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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91년 동물보호법이 최초로 제정된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개정을 앞두고 현재 농림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은 농림부안을 비롯해 5건의 의원입법안. 이 중 가장 쟁점이 된 것은 농림부의 개정안과 공성진 의원안이다.

토론 발제는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 토론에는 김문갑 농림부 가축방역과 사무관과 김영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장, 강종일 한국동물병원협의회 회장, 조희경 (사)한국동물복지협회 상임대표가 참여했다.

'동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발제를 맡은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
ⓒ 김애리나
농림부안과 공성진 의원안의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첫째, '동물의 정의'이다. 농림부안은 "소, 말, 돼지, 개, 고양이, 토끼, 닭, 오리, 산양, 면양, 사슴, 여우, 밍크 기타 농림부령이 정하는 동물"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공성진안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가축, 개,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과 농림부령이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박창길 교수는 발제를 통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척추동물 모두를 동물로 정의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의 취지상 고통을 느끼는 모든 동물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준 동물보호과장은 "공성진안의 동물정의가 올바른 입장이라고 보지만 양서류, 어류 등은 관계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양서류, 어류에 대한 인간의 이용권이 학대를 정당화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정의가 협소해지면 가재 뽑기 게임기 등 명백한 동물 학대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농림부 김문갑 사무관과 김영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장.
ⓒ 김애리나
둘째, 학대동물들의 피난권에 관한 규정이다. 현재 농림부안에는 학대동물을 소유자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압수규정이 없다. 그 이유는 사유재산권의 침해 가능성 때문.

그러나 박 교수와 토론을 맡은 조희경 대표는 "이제까지 동물단체가 학대범으로부터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돈으로 사오거나 훔쳐오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벌칙금을 물려도 더욱 은밀한 곳에서 다시 학대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난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길 교수는 "서구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와 재산권이 가장 많이 보장된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도 학대자로부터 동물을 격리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하며 시설부족 등을 이유로 드는 농림부안을 비판했다. 소유권을 제한할 정도의 학대라면 급박하고 끔찍한 상황으로 그 정도면 동물단체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 그러나 김영준 동물보호과장은 '피난권은 무리'라며 '학대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점차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윤리위원회 다수 기관 운영해야 VS 수백개 기구 난립할 것

▲ 경기도에서 발생한 학대사건. 경찰의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학대는 계속되었다.
ⓒ 동물자유연대
셋째, 실험동물에 관한 조항이다. 농림부안에는 한 개의 기관으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였으나 박창길 교수는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윤리위원회의 투명성, 공정성이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윤리위원회의 투명성, 공정성을 위해서는 다수의 기관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경 대표 또한 "같은 동료를 누가 제보하겠느냐"며 "동물실험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실험자의 자격규정을 두고 유기동물, 맹인안내견 등 인간을 위한 사역을 담당한 동물들에 대한 실험이라도 금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준 동물보호과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적으로 만들어지는 윤리위원회만 수백 개가 넘을 것이다. 이 막대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작업도 생각해야 한다"며 "이후 구체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 강종일 한국동물병원협의회장과 조희경 (사)한국동물복지협회 대표.
ⓒ 김애리나
넷째, 동물 번식 판매업의 등록 문제다. 조희경 대표는 "유기동물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번식판매를 제한하는 규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며 "노상, 인터넷 등에서 무분별한 번식 판매가 이루어져 유기동물이 늘어나면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예산 낭비이다. 농림부안에 번식판매 규정이 빠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대체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책임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문갑 사무관은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안과 공성진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동물보호과장은 '농림부안은 최소치, 공성진의원안을 최대치'라고 표현했다. 처벌보다는 교육 홍보를 중시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후 여러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 동물단체, 이해관계당사자들과 함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창길 교수는 "농림부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개똥녀와 인식표 미부착에는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인도적 도축마련과 생매장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은 이중적 법규정"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지난 2001년 이후 농림부와 동물보호법 개정을 두고 수많은 논쟁을 하며 많은 부분을 양보해 왔다"며 "공성진안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법안이지만 대한민국 동물들에겐 최소치"라고 말했다.

'아직도 목마르다'는 이 대표. 많은 논쟁은 이후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들을 위한 것이다.

▲ 농림부안과 공성진의원안 비교.(박창길 성공회대 교수 제공)
ⓒ 전경옥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다음과 SBS U포터 뉴스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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