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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 '이장호의 외인구단' 포스터. 1986년 개봉.
ⓒ <이장호의 외인구단>
22살. 내 삶이 한여름 신록만큼 푸르른 그때. 소위 요즘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외치는 '오빠'라는 우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로 배우 최재성(44)이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까치 오혜성'이었다.

엄지에게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던 까치. 결국 엄지를 위해 야구 시합에서 마동탁에게 져 주고 마동탁의 공에 맞아 두 눈까지 잃어버리는 까치. 그럼에도 엄지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까치. 그 까치가 22살 내 푸른 청춘 시절을 참 황홀하게 했었다.

이후 <여명의 눈동자> <두려움 없는 사랑> 또 <제국의 아침> <불멸의 이순신> <연개소문>에서 그를 만날 때면 내가 나이를 먹듯 그도 나이를 먹고 있음을, 내가 중년이 되었듯 그도 중년이 되었음을 실감하곤 했다. 요즈음의 최재성은 예전 그때, 심장이 멎을 듯 날 자지러지게 만들던 그런 우상이라기 보단 멀리 떨어져 사는 오랜 지기의 반가운 안부 편지 같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그 세월 동안 내 청춘의 열정도 함께 변했나 보다. 삭고 삭은 젓갈이 더 깊은 맛을 내듯 호들갑스런 자지러짐보단 저절로 눈가에 웃음이 달리게 만드는 진한 반가움 같은 그런 아련함이라니….

6월초 김포 시정지(김포마루) 기획 회의 때, 김포시 홍보대사인 최재성의 인터뷰를 7월호에 싣자는 결정이 났다. 앞뒤 잴 겨를 없이 인터뷰를 자청했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하필 해외 촬영 중이라 원고 마감일 하루 전(19일 오후), 그와의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 새로 맡은 배역을 위해 머리를 하얗게 탈색한 최재성
ⓒ 김정혜
"김포요? 참 살기 참 좋은 곳이죠. 이런 살기 좋은 도시에 터전을 잡은 것도 복이라면 복인데, 거기다 이 도시의 홍보대사라니…. 그저 뿌듯합니다. 애국이 별건가요? 내가 사는 지역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애국 아니겠습니까. 홍보대사라는 이름으로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미력한 힘이나마 기꺼이 보태겠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어지간히 발걸음을 서둘렀나 보다. 자리를 잡은 후 냉수 한 컵을 들이키고서도 헐떡이는 숨이 잦아들 줄을 모른다. 이어 곧바로 시작된 인터뷰. 김포시 홍보대사로서의 소감을 묻자 거침없는 한마디 한마디가 화통하고 시원스럽다.

서글서글한 눈매에서 터져 나오는 호탕한 웃음도 참 시원스럽다. 화려한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다. 더도 덜도 말고 바로 내 이웃으로 살아가는 배우 최재성. 그를 만나 김포 사람으로 살아가는 요즘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내와 함께 수다 떨고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고 달려

4~5년쯤 전. 김포시 풍무동으로 이사를 와서 보니 정말 살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더란다. 먼저 넉넉한 인정이 넘치는 이웃들이 좋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자연환경이 좋았고. 거기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 한 가지가 있었다는데.

"아내가 김포 사람입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저런 이유로 김포는 내 고향만큼이나 정겨운 곳입니다"

처갓집 말뚝까지 들먹이는 걸 보니 그의 아내 사랑이 참 애틋하다 싶다. 그의 아내는 1994년 '결론'이란 노래로 가요계에 데뷔한 가수 황세옥이다. 이후 3집까지 내며 활발한 활동을 하다 지금은 아들 둘 키우느라, 남편 내조하느라 하루하루 전업 주부로서의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가수로서의 꿈을 접고 오로지 좋은 엄마로 또 훌륭한 반려자로 살아가고 있는 아내. 최재성은 그런 아내를 생각할 때면 늘 인연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한다. 결혼10년 동안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를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부부 관계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비유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채워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새록새록 정이 쌓이는 그런 관계. 때로 아내가 그인 것 같고 그가 아내인 것 같은 그런 익숙함이 바로 부부라고.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고 한다.

촬영이 있을 때는 집을 많이 비우게 되는데 그 부분이 가족들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가 이웃들과 수다 떨었던 이야기를 맞장구까지 쳐가며 더 열심히 들어준다고 한다. 또 아이들과는 아파트 주변이나 공설운동장 주변 트랙으로 나가 이리저리 뛰고 달리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뭐니 뭐니 해도 가정의 행복보다 더 값진 행복은 없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런 그가 어쩐지 낯설어 보인다. 매사에 무뚝뚝하고 매사에 근엄할 것만 같은 그가 그리 자상하다니….

그건 아마도 화면 속에서 늘 보아 왔던 선 굵은 그의 이미지 탓이지 싶다. 그 이야기는 자상한 남편과 아빠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그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는 인기에 아등바등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가끔 TV화면에 얼굴이 비칠 때 시청자들이 외면하지 않고 반가워 해주면 그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 인터뷰 내내 사람좋은 넉넉한 웃음이 참 시원한 최재성
ⓒ 김정혜
"많은 작품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습니까. 세상을 원리 원칙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많은 것을 욕심 내지 않고, 내 앞에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거죠. 그래서 금방 잊혀지는 연기자가 아닌 언제 봐도 반가운 연기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연기가 천직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사람과 어울리는 게 즐거움

<제국의 아침> <불멸의 이순신> <연개소문> 등 유독 사극 출연이 많았던 것에 대해선 본인의 이미지가 역사 속 인물과 많이 흡사해서가 아니겠냐는 우스갯소리로 익살을 떤다. 사극 연기는 현대물보다 몇 배는 힘이 든다고 한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역사 속 인물을 재 부각시켜준다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큰 사명감을 느끼고 그만큼 보람도 느낀다고.

요즘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MBC 수목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접하는 현대물로 사극 이미지에 길들여 있을 것 같은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미지 변신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정말 매력적인 배역이라 혼신을 다해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사실 그는 연기가 천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단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천성적으로 사람들이 좋고 사람들과의 그 어울림을 워낙에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가슴속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할 수 있는 그 뭔가가 늘 똬리를 틀고 있다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뭔가를 이루고, 함께 그 보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더불어 사는 삶을 그는 늘 갈구하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김포시 홍보대사로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김포의 자랑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지 않고 김포 쌀을 이야기한다.

"옛말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포 쌀로 지은 밥이 보약 중 보약 아니겠습니까. 다음으로 문수산과 애기봉을 꼽고 싶습니다. 문수산 정상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염하강을 내려다볼 때면 온갖 시름이 다 사라지더군요. 그리고 소박한 삶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문수산 자락 민통선 마을은 욕심 없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애기봉에 올라 북녘 땅을 바라볼 때면 수많은 이산가족의 아픔에 가슴이 짠해지죠. 그러면서 가족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지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2시간여. 원리 원칙적인 그의 인생이 의미심장한 눈빛 속에서 빛을 내뿜기도 하고, 욕심 없는 그의 인생이 호탕한 웃음 속으로 섞여 들어 박하 향 같은 시원함을 내뿜는다. 화려한 연예인 보단 가끔 TV화면으로 만나도 반가운 진정한 연기자로, 연예인이라 특별한 이웃보단 언제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박한 이웃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다. 다시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그의 등 뒤로 그가 살아가는 진솔한 삶이 여름 뙤약볕만큼이나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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