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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5일 낮 12시 20분]

기독교사회책임 홈페이지 토론마당에 올라와 있는 성토의 글. 대부분 서명 명단에 교회 이름도 함께 명시해 달라, 내 이름이 왜 올라와 있냐는 등의 항의 글이다.
 기독교사회책임 홈페이지 토론마당에 올라와 있는 성토의 글. 대부분 서명 명단에 교회 이름도 함께 명시해 달라, 내 이름이 왜 올라와 있냐는 등의 항의 글이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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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9101명의 목사들이 '촛불중단 호소문' 서명에 동참한 걸까?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과 기독교사회책임(대표 서경석 목사)은 9101명의 기독교 목사들이 '촛불중단 호소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기독교계에서는 이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 기독교사회책임은 '촛불중단' 서명 운동에 동참한 목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교회이름이나 소속 교단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표 직후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목사들 사이에서는 "내 이름이 왜 올라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기독교사회책임 측은 "동명이인일 수 있다"는 답변만 반복해 왔다. 

답답한 목사들이 "그렇다면 교회 명을 같이 명시해 달라"며 재차 요구했지만, 기독교사회책임은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동명이인'이란 식으로 대충 넘기려는 것 아니냐"

서명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지만, 자신이 맞는지 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는 목사들은 답답함을 넘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흔치 않은' 자신의 이름이 서명 명단에 올라 있다는 걸 알게된 열림교회 나핵집 목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당하게 내 이름이 올라와 있어서 기독교사회책임에 전화했더니 동명이인일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곧바로 내 이름은 하나밖에 없다고 되받아 쳤다. 그러자 잠시 얼버무리더니 책임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   

나 목사는 "나는 어제도 촛불 집회에 나간 사람"이라며 "기독교사회책임 쪽에서 '촛불 중단'에 동참해 달라고 전화가 와서 난 되레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것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 하는 것인데 정부가 국민 뜻을 따르지 않는 한 이 열기가 어떻게 사그라 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목사는 "이건 불쾌한 정도가 아니라 분통이 터지는 일"이라며 "교회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은 대충 '동명이인이다'는 식으로 넘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란교회 남기인 목사도 3500번째로 서명 명단에 올라있는 자신의 이름이 동명이인인 것인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남 목사는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며 "내게도 전화가 걸려 와서 '난 당신들하고 상종도 하기 싫고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내 이름이 올라와 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 목사는 "기독교사회책임은 전화를 해도 안 받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도 감감무소식이다"며 "왜 서명을 했냐고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는데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고 성토했다.

이어 남 목사는 "지금은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할 때"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좀 더 각성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더욱 열렬히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알바생'이 질문 유도한 후 곧장 이름 올려..."이건 단체 사기극!"

그렇다면 서명 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된 것일까?    

1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는 "이번 촛불집회 중단 서명운동은 자원봉사자 40명이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각 교단주소록을 보고 4만 5000명의 목회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서명이 아닌 구두확인을 거쳤음을 설명한 내용이다.

<뉴스앤조이>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고혜경 목사는 "'알바생'을 동원해 갑자기 전화를 걸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의례적인 질문을 통해 대답을 유도한 후, 상대방이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기에 가까운 전화 설문은 그 집단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고 목사에 따르면 전화를 걸었던 자원봉사자가 "목사님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끝까지 잘 마치기를 원하지요?"라고 물었고, 그 질문에 대해 얼떨결에 "네"라고 답했더니 다음날 바로 서명 동의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다는 것.

그는 "그런 질문에 어느 목사가 '아니오'라고 대답을 하겠느냐"며 "도대체 내가 무엇을 동의했기에 명단에 올라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고 목사는 이번 사건은 단체 사기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늘 그런 식으로 일하는 한국 기독교의 방식이 기독교 전체의 신실성과 도덕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기독교사회책임 홈페이지에 가면 항의전화가 많은 것 같고, 나처럼 '예'를 이끌기 위한 '알바생'들의 질문이 있었다는 글도 있다, 이쯤 되면 유도질문으로 대답을 이끌어낸 기독교사회책임의 단체 사기극이 아닌가?"

"이러니 '개독교' 소리 듣는다"...기독교사회책임 "잘못된 명단 빼겠다"

'촛불 중단' 서명을 주도한 기독교사회책임 홈페이지도 연일 비난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홈페이지 토론마당에는 지난 10일부터 현재까지 서명 결과에 의문을 표하고, 교회이름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150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실명으로 글을 게재한 정용철 목사는 "서명 동참에 대한 전화를 받지도 않은 내 이름이 올라와 있어서 동명이인인가 해서 해명을 요구했는데 당신들은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며 "해명이 전혀 없으니 명의도용으로 고발해도 할 말이 없겠지요?"라고 되물었다.

한현수씨는 "당신들이 정녕 목회자가 맞는가, 하나님이 별로 무섭지 않은가 보군요"라며  "번호·이름 두 가지만 가지고 리스트라고 내놓는 것도 한심스럽고, 자발적인 참여도 아니고 기만적인 전화설문조사로 명단 발표한다는 게 도대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러니까 '개독교'라고 해서 전체 개신교가 욕을 먹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대원씨는 "명단에 교회도 공개하라, 우리 교회 목사님도 계신데 평소 성품으로 보면 절대 동의하실 분이 아니다"라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당신들은 종교인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논란과 관련 기독교사회책임 상임집행위원인 윤상운 목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들이 전화를 돌리는 과정에서 한두 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오타가 났던 부분, 그리고 우리의 의도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윤 목사는 이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의도가 잘못 전달돼 원치 않게 이름이 올라간 목사 분들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이름을 빼 드리겠다"면서 "다만 나라를 위해 촛불을 중단하자는 진정어린 호소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단체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현재 유럽을 돌며 '탈북자의 강제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경석 목사 '촛불 중단' 목회자 서명 이어 지식인 서명도 진행
서경석 목사가 보낸 '촛불 중단' 지식인 서명 운동에 동참에 달라는 내용의 메일.
 서경석 목사가 보낸 '촛불 중단' 지식인 서명 운동에 동참에 달라는 내용의 메일.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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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목사가 '촛불 중단'을 위한 목회자 서명에 이어 이번에는 지식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강사인 이아무개씨는 지난 10일 '촛불 중단'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서경석 목사의 명의로 온 것이었다. 서경석 목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도 아닌 이씨는 다소 의아해하면서도 메일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메일에서 서 목사는 "현 시국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겠지만 그렇다고 순수성을 잃은 촛불시위가 장시간 지속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안정을 위한 촛불집회 반대여론을 범국민적으로 호소하기 위하여 아래의 시국성명에 대한 지식인(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등) 개인의 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명이 완료되는 시점인 다음 주에는 지식인 대표들을 모시고 시국성명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 목사는 "귀하의 적극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귀하의 적극적인 회신은 현재의 어려운 국내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성명서에 동의하면 이메일 답장 또는 팩스로 회신하여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씨는 "내가 동의하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는데, 언론에서 목회자 9101명이 '촛불 중단' 서명을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모두에게 동의를 구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씨는 이어 "서경석 목사나 기독교단체에서 내 이름과 정보를 어떻게 알고 메일을 보냈는지도 의문"이라며 "어떻게 나에게 '촛불 중단 지식인' 서명 동참 메일이 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서경석 목사 측은 "지식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태그:#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촛불 중단, #목회자 서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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