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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VEC-TV 의 '13News'에 출연한 로빈 빈슨(故 아레사 빈슨 어머니).
 WVEC-TV 의 '13News'에 출연한 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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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①] 아레사 빈슨의 진단명 'CJD→vCJD'

정지민씨, 당신이 주장한 '왜곡'의 핵심은 '아레사 빈슨의 MRI 상 진단 결과는 분명히 CJD였는데, 제작진이 그걸 인간광우병으로 몰기 위해 vCJD로 의도적으로 바꿨다' 입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내가 CJD라고 한 뒤 누군가가 vCJD로 바꿨다'고 묘사해 놓으셨더군요. 순간, '줄기세포 바꿔치기'란 옛말이 생각나 잠깐 웃었습니다. 그거 누군가가 바꾼 거 맞습니다. 담당 PD인 김보슬 PD입니다.

아레사 빈슨의 MRI 진단명은 정확히 'vCJD' 의심이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의 인터뷰

취재에 들어가기 전, 제작진은 먼저 미국의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통화를 해야 했습니다. 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고 취재를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통역자를 섭외해 몇 번의 시도 끝에 통화에 성공했고, 정확한 의사 진단명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MRI 검사 결과 vCJD 의심 진단을 받았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제작진은 '부검 결과가 나왔는지' 물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미국에 가서 어머니와 한 인터뷰 테이프는 모두 4권입니다. 의자에 앉아 한 인터뷰 상으로만 어머니는 열 번 가까이 '인간광우병 혹은 vCJD 의심'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그 사이 몇 번 CJD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 취재 중 PD가 위성으로 취재영상을 전송하며 전화로 했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인터뷰하실 때 중간 중간 vCJD를 CJD라고 표현하시는데 그건 모두 vCJD를 말하는 것이니 테이프 볼 때 헷갈리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나중에 테이프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누구든 인터뷰 전체를 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CJD는 vCJD의 상위개념입니다. vCJD를 CJD로 표현하는 경우는 있어도 CJD를 vCJD라고 표현하지는 않지요. sCJD를 CJD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도 인터뷰 때 vCJD를 CJD라고 표현하더군요.

정지민씨가 번역한 테이프 1+3

당신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원본 파일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신은 제작진이 어머니를 인터뷰한 테이프 총 4권 중 단 1권(40분)만을 번역했더군요. 그런데 당신이 번역했던 테이프 안에는 CJD니 vCJD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기억하시겠지요. 어머니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질문 던질 틈도 없이 매우 장황하게 혼자 말을 이어갔지요. 살아생전 딸의 자랑스러운 모습에서 시작해, 위 절제수술을 받고 무슨 증상을 보이고 약을 먹고 의사에게 가고, 그러고도 아무 소용이 없자 의사의 권고를 받고 MRI를 찍었지요. 공교롭게도 당신이 유일하게 번역했던 한 권의 테이프는 막 그 진단 결과를 듣기 전에 끝납니다.

"남편이 아레사로부터 수화기를 받아 내게 말했는데, 신경학자(신경전문의겠지요. 이 사람이 바롯입니다)의 MRI 결과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가 결과가 왔는데 안 좋다고 말했다. 어떻게 안 좋냐고 물었다. 남편은 말하길 너무 안 좋다고.. 의사들이 말하길 그녀가 매우 희귀한 뇌 질환이 있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광우병과 흡사한 병이라는 것이었다. (중략...) 나는 들은 말 때문에 너무나 충격 상태였고 정신 차리기 힘들었다. 신경학자가 돌아와서 남편과 내게.. 남편이 내게 대강 해준 이야기를 해주었다."(정지민씨가 번역한 원본)

여기까지가 정지민씨가 번역 당시 본 내용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의사로부터 들은 진단명은 정지민씨가 번역하지 않은 나머지 세 개의 테이프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이 인터뷰들 중 네 개가 7월 15일 이른바 '해명방송'에 나갔고, 그 중엔 'MRI 결과 vCJD'라고 하는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지민씨는 다른 주장을 하셨더군요.

"내가 번역한 40분 가량의 로빈 빈슨 인터뷰에서 증상, 진단 부분이 다 나왔다. 해명방송에서 나온 로빈 빈슨 인터뷰는 하나같이 내가 번역한 부분들뿐이었다. 왜 해명방송에서는 그런 부분을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특히, MRI 상 vCJD였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왜 사용하지 못했는가? 지금 와서 그런 게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정지민씨 카페 글)

제가 가진 기록으론 당신은 그 인터뷰들을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록은 번역료를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며, 당신이 스스로 목록을 작성해 보내준 메일을 토대로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당신 스스로 이미 '40분가량'이라고 인정하고 계시지 않나요.

아레사 빈슨 장례식 테이프

당신이 어머니 인터뷰 한 권 외 번역한 또 다른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레사 빈슨 장례식을 찍은 테이프 두 권. 정작 제작진은 장례식 그림만 쓰고 인터뷰는 눈여겨보지 않았었지요. 그 테이프는 미국 현지의 카메라맨을 따로 섭외해 찍은 것이었고, 나중에 제작진이 직접 어머니를 만나 정식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굳이 이 인터뷰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안에 각각 짧게 두 번, 총 8분간 인터뷰가 있더군요. 그리고 각각 한 번 병명이 나옵니다. 한번은 '광우병'으로, 한 번은 'MRI 통해 CJD 진단'으로.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여/@ 언제 광우병이라고 생각이 들었냐고요? 지금은 모르지만 광우병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형태가 원인이었다는 추측이 있다. 아레사는 MRI를 통해 CJD 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쿱스펠트-야커 병이라고 한다. 정말 잘 모르지만, 그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병이 내 딸을 내게서 뺏아간 것이라면 이것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알려지길 바랄 뿐이다. 상실감을 정말 크게 느낀다.

여/@ 우리는 그저 쇼크 상태다. 그렇게나 희귀한 병이었다는 것이...부검 후에도 정말 이 병이 사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쇼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정지민씨가 번역한 원본)

이것이 당신이 번역 당시에 본 유일한 '진단명'일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어머니 인터뷰 전문을 보고, 취재한 PD의 설명을 들었다면, 위와 같은 대목에서 'CJD'를 곧이곧대로 'CJD'라고 확신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런데, 위 인터뷰만 제대로 봐도 충분히 맥락이 이해되지 않나요?

어머니와의 재회

7월 초, 미국에 가서 어머니를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격앙돼 계셨습니다. 왜 자신의 말이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 언론을 이해할 수 없어했습니다. 제작진은 거듭 죄송하다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우리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다며 인터뷰도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다신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하셨지요. 대신 사실 관계는 다시 확인해주셨습니다. 그 중 몇 마디만 소개하겠습니다.

"당신들이 사과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했던 인터뷰, 그러니까 당신들과 했던 인터뷰는 이곳 미국의 언론들과 했던 인터뷰와 같았으니까요. 더한 것도 뺀 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단지 그 이야기를 보도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보건당국도 의심된다고 말했고요.

우리 딸은 변종 CJD(vCJD)에 걸렸다고 의심되었었습니다. MRI 결과가 그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CJD에 포함됩니다. 그것은 변종(v)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CJD에는 다른 종류들이 있지만 항상 변종 CJD로 의심되었었어요. 그 진단은 MRI를 통해 내려졌어요. 진단을 내리는데 유용하다고 인정받은 실험방식입니다."

아마도 어머니에게 전화했었다는 많은 언론사 기자들도 위와 같은 대답을 들었겠지요.

'CJD 가능성' 누락

정지민씨는 '미 언론에서는 CJD 가능성 언급했는데, PD수첩은 의도적으로 그 가능성을 누락시켰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보건당국의 보도 자료에도 그런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고 했지요. 이것은 <PD수첩>의 '객관성'을 의심받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네 가지 CJD 중 'iCJD'로 분류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수술 과정에서 sCJD 감염'을 의미하는 그 CJD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미 언론에 언급된 내용을 보고 취재과정에서, 그리고 방송 전 다시 한 번,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근거 자료도 찾아보았습니다. '수술 중 sCJD' 감염은 '신경' 관련 수술일 경우에 가능성이 있고, 감염됐다 해도 발병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잠복기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정지민씨도 아시다시피, 아레사의 경우 위장절제술은 신경 관련 수술이 아닌 일반 외과 수술이었고, 아레사는 수술 3주 후에 발병했지요. 혹시나 해서 아레사 빈슨이 수술 받았던 병원에 sCJD 환자가 있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없었다고 하더군요.

의사 바롯의 인터뷰에도 '수술 중 감염 가능성'이 나옵니다. 그가 말하는 건 '수술 중 vCJD 감염 가능성'이었습니다. 즉, '진단 결과 인간광우병이 의심되긴 하지만 그 원인이 쇠고기를 먹어서 생긴 건지 수술 중 혈액에 의한 감염 가능성인지를 알 수 없다'는 얘기였지요. 그 경우엔 다시 말해 인간광우병 환자의 혈액이 어딘가 돌아다닌다는 의미입니다. 방송에선 이 부분도 생략했습니다.

닥터 바롯의 자격

최근 '<PD수첩>이 자격도 안 되는 의사 말만 믿고 vCJD로 보도했다'는 의혹을 새로 제기하셨더군요. 아레사 빈슨의 신경과 주치의인 바롯 박사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를 하셨지요.

미안하게도 깨알같이 쓴 당신의 글들과 링크해놓은 근거자료들을 다 들여다보진 않았습니다. 그저 웃었습니다. 바롯이 전문의이건 아니건 그게 왜 중요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메인 작가였던 나는 지금도 그가 미국 의료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의사인지 모릅니다. 그것과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았다는 '팩트'와는 하등 관계가 없기 때문이지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이렇습니다. 보통 현대의학에서 vCJD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MRI 검사·EEG(뇌파 검사)·편도 생검·뇌척수액 검사 등이 있고, 그 중 MRI는 두 가지 구분이 가능합니다. sCJD(iCJD와 fCJD는 이 경우 의미 없으니 논외로 하죠)와 vCJD이지요. 시상베게 형태에서 sCJD와 vCJD가 다른 소견을 보인다고 합니다. EEG의 경우에도 sCJD는 이상이 보이고 vCJD의 경우 이상이 없다, 즉 차이가 있다 입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당신이 번역했던 1권의 테이프에 EEG 검사도 했다고 나와 있죠. MRI와 EEG, 두 가지 검사 결과를 두고 바롯 혼자서 진단을 내렸는지 다른 동료의사들이 같이 했는지 나는 모릅니다. 다만, 그 결과가 보건당국과 프리온 학회에 전달됐고, 그 후에 부검이 결정됐다는 것이 제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당신이 번역하지 않은 테이프에 이런 내용이 있군요.

"정부에서 접촉을 해왔나? / 네. 그게 법칙이에요. 우리 딸이 걸렸던 병처럼 희귀한 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이는 공공의 업무가 됩니다. 보건부가 관여하게 된다는 뜻이죠. 다른 주립 기관들도 관여하게 되는데 질병통제본부 CDC와 다른 몇 개의 단체들, 재단들도 관여했어요. 저는 놀랐어요. 우리 딸이 앓고 있을 수도 있는 이 질병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에 말입니다." (방송 후 재번역본으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이것으로 대신)

이들이 바롯의 '말'만 믿고 부검을 했을까요? 최종 결과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바롯의 의사자격을 문제 삼았을까요? 미국 언론도, 보건당국도, 심지어 어머니도 문제 삼지 않은 바롯의 '전문의 자격'에 왜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 그토록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4월29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4월 29일 MBC <PD수첩>이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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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보도자료 중 '미미한 가능성' 누락

'보건당국의 말은 참고 안 하고 바롯의 말만 듣고... 보건당국의 권위가 바롯의 권위보다 못했나?' 라고 하셨더군요. 정지민씨. 당신은 보건당국의 보도 자료를 번역하며 '아주 미미한 vCJD 가능성'을 읽으셨나요? 저는 '언론에 애써 vCJD 가능성을 축소하고 있는 듯한 보건당국'을 읽었습니다.

<PD수첩>이 보건당국의 보도 자료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은 건 보건당국의 '권위를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PD수첩은 취재원을 '권위'에 따라 구분하지 않습니다. 눈앞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문제는 권위가 아니라 '취재원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 여부에 따라 정부의 축산시스템에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며,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미 몇몇 언론에도 보도된 예민한 내용에 대해 보건당국이 어떤 보도 자료를 냈어야 했을까요?

정지민씨가 아시는 바와 달리, 당시 <PD수첩>은 보건당국을 뚫어보려 애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저 조사 중이며 개인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가 전부였습니다. 겨우 몇 마디만을 물어볼 수 있었지요. 그 질문과 답은 담당 PD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부검 중인가" 물었고 보건당국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인간광우병으로 확인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현재로선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자국 언론도 못한 취재를, 우리가 할 수 있었을까요?

아레사 빈슨의 사례는 <PD수첩>이 새로 '추적·발굴'한 내용이 아닙니다. 그녀가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던 건 미국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이지요. 그들이 어느 쪽에 - 어머니의 증언과 보건당국의 보도 자료 - 더 중점을 두고 보도했는지는 각 언론들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요. 미국의 언론보도 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한국 프로그램 <PD수첩>의 보도가 왜 '객관성'을 의심받아야 하는 걸까요?

'아레사 빈슨' 그리고 '아레사 빈슨들'

<PD수첩> '광우병' 편은 '아레사 빈슨의 죽음'을 다룬 특집물이 아닙니다. 그녀의 진단명을 두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혹시 다른 가능성은 어떤지,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프로그램도 아니지요.

아레사 빈슨 사례의 유일한 '팩트'는 '미국의 한 젊은 여성이 사망했는데,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 였습니다. 가능성이 크든 작든, 그 팩트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방송 한 달 보름 뒤, 결과적으로 vCJD가 아니라는 최종 부검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당시 상황에서 보도한 내용을 '오보'라고 부를 수 없음은 언론보도의 기본상식입니다.

아레사 빈슨 사건은 그 진단명만으로도 세계 언론의 관심사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미 보건당국도 꽤 긴장했던 사례라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첫 광우병 소가 발견된 후 5년. 그녀가 만일 인간광우병이 맞는다면, 미국 본토 거주인 최초의 사례이며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국인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봤다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부디 인간광우병이 아니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아닐 가능성'에 더 주목했겠지요. 그러나 제작진의 상식에 따르면, 협상 전 우리 정부는 ‘그럴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보여준 협상 결과는 그렇지 않았음을 말해주었고, PD수첩은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광우병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 당시의 문제의식까지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론 우리도 미국인들처럼 '아닐 가능성'에 더 주목해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는 판정이 나오면 가슴을 쓸어내리겠지요. 앞으로도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아레사 빈슨들', 그때마다 우린 그의 MRI 진단 결과를 두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을까요?

 'PD수첩'이 15일 밤,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를 방송했다.
 7월 15일 <PD수첩>은 'PD수첩, 진실을 왜곡했는가?'를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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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다우너 소 동영상과 광우병 가능성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한 건 왜곡"이라는, 보수언론들의 대문짝만 한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보고 적잖이 당혹스러웠습니다. 만약 광우병을 오래 연구해왔던 유명한 학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세계적인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제목에 '인용부호'가 붙어 있더군요. 정지민씨의 주장을 받아쓴 기사였지요.

다우너 소와 광우병의 상관관계에 대해 여기서 길게 다시 늘어놓진 않겠습니다. 미국 정부도, 우리 정부도, 한미 전문가들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을 저는 더 이상 당신에게 납득시킬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글 중 가장 눈에 띄는 한 대목만 언급해보겠습니다. 아마도 '다우너 소 동영상'에 대한 정지민씨의 인식의 한 면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참고로 도살 직전에 갑자기 쓰러지는 소들은 어릴 적에 읽은 탈무드에서도 나온다. 도살당하기 전에는 소가 알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고대부터 다반사라는 내용. 물론 특정한 원인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광우병일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광우병 의심 소"라느니 하는 자막을 만든 것이라 보기 힘들다. 참고로 앞글에서 말했듯이 이건 의역이나 오역문제가 절대 아니다. 과연 광우병의 1%, 0.001%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안고 만든 방송인지 잘 생각해보면 판단이 서리라 믿는다."(정지민씨 카페 글)

어릴 적 읽은 탈무드 속 주저앉는 소를 아무도 '광우병 의심소'라고 하지 않지요. 그 시대엔 '동물성 사료'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던 때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문장, "과연 광우병의 1%, 0.001%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안고 만든 방송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정확히 지적하셨습니다. <PD수첩>은 그 소들 중 1%, 0.001%라도 있을지 모를 광우병 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안고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 동영상 속의 소들 중 광우병 소일 가능성이 0.001%였다 해도 우리 정부는 '그 소들이 100% 다 광우병 소일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협상에 임했어야 한다는 게 제작진의 상식이었고, 역시 그렇게 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협상 결과를 지적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화면 속 다우너 소들 중 99%가 골절이나 노령으로 인한 질환, 혹은 당신이 언급했던 '피곤해서' 안 일어나는 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의 소가 광우병이 아니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전문가는 변형 프리온 0.001그램만 있으면 인간에게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소에서 나온 쇠고기를 먹었을 때 몇 명의 사람들이 감염될 수 있을지 상상하긴 어렵지 않지요. 개인적으로 작가인 저는, 취재 당시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질병의 원인이 푸드 시스템에 들어오면 그걸 정화하는 데 최소 10년은 걸린다'는 인터뷰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어야 하는지는 영국의 사례가 잘 말해주고 있지요. 10만, 100만, 1000만 마리 중 1마리라도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이 동물성 사료를 전면금지하거나, 전수검사를 하거나, 최소한 30개월 이상의 소들을 전수 검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동영상이 주는 제각기 '다른' 충격

정지민씨. 다우너 소 동영상, 충격적이지요. 맞습니다.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방송에 쓰도록 허락받아 PD가 가져온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 저도 대단히 충격이 컸습니다. 훗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건 '현실'이 주는 충격입니다. 우리가 그 동영상을 '연출'해 찍은 게 아니지요. 병든 소들이 검사 없이 참혹한 방법으로 억지로 일으켜 세워져 검사를 통과시키는 '미 축산농장의 현실'이 거기 담겨있었습니다. 인부들은 농장주의 명령에 따라, 다우너 소를 걸러내야 하는 1차 육안검사에 통과시키게 하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그 동영상이 만약 동물사료를 전혀 쓰지 않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청정국가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저 역시 당신처럼 '동물학대'만 보았겠지요. 그러나 그 동영상은 우리가 곧 쇠고기를 수입하게 될 미국 축산농장 내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동물사료로 인한 교차 감염 위험이 있고, 70% 이상의 소들이 이력 추적제 없이 이빨로만 월령 검사를 하며, 무엇보다 전제 도축 소 중 0.1%만이 광우병 검사를 받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 동영상이 주는 충격의 크기와 의미는 각자 가진 지식과 정보에 따라 달랐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동물학대'를 일삼는 인간의 잔인함과 ‘불법행위’라는 것만 보았겠지요.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진 이가 본다면, '허위·날조'라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도축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그 동영상을 본다면, 단박에 '광우병에 대한 검역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규정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지민씨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그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젖소 → 이런 소

"'PD수첩'에 나온 소들은 대부분 젖소"라는 제목의 기사 안에 이런 글귀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당신의 주장을 보도한 기사이지요.

"'PD수첩'에서 사용한 이 단체의 영상에 등장하는 소가 대부분 젖소. 젖소는 나이가 들면 결정적으로 칼슘이 부족해서 다우너 증상을 보인다."

"소비자들은 심지어 젖소까지 도축하는 것은 모르겠죠." 라고 말한 음성도 동물 학대를 고발하기 위한 취지에서 나왔던 것.

<PD수첩>이 '젖소→이런 소' 의역을 한 것은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한 의도적 오역이다. 위험하지 않은 젖소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바꾼 것이다'라고 주장하셨지요. 그러나 작가였던 저에게 '의도'를 물으신다면 '정반대'였다고 말해드리고 싶군요. 오히려 광우병 위험성을 '축소'했다면 모를까요.

<PD수첩>은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7월 15일 방송 당시, 문제가 됐던 마이클 그래거씨의 ‘젖소’ 인터뷰를 뒷부분까지 연결해 모두 공개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보거나 알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이런 소(젖소)가 도축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마이클 그래거씨 - 여기까지가 4월 29일에 방송된 인터뷰)

"그러나 미국에서는 젖소가 값싼 햄버거로 사용되기 전에 약 4년까지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육우는 오직 약 2년 정도가 지난 후에 도축됩니다. (젖소가) 4년을 살도록 허용되어 있다는 사실은 BSE와 같은 병원균에 잠재적으로 가능성을 부여합니다. 그것이 바로 왜 북미에서 발생한 BSE 사례 15건 중 대부분이 젖소에서 발견되었는가에 대한 이유이죠."(7월 15일에 나간 4월 인터뷰)

월령이 높아질수록 광우병 위험성 역시 높아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그런데, 방송 후 정지민씨는 카페에 엉뚱한 이야기를 하셨더군요.

"물론 그레거가 준 정보가 엄청 전문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취재자료에 없었던 내용이고 또 이것을 갖고 오역 아니었다는 입증을 받았다고 하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7월 15일 피디수첩은 그 정보를 "새로이" 얻어왔으면서 다음과 같이 나레이션을 내보낸다. (중략) 결정적으로, 4월부터 피디수첩은 그레거가 알려준 저 정보를 알고 "이런 소"라고 의역했다는 거다. 근데 그레거는 7월에 저 정보를 알려줬다. 김보슬 피디와 마이클 그레거 둘 중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탄 건가? ㅎㅎ "(정지민씨 카페 글)

당신은 이 인터뷰가 4월 방송 당시 취재자료에 있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당신이 번역하지 않은 테이프 안의 인터뷰이기 때문입니다. 다우너 소 동영상 관련 <PD수첩> 방송내용을 모두 과장, 왜곡이라 주장해왔던 정지민씨는 알고 보니 정작 동영상 제작자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래거 인터뷰 3권 중 단 한 권도 번역하지 않았더군요. 심지어 위의 '다우너 소 광우병 연결 왜곡'은 4월 29일 방송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장한 것이라지요?

당신이 보지 못했던 마이클 그래거씨의 인터뷰 안에는 '젖소'가 광우병 위험이 더 높다는 내용과, 다우너 소 동영상이 단지 '동물학대'만이 아닌 식품 안전 문제라는 인터뷰, 그리고 미국의 축산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다우너 소 동영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지요. 정지민씨는 다우너 소 동영상 제작자의 해설과 설명을 전혀 듣지 않은 채로, 자신이 가진 상식만을 근거로 동영상에 대해 '왜곡'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오셨던 것입니다.

다우너 소 동영상 속의 소들은, '다우너 소'이기에 일반 소보다 광우병 위험이 높았고, 게다가 '젖소'들도 있었기에 더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다우너 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이 프로그램 첫 도입부분에서, 젖소까지 특화시켜 얘기하자면 너무 어렵고 길어진다는 판단 하에 화면 속 다우너 소 전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이런 소'로 바꿨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다소 의미가 축소되더라도 시청자의 이해와 프로그램의 흐름을 매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려를 수차례 제작진에게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

<PD수첩> 제작과정에는 수십 명의 스태프들(제작진 외, 촬영 스태프, 후반작업 스태프, 프리뷰어와 번역자 등 외부인력)이 각각 자신의 위치와 분야에서 제작에 관여하며, 그 과정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작진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의견이 '타당하다면' 제작진은 당연히 그 의견을 수용하겠지요. 번역 감수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수자가 제작진의 의견과 전혀 다른 감수를 제시했는데 그게 '타당하다면', 당연히 취재 작가가 PD에게 와서 얘기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종종 그런 경우들이 있지요.

정지민씨는 자신의 우려를 '제작진에게 수차례, 강하게 전했으나 묵살당했다'라고 주장하셨지요. 당신이 '수차례, 강하게' 얘기했든 '단 한 번' 얘기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PD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취재작가는 당신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 아니라, '타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PD에게 전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용어 정리] CJD란 무엇?
                    CJD : 크로이트펠트 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vCJD :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ariant CJD)
                    sCJD :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poradic CJD)
                    iCJD : 의원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iatrogenic CJD)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은 독일의 신경과학자인 크로이츠펠트와 야콥에 의해 1920년대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전세계적으로 매년마다 평균 백만명 당 1명 정도로 발병한다. 이 질병은 4가지 형태중 한가지로 발생한다.

(1)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poradic CJD)은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발병하는 모든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중에서 85%를 차지한다.

(2) 가족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familial CJD)은 전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10-15%를 차지하며, 이 경우는 프리온 단백을 코딩하는 유전자(prion protein gene, PRNP)에 특징적인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3) 의원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iatrogenic CJD)은 전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1-2%를 차지하며 과거에는 환자의 뇌하수체에서 유래된 오염된 성장 호르몬을 주사 맞을 경우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린 사람을 수술한 수술 도구 등의 재사용, 환자로부터 유래된 조직이나 장기이식 등으로 발병한다.

(4)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ariant CJD)은 우해면상 뇌병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일명 광우병(mad cow disease)에 걸린 쇠고기 등을 섭취함으로써 발생되는 새로운 형태의 CJD로 보고되고 있다. / 출처 : <의학신문> 2003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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