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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미국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구제불능이다. 이명박 정부는 또 '꼼수'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뻔히 드러날 '면피용 대책'으로 나라 체면만 깎아 먹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다. 바로 어제(3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태도를 바꾸었다.

 

어제 그제 정부 여당 관계자들은 일제히 '재협상'을 말했다.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바로 정부 여당 사람들이다. 정부의 발표가 사실상 '재협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 것도 정부 여당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은 재협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대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발표문이었다. 그 내용이 미국의 '선처'만을 바라는 읍소에 가까운 '청원'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그것도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자율결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육류수출업계가 '자율결의'만 해주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고시'는 그대로 관보에 게재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촛불 민심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국민의 권리부터 챙겨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멋대로 미국에 국민건강주권을 통째로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또 미국이 됐든, 프랑스가 됐든, 일본이 됐든, 중국이 됐든, 러시아가 됐든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고 의연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해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촛불 민심이 그렇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식의 미봉책을 해법이라고 내놓을 순 없다.

 

미국 측에서 보더라도 얼마나 대책 없는 주문일까? 아예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어찌됐든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 항의도 할 것이고, 말 그대로 주고 받기식 '재협상'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의 자율규제를 요구하니, 그것을 들어주기도 내치기도 어렵게 됐다.

 

생각해보라. 미국 정부인들 이제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요청대로 덜컥 민간업체들의 '자율규제'를 들어주었다가 나중에 다시 '재협상'해야 하는 국면으로 가면 그 땐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정부까지 덩달아 지구촌의 웃음거리가 될 터인데, 그것을 쉽게 받을 수 있을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한국민의 과학적 지식을 탓하고 나선 것도 결국 정부의 이런 태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한국민들이 더 배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리 자국의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어찌 주재국 국민들을 향해 한마디로 '무식하다'는 투로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도 청와대나 외교부 관료 그 누구 하나 버시바우 대사의 이런 방자한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관료나 정치인을 정부 여당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럴까?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정면 승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과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바로잡고자 하는 '뼈아픈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단 한 번도 패배를 자인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룻만에 '재협상' 꼬리 내린 <조선일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네티즌들이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민행진에 대해 조선일보가 거짓,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기자회견을 연 뒤, 조선일보 게시판에 항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그것은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어제(3일)까지만 하더라도 "(협정파기에 따른) 무역 피해가 오더라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이 원한다고 해도 그게 명백히 잘못된 것이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오늘(4일) 재협상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정부의 요청대로 미국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에 대한 수출자율규제를 해준다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는 것이니 실질적 효과는 거두는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정말 그럴까?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설령 수출자율규제를 받아들이더라도 법적 강제력이 없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미국 도축장을 현지 조사했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현지점검단의 보고에 따르면 도축장에서는 30개월 이상 소와 미만 소가 구분돼 관리되고 있지만, 쇠고기 제품으로 가공된 이후에는 연령 구분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명색이 언론이라면 정부의 군색한 해명만 믿고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를 두둔하고 나설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과연 그런지 한번쯤 의심을 품어보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 아니던가.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에서 미국의 수출자율규제는 최소한 '명문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운천 장관은 그러나 어제 저녁 늦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정부가 아니라 미육류수출업계의 '결의'도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민간사업자들의 '결의'를 미국 정부의 '공식 답신'으로 대신하겠다고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공직자들과 정부를 두고 <조선일보>는 내일 또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궁금하다.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도 정부의 수출자율규제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곤경에 처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를 생각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양보해 줄 것을 청원하고 있는 정도다.

 

이명박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들 신문들은 아직도 촛불 민심을 읽는 데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다. 촛불민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는 데는 더 말할 나위도 없겠다. 이래서는 이명박정부나 <조·중·동>이나 굴욕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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