 자리에 엄청난 잔해가 쌓여 이곳을 '퇴적물 더미'로 불렀다가 잔해를 다 치우고는 '그라운드 제로'로 부른다.

현재 바닥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09년에 뉴욕의 지하철을 연결하는 '트랜스포테이션 허브'라는 거대한 환승역이 태어날 계획이다. 2012년에는 세계무역센터를 대신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또는 '프리덤 타워'라는 541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541m는 1776피트로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해를 의미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안보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UN빌딩, 자유의 여신상, 뉴욕증권거래소 등에는 관광객 출입을 금지시켰고, 주요 건물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신분을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

기적같이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고 보존된 세인트 폴 성당 내부에 고인들을 위로하는 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기적같이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고 보존된 세인트 폴 성당 내부에 고인들을 위로하는 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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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된 플라타나스 나무가 북쪽타워에서 날아온 수 톤의 잔해들을 막아 세인트 폴 성당이 무사히 보존됐다. 뿌리 부분에 철근이 박혀 있다. 사건 당시 쓰러져 죽은 그루터기를 기념하기 위해 보존하고 있다.
 백년된 플라타나스 나무가 북쪽타워에서 날아온 수 톤의 잔해들을 막아 세인트 폴 성당이 무사히 보존됐다. 뿌리 부분에 철근이 박혀 있다. 사건 당시 쓰러져 죽은 그루터기를 기념하기 위해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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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졌을 때 주변 거의 모든 건물이 충격을 받아 금이 가거나 영향을 받았지만 온전히 보전된 건물이 하나 있었다. 10여 m 길건너에 서있는 세인트 폴 성당이다. 수 톤의 잔해들이 날아왔지만 나무들이 방패막이가 돼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았다는 성당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같은 일이라고 여긴다.

이 성당은 9·11이후 죽은 사람의 혼이라도 좋은 곳에 가기를 빌어주는 현장으로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성당 앞 정원에는 사건 당시 날아온 철근 더미가 나무 밑둥을 쳐 죽어버린 플라타나스 나무 그루터기를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성당 안에는 한 유치원 어린이가 보낸 순직한 소방관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가 삐뚤빼뚤한 글씨 그대로 전시돼 있다.

"사랑하는 소방관 아저씨!
오늘은 행복한 발렌타인데이입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축복해 주실 겁니다.
평화를 만들어 주는 분들께 축복을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며
지상에 평화가 있기를…

사랑하는 줄리아"

사건 당시 죽은 소방관들의 모자와 부착물들.
 사건 당시 죽은 소방관들의 모자와 부착물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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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어린이들이 테러 당시 생명을 구하다 희생당한 소방관에게 보낸 편지들.
 유치원 어린이들이 테러 당시 생명을 구하다 희생당한 소방관에게 보낸 편지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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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뉴욕은 경제 손실보다 정신 손실이 더 컸다. 모든 공공 기관과 주요 건물의 검문검색이 강화되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사람들은 테러의 공포와 증오에 휩싸였지만, 끔찍한 충격과 고통을 함께 겪은 이후 서로를 위로해주고 다독거려주는 친절한 도시로 변모했다. 뉴욕시장 블룸버그는 "9·11이후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를 실감했기 때문이다"고 얘기했다.

심각하고 숙연한 얼굴로 현장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 사이로 그 때를 연상케 하는 사이렌 소리가 연신 들린다. 일행이 아울렛 매장으로 가는데 현장 옆 길바닥에 쓰러져 응급처치를 하고 구급차에 실려가는 환자에 많은 사람들이 비상한 눈길을 보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

부시 행정부는 테러 주모자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여 탈레반 정권에 보복군사작전을 감행했고 2003년에는 이라크까지 침공했다. 이라크와 전쟁은 현재 제2의 월남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증오는 증오를 낳기만 할 뿐이다.   

9.11테러 여파로 거의 모든 건물에 출입할 때는 신분을 확인한다. 이름표 같은 신분증을 붙이고 강의를 듣는 해외탐방단 일행들.
 9.11테러 여파로 거의 모든 건물에 출입할 때는 신분을 확인한다. 이름표 같은 신분증을 붙이고 강의를 듣는 해외탐방단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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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박원순과 함께하는 미국지역재단 둘러보기 탐방단의 일행으로 참여하여(9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쓴 글입니다.



태그:#지역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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