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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이 'PD수첩' 왜곡 논란, 그 진실을 말하다'를 15일 방송한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자료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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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민씨, 저는 지난 4월 29일 <PD수첩> '광우병' 편을 집필했던 메인작가입니다.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막상 얼굴 보면 낯이 익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층 편집실에서 오며 가며 마주쳤을 수도 있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공통점 하나는 있군요. 정지민씨처럼, 저 역시 MBC에서 월급 대신 일한 만큼 돈을 받는 '프리랜서'이지요. 하는 일은 각자 다르더라도 말이지요.

당신도 아시겠지만, 메인작가는 PD를 도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전조사에서 취재, 마지막 후반작업까지 제작 전반을 함께 하는 '제작진' 중 한 명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편집콘티(구성안)를 작성하고, PD의 1차 편집 후 2차 편집(파인커팅)에 참여하며, 마지막으로 내레이션 대본을 집필하는 일이 주요한 역할입니다.

1차적으로 편집의 흐름을 잡고 방대한 취재자료 중 방송에 쓸 인터뷰와 영상을 골라내는 것도 저의 몫이지요. (물론 그 모든 것은 제작진 회의와 PD 편집, 데스크 시사, 종합편집을 거쳐 판단되고 수정, 완성됩니다.)

그런 역할을 생각하면, 저는 당신이 말하는 '왜곡·거짓 방송'의 주범 중 한 명쯤 되겠군요. PD가 과장과 왜곡과 조작을 의도했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그것을 지켜봤을 것이고, 혹은 공모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 젊은 PD들이 왜 저러고 있어야 하나

방송통신심의위 'PD수첩', '온라인 불매운동' 관련 심의 1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재여부와 일부 보수성향 언론 광고주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온라인 불매운동과 관련한 포털 다음 내 업무방해 및 권리침해 심의안을 상정하고 있다.
 7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재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 연합뉴스 황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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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현재 방통위 심의와 제재, 농식품부와의 반론·정정 보도 민사소송, 농식품부 명예훼손 제소에 따른 검찰 수사, 국정감사 증인채택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무총리가 촛불시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더군요. 앞으로 또 누가 어떤 죄목으로 소송이나 재판을 걸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걸 PD들은 감당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느라 점점 녹초가 돼가고 있지요.

나는 '광우병' 편을 끝으로 <PD수첩>을 떠나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있던 터라 한동안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언론보도로 접하거나 오며 가며 들은 얘기들로 짐작만 할 뿐. 그렇습니다. 저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프로그램으로 인한 모든 파장을 감당하는 것은 오직 PD들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지, 누구도 작가에게 자초지종을 따져 묻거나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간 내가 한 일이라곤, 사무실 소파 위에 웅크리고 잠든 PD들을 볼 때마다 착잡해하는 것뿐이었지요.

그런데 오늘 나는 문득, 저 젊은 PD들이 왜 저러고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광우병' 편을 만들 당시의 그들을 떠올려보았지요. 방대한 자료와 전문가 보고서들을 파고들고,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쪼개고 또 쪼개며, 섭외와 취재와 후반작업을 연달아 하느라 단 한 시도 쉬지 못하고 뛰던 그들은, 10년 경력 작가의 눈에 참 신선해 보였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PD들은 밥을 먹다가도 졸고, 생방송을 위해 스튜디오로 걸어가는 복도에서도 비틀거렸습니다. 나는 그때 그들에게 어떤 '진정성'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끝내 버텨내 방송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왜 지금은 온갖 재판과 악의적인 언론보도와 권력기관들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요. 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요. 그들이 정말 왜곡과 과장을 했던 걸까요? 그들이 정말 '촛불 정국'의 원인제공자이자 '괴담'의 주범일까요?

제가 오늘 정지민씨를 다시 불러내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지금 <PD수첩>에 붙어있는 온갖 왜곡·조작·거짓이란 단어들의 '열쇠'가 당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이미 신문지상에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당신을 떠난 말들은 홀로 생명력을 갖고 확대재생산 되었고, 왜곡된 실체로 눈앞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개인의견을 가지고 있고 어디서건 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처럼, 당신 역시 그럴 권리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정지민씨. 당신은 '개인'의 자리가 아닌 '<PD수첩> 번역자'의 위치를 내세워 그런 발언들을 했습니다. '제작진 내부 고발자', '양심고백'으로 포장돼서 말이지요. 몇 주에 걸친 제작과정 중 보조 작가 한 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당신을 만난 적이 없다는 PD들의 항변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요. 몇 번의 연기 끝에 새로운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이 고시되던 날. 왜 그날,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당신의 주장을 대서특필하고 여당과 청와대가 '일벌백계' 분개하고 검찰 전담반이 꾸려졌는지. 광우병과 미국의 축산시스템에 무지한, 불과 2, 3일 영어 단순번역을 도와준 한 번역자의 말이 어찌하여 국가의 핵심 권력기관들을 그토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는지. 그러나 그런 건 일개 프리랜서 작가가 여기서 논할 내용은 아닙니다.

나의 '양심'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 말하는군요

 지난달 29일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4월29일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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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편의 제작과정에 참여했던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란 한 가지뿐입니다. 정지민씨가 제기했던 그 모든 '거짓과 조작의 근거'들이 작가로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과 어떻게 다른가,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의 '양심'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 말하는군요. 비록 누구도 내게 그것을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젊은 피디들과 함께 모처럼 '일할 맛'을 느꼈던 한 작가가, 미약하나마 자신의 그런 기억에 예의를 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PD수첩>의 취재자료 상당부분의 내용을 아는 입장'을 내세워 당신의 주장을 사실인 양 포장하곤 했지요. 그리고 이 글은 그런 당신의 주장들이, 어찌하여 '<PD수첩> 취재자료 전체를 아는 입장'인 저에겐 모두 거짓과 과장, 허위사실이 되는가에 대한 글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CJD→vCJD' 의역을 두고 'MRI 상 CJD' 진단이 나왔는데 제작진이 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가기 위해 일부러 'vCJD'라고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아레사 빈슨은 정확히 'MRI 상 vCJD'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인터뷰 상으로 말하는 'CJD란 모두 vCJD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인터뷰 테이프 4권 중 단 한 권만을 번역한 당신은, 당신이 번역하지 않은 나머지 테이프 3권의 내용은 모른 채 그런 주장을 하셨겠지요. 오직, 미 현지 카메라맨을 별도로 섭외해 찍은 아레사 빈슨 장례식 테이프를 근거로 해서 말이지요.

또한, 당신은 다우너 소 동영상 제작단체의 인터뷰 테이프 3권 중 단 한 권도 번역하지 않은 채, '동물학대 영상 속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건 왜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도축시스템의 문제가 다뤄진 4월 29일 방송도 보지 않은 채 그런 주장을 했지요. '젖소→이런 소' 의역이, 당신의 '광우병 위험성 과장'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위험성 축소'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 지 못했겠지요.

<PD수첩>이 인정했던 '번역 오류'를 '의도적 오역'이라 주장합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단정적으로 몰아가기 위해 PD들이 번역, 감수 결과와 다르게 자막을 바꿨다는 것이지요. 번역·감수자였던 자신의 번역 실력상 절대 오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군요. '의도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다른 번역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초벌 번역본 중 하나를 공개할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당신의 허위 주장들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도 따져 볼 생각입니다. 이 점은 왜 당신이 제작진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한가, 에 대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정지민씨. 당신은 '당신이 본 것'을 토대로 말해왔으니, 저 역시 그러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기억과 추측'에 의존해 말하는 것과 달리, 나는 '근거를 토대로 한 사실'만을 말하려 합니다. 그 대부분은 ‘당신이 보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PD수첩> '광우병' 편의 촬영 원본 테이프는 한국·미국·일본·중국·영상자료를 포함해 모두 150여 권에 이르며, 시간으로 따지면 총 5000여분 가량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MBC나 <PD수첩>과 관계없이, 프리랜서 작가 개인으로 당신께 드리는 편지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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