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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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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신화'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단군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 정도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떤 신화보다 우리 의식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화까지 서양문명에 물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편향된 신화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책이 있다.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이다. 베트남은 요즘 우리나라 농촌총각들과 결혼을 하는 베트남 여성 때문에 조금씩 그 나라 문화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까지 치런 아픈 경험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역사와 민화, 문화, 정치, 경제 모든 면의 책을 접하기은 매우 어렵다. 그런 와중에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은 베트남 신화를 통하여 베트남 인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그들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데 작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14세기 후반경에 성립된 베트남의 신화전설집 '영남척괴열전(嶺南摭怪列傳)을 번역한 것이다.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은 1·2부에 베트남 신화 스물두 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신화 이야기들은 대부분 베트남 인민들이 조상들이 살아왔고,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세계·역사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가치관을 가졌는지를 알게 한다.

우리에게 '단군신화'라는 건국 신화가 존재하듯이 베트남 민족의 기원과 국가 형성에 관한 신화를 수록한 최초의 문헌이기에 베트남 인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1부에 실린 '태곳적'은 베트남에 처음 나라가 세워진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우리나라 <삼국유사>에 비견할 수 있다. 태곳적을 통하여 베트남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아나려고 한다. 건국신화가 중요한 것은 타민족과 다른 나라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강한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태곳적은 베트남인 단순히 중국 변방에 자리한 제후국이 아니라 당당한 국가로서 존재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염제 신농씨를 베트남과 결부시키고 황제 헌원씨를 중국과 결부시키는 쪽으로 변용함으로써 베트남과 중국의 대립을 상정해 놓고 있다. 그리하여 신농씨와 치우가 헌원씨에게 패함으로써 마침내 광활한 중국 대륙은 한족이 지배하게 되고, 이후 신농씨의 후손은 중국의 남방에 있는 베트남을 대대로 다스리게 된 것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202쪽)

'물고기 정령'에는 용신 사상이 스며있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대항 의식을 담고 있는 신화다.  동해(베트남동해)에 물고기 정령이 있는데, 길이가 50장(丈)이 넘고 발이 여러 개로 지네와 같이 생겼다. 움직이면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여 사람을 잡아먹는 정령이었다. 이 물고기 정령을 용군(베트남 건국시조 웅왕의 아버지)이 시뻘겋게 달군 쇠뭉치를 입 속에 쳐넣고 죽이고 백성을 어려움에서 구한다. 용군은 베트남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중국 침략을 물리는 것을 용신사상을 통하여 중국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룻밤에 새 생긴 못'·'동천왕'은 은나라를 침략을 물리친 일, '산원산 신령' 등은 중국에 대한 대항의식을 보게 된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침력하에 있었던 베트남 역사와 그 역사 속에 살았던 베트남 인민들의 저항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신화들이다.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에는 정령신앙뿐만 아니라  흉노를 물리친 '이웅중'과 앞에서도 언급했던 은나라를 물리친 '동천왕'을 통하여 베트남 인민들에게 자리잡은 민족 영웅을담았다.

불교와 관계된 신화도 있다. 하층여성의 독실한 불법 신앙을 통한 기적을 이야기한 '만랑', 도교와 불교의 각축에서 불교가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도행 선사', 천자의 병을 고치, 천자를 꾸짖는 '명공 선사',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고, 호랑이나 용까지도 선사 앞에 무릎꿇는 '공로 선사', "각해의 마음은 바다와 같고 통현의 도 역시 현묘하구나. 신통력이 조화를 부리니 하나는 부처요 하나는 신선일세"라는 말을 들은 '각해 선사' 이야기 우리를 상상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너무 상상력이 풍부하고, 허구에 물들었다고 책을 덮기 보다는 베트남 민중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를 통하여 베트남의 문화, 역사,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신화가 허구일지라도 모든 나라와 민족에게 신화는 존재하며, 신화를 통하여 그 나라와 민족을 정체성과 독특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서양신화에만 관심을 가졌던 우리에게 같은 아시아에서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문화를 아는 작은 길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 영남척괴열전 ㅣ 무경 엮음 ㅣ 박희병 옮김 ㅣ돌베개 ㅣ 8,500원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

무경 지음, 박희병 옮김, 돌베개(2000)


태그:#베트남, #전설과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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