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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 큰스님)

 

있는 그대로가 자연이고 그대로의 자연이 진리라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날 아침, 2001년부터 교포 사목을 했던 캐나다가 떠올랐다.

  

마을과 교회의 수보다 공원과 호수가 많은 나라. 강과 산, 새와 동물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캐나다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민을 가고 싶은 나라다.

 

캐나다가 생태적으로 아름다운 나라일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 때문이다. 정부는 호수와 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민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치밀하게 노력하고 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산란기에는 낚시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낚은 고기도 수종에 따라 규제한다. 크기에 미달하는 고기를 잡았거나 마릿수가 초과했을 경우 범칙금까지 부과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정부, 환경을 파괴하는 정부

 

캐나다의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은 운하다. 숲과 숲 사이의 강과 호수를 타고 오르는 운하는 소수 여름철 보트 휴가객의 전유물에 가깝다. 운하는 원목과 철광석 등을 수송하는 데에 주로 이용되고 첨단 산업물류의 대부분은 철도나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가 철저하게 환경을 보호한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가 철저하게 환경을 파괴한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대통령 당선인들의 정치적 야욕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새만금이 그러했고 대운하가 그러할 것이다. 개발과 성장의 장밋빛 이름으로 말이다.  

 

강에서 모래 한 삽도 채취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정부,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민족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 금강과 영산강을 완전히 개조하는 대운하를 계획하고 있다.

 

5개 종단 성직자들이 종교인의 양심으로 모였다. 생명과 강을 모시기 위해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에 나섰다. 영하 10도의 살을 에는 바람 속을 걸었다. 그 바람은 강과 산, 생명과 문화재를 파괴하려는 대운하 계획처럼 혹독했다.

 

대운하 예정지 100일 순례는 생명의 숭고함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 참회다. 이명박 당선인이 장로이고 인수위의 핵심인물들 또한 하나님을 믿는 신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여러 수종의 물고기들이 한 강물 속에 살듯 5개 종단 성직자들이 강을 모시는 생명평화순례의 한 길에서 만났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모인 5개 종단의 성직자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속에 떠 있는 일곱 빛깔의 무지개, 그 희망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인 강물과 아버지인 서해가 만나는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희망의 순례를 제안한 불교계를 먼저 만났다. 

 

"운하의 실체를 국민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찬성과 반대를 넘어 인간과 강, 생명과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보자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논리를 넘어선 미래세대까지 배려하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지관 스님, 불교환경연대 부집행위원장)

 

다음은 소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목에 걸고 순례의 길을 나선 순례단장의 당당한 희망을 들어보자.

 

"불씨가 되고 싶다. 한반도를 갈아엎는 대운하 계획 앞에 더 많이 기도하고 성찰하며 100일 동안 걷겠다. 작은 불씨지만 생명의 불길로 일어나길, 생명을 사랑하는 가슴들이 모여서 대운하가 중단되는 평화의 바다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대운하를 돈과 경제로만 풀지 말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로 풀었으면 좋겠다. 바닥에 떨어진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는 순례가 될 것이다." (이필완 감리교 목사, 당당뉴스 운영자)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다문화 세상을 꿈꾸는 성공회 신부의 고백도 들어보자.

 

"운하가 꼭 필요한지, 강과 들을 따라 걸으며 기도하겠다. 개발과 성장에 채면당한 우리 삶에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일깨웠으면 좋겠다. 국운융성의 길을 대운하에서만 찾지 말고 새로운 길에서 찾을 수 있도록 순례 중에 기도하겠다." (최상석 성공회 신부, 성공회환경연대 사무국장)

 

다음은 농촌에 들어가 생명을 가꾸고 있는 젊은 사제의 메시지이다.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강을 파헤치는 운하는 생명의 무지를 넘어 생명이길 거부하는 자연에 대한 폭거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독일에서도 운하는 보수하지만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지 않는다. 독일 MD운하의 비용편익도 100원을 투자해서 52원을 얻을 뿐이다.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운하를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불도저식으로 밀고가면 안 된다. 강은 생명의 핏줄이다. 강이 죽으면 바다가 죽고 바다가 죽으면 인간이 죽는다." (김규봉 신부, 천주교 환경연대 사무국장)  

 

자손만대까지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계획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순례를 떠나는 자리에 운하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4살 아이가 털모자를 쓰고 유모차에 앉아 있다. 입술이 파랗다. 함아자 할머니(65·김포 용화사)의 간절한 염원이 가혹한 것일까.

 

"강은 생명과 혼, 역사와 문화가 흘러가는 곳이다. 남대문이 불탔다. 6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이명박 당선자의 남대문 개방으로 불탄 것 아니냐. 남대문은 다시 복원할 수 있지만 대운하로 파괴된 자연은 복원할 수가 없다. 우리 손녀에게 있는 그대로의 강과 산을 물려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참소리'와 '지금 여기' 까페에도 올립니다.


태그:#대운하, #순례, #남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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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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