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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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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전태일 여동생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해?'

전순옥이란 이름에 눈길이 멎었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지난 10월 8일, 문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1602명의 명단에는 분명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이 아닌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서울 동대문 창신동에 있는 '참여성노동복지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동명이인이 아니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의 전씨는 또렷하게 "난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궁금했다. 도대체 왜 그녀는 권영길이 아닌 문 후보를 지지할까? 주변 사람들도 "어머, 진짜?"라며 궁금해 했다.

전순옥은 왜 문국현을 지지할까

곧바로 전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전씨는 "정치 이야기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마음이 생기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정중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약 2주가 흐른 뒤인 23일 저녁 창신동 '수다공방'에서 그녀를 만났다. 재봉틀이 가득하고, 수십년 오직 재봉일만 해온 여성들이 있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도 궁금했지만, 인간 전순옥이 보는 '바로 오늘'과 '미래의 희망'도 듣고 싶었다.

전순옥이란 이름 앞에 '전태일 여동생'이란 수식어가 붙은 건 1970년 오빠 전태일이 분신을 하면서 부터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6살이었고, 그때부터 어머니 이소선씨와 함께 노동운동에 뛰어 들었다. 전씨는 22살까지 오빠 전태일의 뒤를 이어 봉제 공장에서 일했고, 89년 35살의 나이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001년 영국 런던 워릭대에서 한국 70년대 여성 노동운동사를 다룬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s)'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당시 워릭대 최고의 논문으로 선정됐고, 한국에서는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2004)로 발간됐다.

귀국한 전씨는 대학 교수 자리를 제의 받았고, 정치권에서 '러브콜'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젊은날을 보냈고, 오빠 전태일이 일했고 몸을 불살랐던 동대문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재봉틀 앞에 앉았다. 그리고 '참여성노동복지터'를 만들어 수십년 재봉일을 천직으로 알며 살아가는 낮은 땅의 여성 노동자들과 웃고, 울며 일하고 있다.

사실 이쯤 되면 '전태일 여동생 전순옥'이 아닌 '전순옥 오빠 전태일'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전씨는 인터뷰 내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진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며 눈물로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전씨의 일문 일답니다.

- 전순옥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당연히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할거라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어머, 진짜?"하는 반응을 보이더라.  
"우린 모두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에 갇히기도 한다. 남도 자기 생각 속에 집어넣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곤 한다.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정해진 편견 없이 생각해보자. 전순옥은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고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도 지지할 수 있다. 자유롭게 생각하자.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스스로 고정관념에 갇혀 있으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나."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수다공방을 찾아 고 전태일 열사 여동생 전순옥씨와 만남을 갖고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이 24일 오전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수다공방을 찾아 고 전태일 열사 여동생 전순옥씨와 만남을 갖고 있다.
ⓒ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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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대통령 후보 누구를 지지한다는 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대부분 사람들은 모른다."

- 문 후보와 평소 알고 있는 관계였나.
"작년 수다공방 패션쇼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행사 협찬을 위해 유한킴벌리에 찾아갔더니, 흔쾌히 협조해줬다. 그리고 문 후보가 직접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행사를 마친 바로 다음날 문 후보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참 좋은 행사였고, 수십 년 여성 봉제 노동자가 직접 모델로 올라오는 패션쇼에서 희망을 봤다'고 하더라."

"문 후보와 지향점 비슷하다"

- 어머니 이소선씨도 문 후보에 대해서 알고 있나.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인 8월 24일 어머니를 찾아왔다. 그 때 어머니는 ‘그 분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작년 수다공방 패션쇼에서 모델도 섰던 분이라고 설명해 주니, ‘고마운 분이네’라고 말했다."

- 사실 이소선씨는 민주노동당 지지 아닌가? 근데 딸은 문 후보 지지다.
"(웃음) 어머니와 내가 꼭 같이 가야 하나?"

- 전순옥은 늘 낮은 곳에서 소외 받는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했다. 그에 반해 문 후보는 기업인이었고, CEO 출신이다. 전순옥과 문국현의 삶에서 비슷한 지향점 같은 게 있나?
"어떻게 보면 지향점이 같을 수도 있다. 문 후보는 CEO 출신인데, 그의 두 딸은 유학을 안 갔다. 자식 유학 보내는 건 CEO인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노동운동가들도 자기는 운동을 하지만, 자식만큼은 상류 사회로 보내고 싶어 한다. 그게 부모 마음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나. 그러나 이젠 그런 세상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자식들 유학 보내고 최고의 교육을 시켜 상류사회로 보내려 한다.

그런데 문 후보는 딸들 유학도 안보내고, 과외도 안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딸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어떻게 초심으로 그렇게 살 수 있는 지...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진정성과 진실성을 전해준 것 같다. 나도 감동을 받았다.

영국 언론인이 쓴 <마르크스 평전>을 한번 보라. 마르크스는 굶고, 친구에게 돈 빌려가며 힘들게 살지 않았나. 자기는 모든 민중, 노동자 계급이 평등하게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자기 딸은 상류 사회에 넣기 위해 '프렌치 레슨(프랑스어 교습)'을 하고 피아노 레슨도 시켰다. 많이 놀랐다. 마르크스도 역시 인간이구나 싶었다."

이때까지 전순옥 대표와 나는 미싱 사이에서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전 대표에게 "이제 정치 이야기 좀 해보자"며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전 대표는 "이러다 말려드는 거 아닌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전 대표는 "정치 이야기는 왠만하면 하지 말자"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전 대표가 피하고 싶은 건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야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나는 그런 전 대표에게 "왜 굳이 문국현을 지지하는가와 밑바닥에서 활동해온 인간 전순옥이 그리는 희망을 논하기 위해서는 정치 이야기는 불가피 하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 오늘(23일) 여기 오기 전에 전라도를 돌고 있는 권영길 후보를 만나고 왔다. 민주노동당 쪽에서는 전 대표의 문 후보 지지를 아쉬워하는 눈치다.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 정말 정치에 대해서 '노코멘트' 하고 싶다. (한동안 침묵. 이어 작심한 듯) 한마디로 이름이 '노동당'이라서 내가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이 '민주' '노동'이고,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어야지, 슬로건만 민주노동당이라고 해서 노동당이 되는 건 아니다.

슬로건은 말하기 쉽다.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노동당은 너무 구태의연하고, 정파가 강하다. 한마디로... 더 이상 묻지 마라. (다시 침묵) 그게 무슨 진보정당이냐. 당파들 모여서 싸움 하는 것이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정말 화가 난다.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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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난다고?
"그렇다. 화가 난다.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너무 구태의연하다. 신선하지도 않고, 새로운 것도 없다. 그냥 민주노동당이란 이름만 갖고 사람들 모아내려고 하고…. 당위성만 갖고 있다. 당위성 말고 뭐가 더 있나. 정말 그런 것 싫다."

- 유연해야 한다는 말인가?
"유연하기도 해야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읽어야 한다. 만날 비정규직 이야기 한다. 그러나 대책은 없다. 대안이 없다. 비정규직 철폐? 그거 됐나? 안됐다. 철폐라는 구호 보다는 어떻게 대안을 만들고, 어떤 정책을 바꿔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슬로건으로 이번에도 무조건 철폐하겠다고 하는데…."

- 평소 대기업, 남성 노동자, 정규직 중심의 노동 운동에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맥락에서의 비판인가.
"한마디로 노동운동이, 이미 가진 자들의 것이 돼 버렸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 (눈물) 내가 볼 때는 전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추상적인 것에) 몰입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말만 무성하고 실천도 없고, 대안도 주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무얼 했나. 진보 정당이 이제 10년이 되지 않았나. 그동안 뭔가를 했으면 사람들이 왜 지지를 안 하겠나. 너무 사람들을 볼모로 잡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볼모로 잡는 것 같다"

- 권영길 후보는 현재 11월 11일 '100만 민중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그걸로 뭘 할 건가? 이번에 권 후보가 또 나온 것도 실망이다. 이제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뭘 좀 만들어 줘야하지 않나. 이번에 심상정 의원이나 노회찬 의원이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이번에 그들이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을 위해 길을 열어줘야 했다. 그런데 보니까, 특정 정파가 권 후보를 선택한 것 같더라. 그게 뭔가. 그런 건 안 된다. 정파 때문에 망한다."

-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계속 낮은 지역에서 묵묵하게 일해 왔다. 그렇게 활동해서 찾은 희망이 있는가.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나는 몇 년 째 여기 창신동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 노동자 개개인들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다시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또 자기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는다. 그걸로 밥 먹고, 아이들 교육을 시킨다. 그래서 '아, 내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는 희망을 갖는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본다."

- 거대 담론이 아닌 생활 속 작은 실천의 중요성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거대담론은 사람들 속에서 나온다. 특히 이름 없고 빛도 없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입에 밥한 술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 정치와 경제는 그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희망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본다."

- 요즘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다 전부 몰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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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더라. 이번에 정권 빼앗기면 향후 10년 동안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할 것이고, 일본처럼 우경화 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렇게 비관적인 생각 안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진보진영에서) 떠나야 한다. 얼마든지 희망적일 수 있다.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공허한 것이다. 뭔가 헛것을 찾으려는 것 같다.

우리가 왜 그렇게 돼야 하나. 나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내가 대안을 제시할 순 없지만, 희망은 사람 속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삶을 이해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사람중심의 경제, 정치도 나올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여기서 이런 것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작년 패션쇼 하면서 비판 많이 받았다. '수정주의 개량주의자라서 이러고 있는 것 아니냐', '자본주의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이런 것도 본인들의 생각이니 그냥 둔다.

다만, 사람들의 사고가 너무 고정돼 있는 것 같다. 윗사람들은 '우린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했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사회를 보라. 못사는 사람들은 계속 못 살고 대상화 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정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될 때 이 사회가 바뀐다고 본다."

- 그것이 밑바닥 현장을 지킨 전순옥의 희망인가.
"나는 날마다 가슴이 벅차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일을 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가자. 만들면 되지 않나. 일 속에서, 일상에서 찾자.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

- 2005년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제의받았는데 거부했다. 이유가 뭔가.
"당시 어머니, 남편과도 의논을 했다. 과연 청와대에서 뭔가 새롭게 노동운동을 하고, 새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에 정말 노동자를 위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위해서 뭔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그런 여지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짜여진 정책 속에서 내가 뭔가 수행을 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는 의미가 없다."

- 청와대가 아니어도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많았을텐데.
"여기저기서 많은 제의가 있었다. 물론 정치권의 제안도 있었다. 어머니도 지난 87년 대투쟁 이후 평화민주당 만들 때 정치권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때 민주인사들이 (정치권으로) 대거 들어가지 않았나. 그런데 어머니는 안 들어갔다. 당시 어머니가 ‘나 혼자 들어가서 노동자들 대변할 수 있겠냐’했다. 어머니 말이 맞았다."

"오빠 전태일이 나에게 길을 제시해 줬다"

- 유학을 마치고 다시 재봉틀이 있는 현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가장 크게 배운 게 뭔가.
"여기 사람들 중에는 열 몇 살 때부터 평화시장에서 일했던 사람도 있다. 수십년 한 가지 일을 해온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이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누가 인정을 안 해주지만 이 직업을 통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자식들 공부시켰으며, 이만큼 기술이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기뻐한다.

나는 그게 정말 신선했다. 이들과 함께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면 뭔가 찾을 수 있겠구나 했다. 그래도 이분들이 있어서 우리의 섬유 산업이 하향 산업이 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여기 사람들이 신나게 일하면 첨단 산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생각 대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게 참 중요하다."

- 그래도 박사학위까지 받고,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돌아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가 올 자리에 왔다. 너무 편안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이 오해를 하더라. ‘전순옥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그건 오해다. 내가 여기서 행복하지 않고, 일하는 게 즐겁지 않으면 남을 위해서 일 못한다.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12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참여성노동복지터를 만들었을 때, 그 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요즘 오빠 전태일의 일기를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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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어떻게 다르게 보이나.
"오빠의 일기를 보면,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타인의 고통을 자기 고통으로 뼈저리게 받아들이더라. 그러면서 오빠는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라고 쓰지 않았나. 나를 그 사람으로, 그 사람을 나로 생각한 것이다.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 못 갔다.

나는 남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산다. 나는 이기적이다. 내가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러 떠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유학을 떠날 때 ‘전태일 여동생이, 어머니도 거리에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했다. 내가 내 자리에 돌아온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이름 앞에 늘 '전태일 여동생'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부담스럽지 않은가.
"괜찮다. 전태일 동생도 좋고, 이소선 딸이어도 좋다. 그건 있는 사실이고, 그걸 바꿀 수 없지 않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오빠한테 많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오빠 동생을 떠나서도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 줬다. 오히려 감사하다. 전태일 동생이라는 게 고마울 뿐이다."

- 예전 인터뷰에서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진보 진영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사람들이 그냥 욕심 같은 걸 내려놨으면 좋겠다. '내가 뭘 하겠다', '내가 정치를 해야겠다' 그런 것 다 내려놓고 원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자기가 갖고 있는 걸 좀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다시 사람들이 있는 대열에 서서 함께 가보자. 그럼 우리 앞길이 훤히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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