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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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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체는 대부분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는데, 중성자는 그 수명이 약 15분에 불과하지만 양성자는 수명이 무척 길다. 양성자의 수명이 길지 않다면 우리의 몸과 모든 생명체와 이 지구와 우주의 존재도 장담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양성자의 수명을 대략 10^32(10의 32제곱,이하 '^'은 거듭제곱을 의미한다)년 정도(혹은 그 이상)로 추정한다. 이 시간은 우주의 나이(약 100억년=10^10년)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길다. 양성자의 수명을 확률적으로 말하자면, 1년에 양성자 하나가 붕괴할 확률이 약 1/10^32 정도 된다는 얘기다. 무척 작은 확률임에 분명하다(1조의 1조의 1억 분의 1).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양성자 붕괴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려고 노력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양성자 수명의 추정치가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양성자 수명을 밝히려는 과학의 도전

과학자들이 생각한 방법은 확률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양성자 하나를 두고서 그것이 붕괴하는 것을 관찰하려면 무려 10^3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즉, 1년에 이 양성자 하나가 붕괴할 확률은 1/10^32 이다.

그러나, 만약 엄청나게 많은 개수의 양성자로 실험하면 어떨까? 통계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10^32개의 양성자를 관찰하면 1년에 약 1개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정도 개수의 양성자를 얻는 것은 아주 쉽다. 약 300톤의 물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의 개수가 10^32개쯤 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렇게 큰 물탱크를 만들어서 양성자의 붕괴를 관측해 왔다. 불행히도 아직 양성자 붕괴를 관측하지는 못했다. 1998년 중성미자(neutrino)의 질량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일본의 수퍼 가미오칸데실험에서 약 5만톤의 물로 실험한 결과 양성자의 수명은 10^35년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낮은 확률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현대물리학의 기본이다. 곧 가동예정인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대표적인 예다. LHC는 물리학계의 40년 묵은 과제인 질량생성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비밀을 밝혀 줄 입자는 보통 무척 낮은 확률로 생겨난다. 거시적으로 비유하자면, 가로 세로 1광년씩(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약 10조km=10^13km이다.)인 우주 공간에 임의로 총을 쏘아 가로 세로 1cm인 정사각형 하나를 맞출 확률이다.

상식적으로 상상해 보면 이는 거의 불가능한 확률에 가깝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불가능에 도전해 오랜 세월 동안 대형가속기를 건설해 왔다. 과학자들이 이 낮은 확률을 극복하는 방법은 양성자 붕괴실험과 기본적으로 같다.

LHC는 가로 세로 1광년씩인 공간에 초당 약 10^34개의 총을 쏘는 능력을 가졌다. 이 정도의 성능이면 약 100초에 한번 꼴로 원하는 표적(가로 세로 각각 1cm의 정사각형)을 맞출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횟수의 기대값은 (확률)*(시행횟수)로 주어진다. 과학자들은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을 극복하기 위해 역시 천문학적인 시행횟수를 동원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자연현상들은 대체로 그리 낮은 확률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그 현상을 볼 수 있었지만 과학이 발전할수록 무척 낮은 확률의 현상들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시행횟수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입자가속기의 성능이 계속 높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입자가속기 성능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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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고 안심시킨다.

글쓴이가 대략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를 확률은 대략 10억 분의 1이었다(관련기사). 어느 국회의원은 일본의 결과를 인용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약 47억 분의 1이라고 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그 확률을 "골프장에서 홀인원하고 벼락맞을 확률"이라고 했다.

홀인원 확률이 대략 1만분의 1이고 벼락맞을 확률이 대략 100만 분의 1이니까, 홀인원하고 벼락맞을 확률은 (1만분의 1)*(100만 분의 1)=(100억 분의 1)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아주 어렵겠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면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확률이 약 100억분의 1인 셈이다. 그리고 이 값은 다른 추정치들과 크게 어긋나지도 않는다.

100억 분의 1이라는 확률은 우리 일상에서 극히 희박한 확률임에 분명하다. 한 사람이 100억 번 쇠고기를 먹었을 때 한 번 광우병에 걸리는 셈이다. 한 사람이 하루 세 끼씩 먹으면 1년에 1000여번의 식사, 100년을 살아도 10만번을 조금 넘는 끼니를 먹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4000만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 4000만 명이 한 번 식사를 하면 시행횟수가 4000만번으로 늘어난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주사위 1개를 100번 던지는 것과 100개의 주사위를 한 번 던지는 것이 통계적으로 동일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약 한국인이 하루 한 끼 쇠고기 관련 음식을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하루에 4000만 번 시식하는 셈이다. 1년이면 그 시행횟수가 100억번을 훌쩍 넘는다. 즉,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정부발표 대로 100억분의 1이라고 하더라도, 1년이 지나면 한국에서 평균 1명 꼴로 광우병에 걸린다!

골프하고 먹을거리를 비교하다니...

국민의 먹을거리와 관련된 안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골프는 매일 치지 않는다. 그래서 홀인원하고 벼락맞는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만약 온 국민이 매일 골프치러 다닌다면, 통계적으로 1년에 한 명은 홀인원하고 벼락맞게 된다. 골프는 치기 싫으면 그만이지만 먹는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살기 위해서 누구나 하루 한 끼 이상은 먹는다. 그것도 4천만이 훨씬 넘는 인구가 매일.

게다가 인간 광우병은 이미 발병 사례가 있다. 과학에서는 어떤 사건을 한 번이라도 관측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중요하다. 적당한 조건이 갖춰지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낮은 확률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대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확률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정부가 국민들의 우려를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오히려 비과학적이다.

5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매일매일 먹는 문제는 아무리 낮은 확률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그 확률이 0에 가까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올바른 자세다.


태그:#이명박,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걸릴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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