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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 중국 전체 강수량 분포도. 녹색이 짙어질수록 강수량이 많다는 의미다.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 중국 전체 강수량 분포도. 녹색이 짙어질수록 강수량이 많다는 의미다.
ⓒ 중국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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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황사는 일단락됐다. 황사 근원지들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강수가 이어진데다가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식물들이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마오우스, 쿠푸치 같은 네이멍구 사막지역에는 10~50mm까지 비가 내렸고, 황토고원에도 25~100mm에 달하는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이 비는 평년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당장 황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황사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 비가 오면서 온도는 평년 기온을 웃돌기 때문에 나무들이 빨리 움을 틔우고, 지표 식물들이 싹을 틔우는 시간도 빨라져 올 황사는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일 기자가 베이징을 찾았을 때, 공항 고속도로변 가로수들에 이미 물이 올라 황사를 방지하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었다. 14일 네이멍구 지역은 섭씨 6~20도 정도로 완연한 봄기운이 돌고 있다.

보통 황사는 빠르면 2월말에 찾아와 3월말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중순까지 지속된다. 4월 중순에 찾아오는 황사는 그 횟수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강도도 약한 게 일반적이다. 일단 4월이 넘어가면 황사 근원지에서 나무들이 움이 트고, 먼지가 일어나는 지역의 바닥에 풀이 자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4월에 황사가 많았던 해는 2002년이나 2006년처럼 3월부터 대규모 황사가 찾아온 시기였다. 올해는 황사가 거의 찾아오지 않았고, 현재도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에는 4월 2일에 비교적 강한 황사가 찾아왔다. 이것은 3월 이후 황사 근원지에 강수가 없었고, 예상 밖으로 강한 저기압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강한 저기압이 찾아올 수는 있지만 근원지의 상태가 좋기 때문에 강한 황사가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또 강한 바람이 부는 시기는 지난 만큼 이런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할 때 올 황사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설사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약한 정도의 황사로만 예측된다. 이럴 경우 기상청은 올해도 오보청이라는 치욕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헛발질... 황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기상청의 오보 못지않은 문제는 황사를 잡겠다고 중국에 던지는 다양한 헛발질이다. 최근 우리 언론에는 쿠푸치(庫布齊)사막이라는 지명이 많이 등장했다. MBC <무한도전>이 쿠푸치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가 나무는 안 심고 엉뚱한 짓을 했다고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경기도가 최근 청소년을 모집해 네이멍구에 나무를 심으러 가겠다고 발표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황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문제까지 있다. 

쿠푸치 사막 이야기를 통해 황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한번 풀어보자. 기자가 쿠푸치 사막을 처음 찾은 것은 2000년이다. 네이멍구 초원 여행을 갔는데, 첫날은 황량한 후허하오터 동북부 시라무런 초원을 갔다. 다음날은 다시 바오토우를 거쳐서 샹사완(響沙灣)사막에 갔다. 샹사완 사막은 여행지로 개발된 쿠푸치 사막의 동쪽이다.

이 사막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구글어스에서 'BAOTOU'라는 네이멍구 도시를 검색한 후 이 도시의 서쪽에 길게 만들어진 사막대를 보기 바란다. 북쪽으로 굽어 흐른 황허의 남쪽에 이상하게 자리한 사막이 바로 쿠푸치 사막이다. 바오토우의 남쪽으로 20km 하단이 샹사완 사막(위도 40°14'30.35"N, 경도 109°56'24.43"E)이다.

쿠푸치가 한국에 영향을 주는 사막 근원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쿠푸치 사막의 영향은 한국에서 겪는 황사의 5%에도 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주는 황사량의 37%가 네이멍구 고원에서 오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네이멍구 황사 발생량에서 쿠푸치 사막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다. 한국을 찾는 전체 황사에서 쿠푸치 사막이 영향을 주는 양은 5% 남짓이라는 말이다.

쿠푸치 사막 북동부의 샹사완 사막. 따라터치에서는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쿠푸치 사막 북동부의 샹사완 사막. 따라터치에서는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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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손 떼고 간 지역에 한국이... 실패한 전철 밟을 건가

물론 영향력이 5% 정도인 쿠푸치 사막에서 조림사업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많이 잘못됐다. 오랫동안 이 지역을 취재해온 기자가 판단하기에 쿠푸치 사막은 인간의 노력으로 다스릴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곳 가운데 하나다.

우선 이 지역은 사막화가 이미 완전히 진행됐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사막화한 지역이라도 녹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돗토리대학 토야마 마사히데(远山正英) 교수는 쿠푸치 사막의 언거뻬이(恩格贝) 지역에서 방풍림 작업을 해왔다. 사막화 방지 전문가였던 그는 마오쩌둥의 요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후 이 지역을 선정해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1995년에 은사시나무 100만 그루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34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일본 쪽의 조림 사업 관련 내용이 담긴 중국공청단 자료.
 일본 쪽의 조림 사업 관련 내용이 담긴 중국공청단 자료.
ⓒ 중국공청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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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약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쿠푸치에 대한 관심은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됐고, 일본은 사실상 이 조림 사업을 포기했다.

쿠푸치 사막은 나무를 통해 조림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은 황허 및 물이 흐르는 저지대 하천 지역뿐이다. 실제로 황허 주변이나 농토주변에는 은사시 나무 같은 낙엽수들이 잘 조림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나오는, 이미 사막이 된 지역이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의 경우 나무를 통한 조림은 아예 불가능하다. 사막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하지만 나무들은 절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이미 고갈 상태에 접어든 황허의 물을 끌어다 쓸 수도 없기 때문에 나무를 통한 조림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쿠푸치 사막에 관심을 두었을까. 기자는 그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2006년 4월 7일 권병현 전 주중대사가 이끄는 단체인 '한중미래숲'이 그곳을 방문했다. 그곳을 찾은 것은 교류활동을 해오던 이들 중에 따라터치(達拉特旗) 공청단 위셩비아오(余生彪) 부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들어가서 실패한 그 자리에 이후 '한중미래숲'이 들어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다시 들어간 만큼 이곳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은 조림을 결국 포기한 일본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또 설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쿠푸치 사막 일부에만, 그것도 황사가 심할 때에는 거의 작용을 하지 못하는 나무 장벽을 세우는 것인 만큼 한국에 오는 황사를 방지하는 데 0.01%의 작용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중미래숲'이 집중하는 따라터치에 있는 중일우호사업표지.
 현재 '한중미래숲'이 집중하는 따라터치에 있는 중일우호사업표지.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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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 부근에서 조림사업을 했지만 나무들은 거의 생장하지 못했고 풀들만 버티고 있다.
 일본은 이 부근에서 조림사업을 했지만 나무들은 거의 생장하지 못했고 풀들만 버티고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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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 산을 옮겼는데 엉뚱한 곳이라면

뜻을 가지고 매진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는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우공이 그 정성을 들여서 산을 옮겼는데, 그 장소가 엉뚱한 곳이라면 어떨까.

사실 지금 한국에서 황사에 관한 담론은 대부분 이런 수준을 오간다. 우선 황사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회성으로 그곳에 가서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황사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선 황사 근원지에 나무를 심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실제로 네이멍구 따라터치 지역엔 살아남은 은사시 나무가 간간히 있긴 하지만, 숲을 이룰 정도로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할 수 있는 나무는 거의 없다. 이전에 모래 지역에 나무는 대부분 쓰러졌고, 자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 전체적인 모습을 봐도 조림사업 13년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했다.

하지만 이곳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사막에 강한 풀들이다. 사막에 강한 풀들은 상대적으로 물이 적어도 생존이 가능하고, 작업하기도 쉽다. 실제로 중국 정부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성과를 거둔 것이 바로 이 풀을 활용한 방식이다.

텅그리 사막이나 마오우수, 쿠푸치 사막의 한쪽에는 작은 비행장이 있어 봄이 되면 풀씨를 살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막에 강한 이런 씨앗을 살포한 후 비가 오면 이런 씨앗들은 쉽게 싹을 틔우고 사막에서 자생한다. 이런 풀들의 경우 생장에 꼭 필요한 물의 양이 많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물을 줘야하는 나무와 달리 스프링클러나 공중급수를 통해 풀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텅그리 사막 동부 지역 등에선 이런 공중 살포를 통해 사막화의 진전을 막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텅그리 사막 동부에 있는 임시 비행장. 풀씨나 비료를 뿌리기 위한 항공기들의 임시 활주로다.
 텅그리 사막 동부에 있는 임시 비행장. 풀씨나 비료를 뿌리기 위한 항공기들의 임시 활주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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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방지, 나무보다 풀이 적합

민간단체에서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도 국제협력단(KOICA) 등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방풍림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황사 방지를 위해 활동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바로 중국 정부다. 이미 황사가 수도인 베이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비난에도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도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국제적인 단체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은 다양한 황사 방지 대책 포럼을 진행했지만, 일반인들이 공감할만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게 홍보 잘못이건, 아니면 실제 결실이 없는 것이건 간에 이처럼 실질적인 공동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은 날로 환경이 악화되는 황사 근원지의 위협을 가속화할 뿐이다. 한국에 오는 황사가 부담스럽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 일부 단체가 황사 근원지에 가서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는 황사를 막을 수 없다. 

기자는 몇 년 전부터 황사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황사의 분기점인 2월말(첫 번째 예보 가능 시간), 3월말(전반적인 예보 가능 시간)에 전문가와 언론을 동반해 황사 근원지를 취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좀 더 정확한 황사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에도, 기상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 매년 '최악의 황사'가 올 것이라는 식의 오보를 양산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항공기로 살포된 풀이 제법 많이 자란 텅그리 사막 지역.
 항공기로 살포된 풀이 제법 많이 자란 텅그리 사막 지역.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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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황사, #기상청, #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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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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