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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병이 심한 원숭이
ⓒ 전경옥

@BRI@서울시 능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어린 시절 방학이면 한번쯤 들렀던 어린이들만의 공원. 영하의 날씨에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대공원에 있는 동물들, 이 겨울을 어찌 지내고 있을까.

입구에 코끼리공연장이 있었다. 실외공연장이라 날씨 때문에 오늘은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내요원의 말.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이 신청을 안 해요. 그래서 오늘은 취소했어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따뜻한 봄이 되면 코끼리 공연은 계속될 것이다.

실내공연장은 하루에 두 번 열리고 있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절을 하고 물구나무서고 북을 치고 농구게임도 하고 심지어 369게임도 하는 물개의 행동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훈련과정을 통해 의인화된 동물들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무엇보다 그런 행동은 물개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 농구게임하는 물개
ⓒ 전경옥
공연장을 나와 원숭이관이라고 써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의 좁은 사육장 바닥은 모두 시멘트. 철문으로 각각의 원숭이들이 나뉘어 있었다. 추워서인지 원숭이들은 서로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힘없이 누워있는 원숭이를 보니 안쓰럽다. 피부병이 심해 등 쪽의 털이 다 벗겨진 원숭이도 있었다. 이 원숭이는 동물병원에서 보호하기 힘들다며 대공원 동물원측에 맡겼다고 한다. 동물원이 병든 동물을 처리하는 곳인가. 원래 녀석들이 살던 곳은 시멘트 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 곳에서 답답하게 지내야 할까.

▲ 시멘트 바닥에 힘없이 누워있는 원숭이
ⓒ 전경옥
하지만 실외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자는 열대지방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추운 날씨에 밖에 나와 있다. 움직이지 않고 석고상처럼 가만히 있는 사자를 보니 가슴이 섬뜩하다. 대공원측은 "사자와 호랑이는 영하1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사자우리 돌에는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돌이 따뜻해서 올라가 있는 모양이다.

원래 야생의 초원에서 뛰던 녀석들이 좁은 공간에서 멍하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자다! 야호~"하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얄밉다. 사람들에게는 단 몇 분의 시간이지만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완전히 노출된 공간은 야생동물들에게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 열대지방 동물인 사자. 영하의 추위였습니다
ⓒ 전경옥
우리 안에서 같은 자리를 왔다갔다 맴도는 호랑이들의 행동도 보기에 안쓰럽기는 마찬가지. 5-6마리가 있는 곰 우리에는 나무가 달랑 한 그루였다. 여름이면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 곰들은 치열한 자리경쟁을 할 것이다.

▲ 한 곳을 왔다갔다하는 호랑이
ⓒ 전경옥
그나마 사자나 호랑이는 인기동물(?)이니 그나마 우리가 큰 편이다. 사자 우리 뒤쪽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한다는 반달가슴곰은 뒤쪽에 난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쉴 새 없이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상행동의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 앞에 서 있던 십 여분의 시간 동안 곰의 이상행동은 계속되었다.

역시 같은 곳을 맴도는 불곰의 행동은 호랑이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행동의 징후이다. 엉덩이 쪽의 털이 다 빠져 피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타조. 하루에 수십km를 달려야 하는 타조에게 그곳은 얼마나 답답한 공간인가.

▲ 뒤쪽의 털이 빠져있는 타조
ⓒ 전경옥
유해조수라며 천대를 받는 멧돼지들의 우리는 더욱 경악스러웠다. 나무도 풀도 흙도 아무것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는 오물이 가득했다. 농작물을 해친다며 매년 사냥을 해대는 멧돼지들은 왜 전시하는가.

대공원측은 "실내사육장은 시멘트로 하지 않으면 쉽게 더러워지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멧돼지들은 땅을 파는 습성이 있어 우리가 쉽게 더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원측도 동물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건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시멘트바닥에 아무것도 없이 달랑 멧돼지들만....
ⓒ 전경옥
새들의 우리 뒤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분명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이름이 크게 써 있었다. 동물들을 위해 무엇을 남겼다는 뿌듯함이었을까. 무엇보다 새들은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생태 조건에 맞는 삶이다.

그곳에서도 먹이주기 행사는 있었다. 한 쪽에 있는 먹이자판기. 염소와 미니피그, 양들의 우리 안에는 사람들이 던져준 먹이와 배설물이 마구 섞여 있었다. 낙타 타기, 말 타기, 개들을 만지며 놀아주는 공간. 그곳을 빠져나오면 자연스럽게 강아지인형 기념품가게와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은 동물사랑을 배웠을까 아니면 돈 몇 천원만 내면 만지고 먹이주고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는 쉬운 대상이라고 생각했을까.

열대동물관의 파충류들도 하나같이 시멘트바닥 위에 있었다. 좁은 유리관위로 끊임없이 오르려다 미끄러지는 도마뱀. 녀석은 신나게 나무 위를 오르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 녀석들의 고향은 이곳과는 기후와 토양 모든 조건이 다르다. 누가 그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았을까.

▲ 곤충만지기체험
ⓒ 전경옥
대공원에서는 한참 곤충체험전이 열리고 있었다. 곤충은 작지만 지구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고귀한 생명인데 어떻게 체험을 한다는 것일까. 입구에 널찍하게 물을 담아놓은 곳이 있었고 몇 마리의 수서곤충이 있었다. 그냥 눈으로 봐도 되는데 안내요원은 끊임없이 "만져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한 번 만져보는데 그칠 수 있지만 그 곤충은 하루에도 수십번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한다. 장수풍뎅이도 만지고 거북이도 만지고. 아! 체험전이란 온갖 동물들을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게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의미인가보다. 곤충표본 만드는 설명서는 너무도 친절하다.

'표본할 곤충이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살짝 잡은 뒤 곤충핀을 찔러 고정시킵니다. 더듬이가 떨어졌을 경우 접착제로 사용하여 붙여줍니다.'

▲ 만지기체험 끝나면 이제 직접 사가지고 갑니다
ⓒ 전경옥
아이들은 곤충부터 개까지 온갖 주무르기 체험을 마치고 야생동물의 이상행동만 본 이후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나비를 잡아 핀으로 찔러 표본을 만들어 볼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곤충학자나 동물학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배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편의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자식이 생기면 체험전이나 동물원엔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는 단 한 마리의 나비와 벌레도 소중히 생각하는 윤리적인 성품을 가르칠 것이다. 이 아름다운 생태계에 하잘 것 없는 생명이 어디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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