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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먼저 촛불을 들었다. 마음은 항상 청계광장에 있었지만 일에 쫓기고 일상에 지친 나는 아이들 곁으로 가질 못했다. 그래서 미안했다. 미안함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인가 계속 고민했었다.

 

작은 실천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족과 함께 광우병 관련 뉴스 보기를 택하였다. 가급적 집에 있는 시간이나 운전을 할 때면 항상 광우병 관련 보도를 꼼꼼하게 챙겨서 보고 들었다. 그러나 여전이 촛불을 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하루는 무심코 라디오를 켰는데, 촛불집회를 주도한 배후세력을 조사하여 처벌하겠다는 경찰청장의 충성스러운 의지가 언론을 타고 전국 방방 곳곳에 널리 울려 퍼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아이들이 참 힘들어지겠다고…. 그래서 경찰청 홈페이지로 찾아가서 자발적 '자수'도 했다. 그렇지만 미안함은 씻기지 않았다. 마음 속 깊이 촛불을 든 아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목말랐다.

 

그러던 중, 전주 덕진 경찰서의 형사가 수업 중인 고3 아이를 찾아가 조사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화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촛불집회를 제안한 '안단테'라는 고2학생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 드디어 경찰이 미쳐가는구나.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오마이뉴스>에서 과천시민들이 집 앞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옳거니'하고 무릎을 내리쳤다. 그리고 곧바로 현수막 가게로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주문했다. 무려 3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리고 오늘(5월 16일) 우리집 베란다 앞에 현수막을 걸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청계광장을 촛불로 수놓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나만의 저항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를 뛰어다니며 민주주의를 목청 높이 외치던 나도 벌써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도 둘씩이나 생겼다. 어느덧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버린 것이다. 열정도 마음 속 깊이 잠들어 버렸고, 용기도 심장의 한 구석에 감춘 채 살아가는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미친소' 수입은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내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 갈 음식인데, 내가 어느덧 지켜야 할 소중한 아이들인데, 당연히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이는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나선 아이들을 보고 '어른'으로서 당연히 내야 할 용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왜 용기 없는 나도 집 앞 베란다에 거금 '3만원'을 들여 현수막을 걸었는지….

 

해인아, 수인아! 아빠가 너희들만은 꼭 '미친소'로부터 지켜줄게. 약속한다. 


태그:#광우병, #소고기, #광우병 반대 현수막, #과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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