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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저지하기 위한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5일 MBC의 <100분 토론>에 나온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이제 민심이 이 시위를 군사독재와의 싸움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기업형 독재와의 싸움이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여전히 경제발전에 저해요소라며 재협상을 거부하는 대통령. 그리고 충성도 높은 수입업자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발언을 일삼는 미국의 축산 대기업. 여전히 정부는 위험물질만 제대로 제거하면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세우려는 불순분자들의 거짓주장이 아니다. 최근 발간된 미국의 동물보호운동가 게일 A 아이스니츠의 보고서 <도살장>(시공사 펴냄)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정부위 제거? 도살장에선 불가능

 

직접 수 년간 도살장을 직접 취재하고 써낸 그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초에 도살장에서 특정 부위를 제대로 잘라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년 미국에서는 1억1100만 마리의 돼지가 도살되고 3700만 마리의 소와 송아지, 400만 마리가 넘는 말과 염소와 양이 도축된다. 그리고 80억 마리가 넘는 닭과 칠면조, 230억 킬로그램의 닭고기와 칠면조고기, 800억 개가 넘는 계란을 생산해낸다.

 

그런데 레이건 행정부 이후  독점급지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서 정육업의 합병건수가 높아졌고 이들은 모두 도축 속도를 높이면서 직원 수도 줄여나갔다. 이전보다 적은 수의 종업원들이 더 많은 동물들을 더 빠른 속도로 도축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은 대형 도축업자들에게만 이윤을 남겨 주었을 뿐이다. 애초에 동물이 완전히 기절한 후 방혈 작업을 하도록 규정한 '인도'적인 도살법은 완전히 무시됐다. 한시간에 500에서 1000마리의 동물을 제대로 기절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물들이 의식이 깨어 있는 채로 칼질을 당하고 뜨거운 물에 살아 있는 채로 들어가는 것은 미국의 도축장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다.

 

아이스니츠는 의식이 남아 있는데 거꾸로 매달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물들에 부딪혀 다치고 병든 종업원들의 이직률은10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살아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동물들을 죽이기 위해 파이프, 칼 등을 휘두르고 전기 충격기를 눈에 쑤셔넣기도 하는 직원들은 감정 상의 고통으로 알코올중독,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간다.

 

수송된 동물들은 더위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어 도축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죽어 있거나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탈진하기 일쑤다. 이들을 빠른 속도로 일으켜 세워 도축장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는 직원들은 전기충격기, 쇠파이프, 트랙터 등을 휘둘러야 한다. 때로 병들어 도축 승인을 받지 못하는 동물들은 그대로 방치된다. 한 겨울에 트럭 위에서 얼어 붙은 돼지를 도살한 한 도축업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돼지들이 살아 있는 걸 알았던 이유는 놈들이 이런 식으로 고개를 들어기 때문이죠. '날 좀 도와줘요.'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자기들의 고통을 끝내주길 바라는 눈빛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해줬죠. 그럴 권한은 없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제가 숨통을 끊어줬습니다."

 

창자 손질은 배설물과의 전쟁

 

직원들의 항의나 건의는 소용없었다. 회사는 그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동물을 도살해야 더 낳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물은 말이 없고 도살장의 직원들은 거주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정규직이다.

 

능률과 효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한 마리 한 마리 꼼꼼하게 검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전보다 450명이 줄어든 가금검사관들은 전보다 15억 마리나 더 많은 가금류를 검사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가금류 검사관들은 적게는 분당 35마리에서 99마리까지 검사한다. 때문에 많은 검사관들은 극단적인 좌절감에 시달린다.

 

노란 고름이 줄줄 흐르고 녹색 똥 얼룩이 묻어 있고 유해한 박테리아에 오염되거나 폐와 심장감염으로 병들고 악성종양이 있거나 피부병에 걸린 가금류들이 소비자들에게 운반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미생물학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98퍼센트의 닭들은 매년 수백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캄필로박터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동양인에게 판매되는 창자 주위를 손질하는 작업은 배설물과의 전쟁이다. 하루 종일 손으로 창자에서 배설물을 꺼내는 작업을 하느라 손이 퉁퉁 부어 오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창자 부위를 우리에게 수출하면서 축산업자들이 얻는 이익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이 이런 이윤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소수에게 돌아갈 이윤 때문에 가장 고통스럽게 착취 당하는 것은 결국 동물들이다.

 

아프거나 불구가 된 돼지들을 도살하는 작업 라인에서 일했던 한 검사관의 증언이다.

 

"이 동물들은 대부분 그렇게 늙지 않았어요. 그냥 학대 받은 동물들이죠. 영양실조에 동상이나 부상을 당했죠. 많은 돼지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죽어 있어요. 골반이 깨져서 앞다리로 몸을 질질 끌고 다니고, 너무 오랫동안 엉덩이로 어기적거리고 다니느라 마른 암퇘지들도 있죠. 사람들은 이런 돼지를 스쿠터라고 불러요.

 

이런 동물들에게서 나온 고기는 검사를 통과하게 되면 소시지, 핫도그, 돼지고기 제품과 햄의 재료로 사용되죠. 불량품으로 판정되면 그 고기는 동물사료, 화장품, 플라스틱 그리고 여러 가지 가정과 산업용 제품 재료로 쓰이죠. 하루는 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받는 돼지들을 모아놓은 우리에 갔을 때 지역 렌더링회사에서 나온 직원 둘이서 금속 파이프를 가지고 돼지들을 때려 죽이고 있더군요."

 

완벽한 검역은 불가능하다

 

이런 구조가 베일에 가려진 채로 소비자들은 그저 안전하다는 선전만 믿고 의심스러운 음식을 먹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만나 인터뷰를 한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빠른 시간에 많은 동물을 도축해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에서 완벽한 검역이란 불가능하다."

 

아이스니츠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미 농무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살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동물들과 그 살코기는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이콜라이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에 오염되고 있으며 이를 가공한 식품으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소수의 축산업자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키려는 정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채식과 건강> 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시공사(2008)


태그:#광우병, #미국축산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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