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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이 예리한 지역민심 뇌관을 또 건드렸다. <조선일보>가 다시 총대를 멨다. 야당의 전라도 비하발언에 이은 해방구발언 파문으로 가뜩이나 색깔논쟁에 민감한 지역이다.

그러더니 이젠 전북 임실의 한 중학교를 이념논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의 ‘특정지역 색깔 덧씌우기’가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들이 무겁고 따갑다.

조선일보, ‘중학생 빨치산 추모제’ 불씨

▲ 색깔논쟁에 관한 지역사회 반응과 해당 교사 인터뷰를 통해 심층 보도한 <참소리>
ⓒ 참소리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전교조 교사, 중학생 180명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란 기사가 색깔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조선> <동아> <중앙> 등 보수신문들과 전교조가 최근 첨예한 갈등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애꿎은 시골 중학교로 튄 형국이다.

“임실의 한 중학교 교사가 비전향 장기수들과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한 것이 공안당국에 의해 밝혀졌다”며 문제를 제기한 <조선>은 “작년 5월 순창의 회문산에서 열린 빨치산 추모행사인 ‘남녘 통일애국열사 추모제’에 학생 180여명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잇따라 보도했다.

<조선>은 7일 ‘주민들 “등산 간다더니… 웬 빨치산 추모”’란 현지 르포기사에서도 “전교조 교사, 학생들과 ‘빨치산 행사’파문으로 소읍이 술렁거리고 있다”며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기사였지만 진짜 학부모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날 사설서도 포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실 중학교 사건을 어찌 보나’에서다.

“작년에 전북 임실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비전향 장기수들과 빨치산 추모제를 함께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전제한 이 사설은 “빨치산 출신 등 수백명이 모여 ‘해방구’를 선언하고 ‘우리 부대는 적을 공격해 무기를 노획하고 적의 옷을 빼앗아 입었다’고 자랑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소속 도덕교사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학교에 비전향 장기수가 공공연히 나타나고, 그들을 만난 학생들은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좋았다’고 할 정도가 됐다”고 한 이 사설은 “전교조에 의한 반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우리 아이들을 빨치산 숭배자로 만드는 데까지 와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조선>은 16일 사설 '전교조가 만들어내는 아이들'에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학생들이 매년 빨치산 추모제를 가졌다는 전북 임실의 어느 중학교 아이들이 인터넷카페에 올려놓은 섬뜩한 이야기들만 봐도 전교조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불구로 만들고 있는가가 증명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섬뜩한 건 오히려 사설의 주장에서 느껴졌다.

전교조와의 갈등해법 이건 아닌데...

▲ 전북민언련은 성명을 통해 <조선일보>의 보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 전북민언련

인터넷에 이라크전쟁 반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아이들의 글을 사설서 인용한 점은 특이하다 못해 집요함이 묻어난다. 그러더니 끝내 사설은 “지금의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가르쳐 대한민국을 안으로부터, 밑에서부터 붕괴시키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다. 전교조와의 갈등해법을 한 시골중학교에서 찾고자 했던 게 화근이 됐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

전북민언련은 ‘이제는 어린 학생들까지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으려는가!’란 성명에서 <조선>의 시골 중학생들에 대한 악의적 왜곡보도를 규탄했다. 전북민언련은 성명에서 “<조선일보>의 구시대적 ‘마녀사냥’이 이번엔 전교조와 중학교 학생들을 향했다”며 “늘 그렇지만 <조선일보>의 이성을 잃은 왜곡보도는 <문화일보>와 <중앙일보>가 따라 쓰고, 또 다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라는 구태의연한 확대재생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 문화제’는 분단의 현장을 직접 보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고 평화로운 통일의 길을 찾자는 취지에서 ‘전북 재야 및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행사였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성명은 또 “<조선일보>는 ‘비전향 장기수 모임인 통일광장’이 주최한 ‘빨치산 추모제’라고 악의적 왜곡을 하며 작년 5월 이 문화제에 참석했던 전북 임실의 한 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를 빨갱이로 몰아가며 색깔 공세를 퍼부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불온한 전교조 교사가 순진하고 어린 학생들을 꼬드겨 친북, 반미 교육을 하고, 동료 교사에게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해 왔다고 한 보도는 왜곡됐다는 것이다. <조선>의 “우리 아이들을 빨치산 숭배자까지 만들었다”는 사설 또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전북시민사회단체, 벌집 쑤셔 놓은 듯

<조선일보>의 의도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전북민언련은 성명 말미에서 “‘색깔론’에 대한 향수가 그리도 그리운가?, 아니면 또 다른 정략적 이유라도 있는가?”로 반문했다.

전북통일연대도 15일 “통일열사 추모제 참가 학생·교사 매도 말라”며 비난의 대열에 가세했다.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해 온 교사와 그가 근무했던 중학교가 보수신문의 악의적 보도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작은 성명서 운동’을 전개하고 나선 것이다.

전북통일연대는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2003년부터 통일배지 달기와 북한 학생에게 편지쓰기 등을 벌여 온 어린 영혼들을 짓밟고, 통일에 헌신하는 교사를 매도하고 있다”며 “일터와 생활현장 등에서 2명 이상이 힘을 합해 소박한 성명서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작은 성명서 운동은 전교조 전북지부 열린마당 (chamjb.eduhope.net) 등에서 전개하기로 했다.

한편, 지역 인터넷신문인 <참소리>는 ‘주여~ 조선일보를 용서하소서’ 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교조의 통일 열사 추모행사 참석을 친북좌파로 내모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각계 반응을 16일 톱뉴스로 다뤘다.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전교조 교사, 중학생 180명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주요 일간지들이 이 내용을 앞 다퉈 다루기 시작하면서, 전교조가 때 아닌 색깔논쟁에 휩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가장 큰 상처 입은 건 어린학생들”

<참소리>는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해당 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소상하게 당시 상황을 공개해 주목을 끈다. “언론에서 지칭하는 빨치산 추모제는 남녘 통일애국열사 추모 문화제로 아이들에게 분단, 대립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동족 간의 반목, 갈등으로 인한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산 교훈을 심어주고자 참석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조선>과 더욱 대조적인 기사는 “본 행사 전날 저녁에 진행된 문화제만 참석하고 본 행사 때는 학생들과 등산했으며 빨치산 구호 등을 제창한 일은 없다”는 당사자와의 인터뷰 내용들이다. 보수언론이 공개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대목이다.

이 기사는 또 “‘공안당국 내사 중’이라는 <조선일보>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행사에 참석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여태까지 국정원의 조사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조선일보>에서 조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라는 발언을 함께 실었다.

“요즘 제 기도의 주제는 '주여~ 조선일보를 용서하소서'입니다. 이는 전주 언약교회 목회자와 신도들이 낸 성명서 제목인데, 용서할 수 없는 집단을 보면서 하는 말입니다”란 해당 교사의 발언내용은 여러 의미를 함축해 전달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마녀사냥의 그림에 끼워 맞추어 대대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왜곡보도”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건 어린학생들”이라는 주장은 더욱 무겁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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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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