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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 시공사
29일 방영된 KBS <일요 스페셜>의 광우병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 프로를 맡은 이강택 피디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문제시되던 지난 8월부터 미국현지를 방문해 미국의 소사육과 도살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이 피디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지옥을 보고 왔으며 소가 어떻게 비육되고 도축되는지를 알면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백을 했다.(<프레시안> 2006년 10월 27일 기사 참조)

광우병은 지난 1986년 영국에서 발생한 이후 인간에게 발병할 경우 100%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을 더했다. 광우병의 원인은 극히 상식적이다. 초식동물인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은 데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자연에 거스르는 행위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죽음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미국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를 외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FTA 협상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문제는 광우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쇠고기 산업의 범지구적 단일농장으로의 합병은 전 지구를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 쇠고기 산업이 제 3세계의 농민들을 도시빈민으로 몰아넣고 수많은 자연림을 훼손시킨 주범임을 밝힌 책이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한 <엔트로피>라는 저서로 더욱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은 쇠고기가 육식문화의 최정점에 위치하며 거대자본의 축산업과 다국적 쇠고기산업을 위해 지구는 기아와 환경파괴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설명한다.

최소비용으로 최대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원칙은 축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물들은 최소한의 비용을 위해 무자비한 환경에서 살아야 하며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때문에 과도한 항생제가 투여된다. 평화로운 목초지에서 걸어 다니며 풀을 뜯은 광경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근대축산은 동물농장을 동물공장으로 전환시켰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 동물들은 더 이상 자신의 습성에 맞게 사는 생명체가 아니라 살을 제공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축산농가들은 살을 찌우기 위해 곡물사료 등 인위적인 사료를 먹이는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는 가축사육에 소비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마리의 소 중 1억 마리 이상이 미국에서 키워지고 있고 소 사육은 미 농가 소득의 24%를 차지한다. 이 소들의 목초지는 서부개척시대 이후 야생 버팔로와 인디언들을 몰살시킨 역사위에 존재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 가축 사육에 소비

미국의 거대축산자본은 60년대 이후 소들을 키울 목초지와 곡물생산지를 위해 중남미아메리카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에 앞장 선 것은 중남미의 독재정권과 소수의 지주층이었다. 자국의 자급자족적 소농들은 농토를 잃고 도시의 빈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의 38%가 훼손되었다. 햄버거 1/4파운드 하나에 대략 75kg에 달하는 생명체의 파괴가 뒤따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마리의 소가 지구면적의 1/4에 해당하는 자리를 차지하며 6억톤의 곡식을 먹어치우고 있다. 이것은 전체 곡식생산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이다. 저자는 매년 4000-6000만의 사람들이 기아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며 13억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상항에 이 수치는 매우 불합리한 일이라고 말한다.

과잉경작으로 토양이 침식되고 이 손실된 토양을 인위적으로 보충하기 위해 석유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농경지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 용수의 70%가 소비되고 있고 이미 캔사스, 텍사스 주의 대수층은 절반이 고갈되었다.

소들이 배출하는 유기노폐물들은 지하수와 지표수에 스며들어 우물, 강등을 오염시키고 있다. 비육장의 소 한 마리는 24시간에 21.3kg 의 분뇨를 배출하는데 1만 마리라면 50만 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11만 인구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과 같다. 13억 마리의 소들이 내뿜는 600만 톤의 메탄은 대기 중에 방출되는 전체 메탄량의 12%를 차지한다. 삼림을 개간하느라 대기 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미국의 거대 쇠고기 산업은 차별과 착취의 상징

제레미 리프킨은 쇠고기가 음식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으며 현대적 육식문화가 성별, 계급차별, 국가정책, 식민정책, 인종이론의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햄버거 문화로 상징되는 미국의 쇠고기 산업은 차별과 착취의 상징이다.

맥도널드의 일본 영업소장 덴 푸치타의 이 말은 충분히 소름끼친다.

"만약 우리가 1000년 동안 햄버거를 먹는다면 우리는 금발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금발이 된다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여러 압력을 통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미국식약청이 특정위험물질이 들어있는 사료의 투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대형 미국 축산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프라 윈프리는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텍사스 목장주 협회로부터 1200만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축산업의 문제점은 동물복지법의 현 수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은 연방동물복지법이 있지만 각 주에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로운 고유법을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51개 주중 25개 주의 동물학대금지법은 관습적 농업 관행(공장식 축산방식)을 동물학대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다른 주의 경우에도 조명, 온도, 통풍 등 많은 영역의 규제가 결여되어 있다. 19세기 이후 축산업의 발전이 법제정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좁은 우리에 갇혀 성장호르몬을 맞고 살을 찌워야 하는 비육장의 소와 분뇨위에서 뒹구는 소들은 허술한 법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은 동물들의 복지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광우병과 구제역, 조류독감은 이미 공장식 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소수 축산업자의 이익과 인류의 생존을 맞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다음과 SBS U포터뉴스에 송고했습니다.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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