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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날시위에 할아버지들이?
ⓒ 전경옥
말복.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덕수궁에서 마지막 복날 시위가 있다 해서 갔지요. 언제나처럼 개고기반대시위라면 젊은 여자들이 여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할아버지들이 나오셨더군요. 동물단체 회원들이 개고기반대 서명을 받다 만난 분들인데 오늘 시위를 설명해드리니 흔쾌히 나와주셨답니다.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없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여쭤보았지요. “개고기? 절대 안 먹어. 전통 아냐.”

▲ 할아버지들이 구호도 우렁차네요.
ⓒ 전경옥
그뿐인가요? 구호도 우렁찹니다.
“동물학대 반대한다!”
“개장수 물러가라!”

비도 많이 내리고 사람도 많지 않지만 시위는 시위인가 봅니다. 경찰 한분이 지켜보고 있네요. 대부분 여자들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인데 걱정할 일(?)이야 뭐 있겠어요?

▲ 경찰아저씨! 평화시위입니다. 그냥 구경만 하세요.
ⓒ 전경옥
시위에 참석한 어떤 분으로부터 끔찍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동네에서 한 유기견을 구조해 돌보다가 이웃에 살고 있는 어떤 분이 예쁘게 키워주시겠다고 했대요. 그 분께 개를 넘기고 보니 보기에도 살림이 넉넉지 않아 보여 도움을 드리고자 사료를 사가지고 그분 집으로 갔는데 불과 한시간만에 그 개는 사지가 절단되어 솥 안에 들어가 있더랍니다.

알고 보니 동네에서 유기견들을 주워 집에서 잡아먹어 왔다고 합니다. 유기견. 집에서 키우다 버림받거나 길을 잃은 개들인데. 이들을 보통 애완견이라고 하지요. 애완견, 식용견 구분은 먹으면 식용, 키우면 애완인가봅니다. 이러다 개를 잃어버리면 이런 분의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 유기견의 영혼을 달래며...
ⓒ 전경옥
사람들은 묻지요. 왜 개만 먹지 말라고 하느냐. 소나 돼지나 닭은? 우리는 이런 동물들을 가축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평상시에 먹고 있는 가축이라는 동물들의 삶은 과연 자연스러울까요?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살만 찌우다 닭은 30일, 돼지는 160일 정도면 도살됩니다.

냄새나고 더럽고 불편한 환경 때문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그 때문에 항생제사용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리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갑하다고 신경질을 냅니다. 하지만 가축들에게 그것은 평생 삶의 조건입니다. 이런 가축들의 삶을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확대하는게 옳은 일일까요?

▲ 가축의 범위를 더 이상 늘리지 말아주세요.
ⓒ 전경옥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곰을 사육하는 이상한 두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을 복원한다고 세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가축처럼 좁은 우리에서 사육되는 곰들이 1600마리나 됩니다. 그런데 이들 곰을 사육하는 분들은 곰도 가축처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축화가 오래된 돼지조차 코로 땅을 파헤치고 진흙목욕을 해서 체온을 조절하는 본능은 살아있습니다. 이런 조건이 안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지요. 그러니 곰같은 야생동물을 가둬 키운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개는 인간친화적인 동시에 조상인 늑대의 공격적 성향이 남아있습니다.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이 공격성을 없애기 위해 많은 학대가 자행됩니다. 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처한 현실적인 환경이 다르거든요.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만 처해진 조건을 개선시키려고 하다보니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의 식용에 반대하고 농장동물은 사육과 도살의 인도적인 대우를 요구하게 되었답니다. 소, 돼지, 닭까지 당장에 먹지 말라고 하면 축산업 하시는 분들은 어찌 하라구요? 가축의 대열에서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단 한 종류의 동물이라도 제외시키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을 가축화해야 인간은 만족할까요?

▲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은 개고기가 아니라 생명존중입니다."
ⓒ 전경옥
시위가 끝나고 돌아가는데 누군가 묻더군요. “이런 거 한다고 뭐가 바뀔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물을 통해 세상을 보니 못보고 지나쳤던 것,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단면들이 다르게 보이더군요.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개고기보다 아름다운 생명존중사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더 자랑스럽게 물려주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백무산님의 <보신탕 공화국>이란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통의 의미가 어떻게 퇴색되었는지 제 생각을 잘 대변해 주는 시가 아닐지요.

그런 일은 없었다, 입맛 당기면
언제고 늘어진 자지를 들먹이며 킬킬대며
먹든 그런 전통은 우리에게 없었다.

사람 반길 줄 알고 품에 안겨오는 개를
잡아먹는 일이 어디 속 편했을까

미안하고 죄송해서
마을을 멀리하고 당산도 벗어나고
개울가나 뚝 떨어진 빈집이나 다리 밑에

솥단지 걸고 기껏 삼복에나 한두 번
입 닦고 시침떼고 흔적 다 파묻고
어쩌지 못해 먹는다만 미안하고 죄송해서 어쩌나

집에 들고 가 식구들 둘러앉아 먹는 일 없고
먹을 게 쌓여 썩어가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몰려가

물어뜯는 전통은 없었다.

불란서에서 별난 년이 별난 소리 한마디 한다고
내처 이깃장 놓기로 작정을 하고
무슨 불온한 사상의 냄새라도 맡았는지

이제는 당당히 먹자고 등심 안심 골라 먹자고
사업화도 하자고 낯익은 궐기대회도 준비하고
티브이에서 신문에서 전통이라고 민족음식이라고

저렇게 킬킬대며 아무 때고 남녀가 몰려가
간접 교미를 해가며 물어뜯는 일은 도시
넥타이족들의 식도락이지 전통이 아니다.

한강의 그 잘난 기적과
민족중흥의 보신탕주의를 넘어가자는 목소리가
이즈음엔 더 큰 줄로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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