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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요리 무료 시식회 모습.
ⓒ 전경옥
지난 6일 명동에서 열린 '보신탕 반대 및 채식문화 확산 캠페인'을 찾았다. 국내 4개 동물단체와 한국채식연합이 마련한 이 캠페인은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지양하고 채식 문화를 홍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 콩과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콩탕수육.
ⓒ 전경옥
개식용 반대 캠페인과 동시에 열린 채식요리 무료 시식회. 회원들이 준비한 음식은 일명 '콩고기'이다. 고기처럼 맛을 냈지만 모든 재료는 밀과 콩으로 만들어졌다. 콩으로 만든 강정요리와 콩불고기, 콩탕수육. 명동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맛본 콩고기는 어떨까?

"맛있네요."
"좀 질기다…."

맛에 대한 반응은 그렇다 치고, 사람들은 밀과 콩으로 만든 짝퉁(?) 고기 요리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우린 당당히 채식해요

3개 동물단체(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KARA) 활동가 51명을 상대로 지난 7월 직접 채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 '채식을 한다'는 답변은 40명.

채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회원들은 "고기 습관을 끊기가 쉽지 않다"며 "(고기를 먹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른 11명의 회원들도 "채식을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며 "앞으로 (채식을) 하고 싶고 노력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한 회원은 "개고기를 반대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왜 소나 돼지고기는 먹느냐고 반응한다"면서 "사실 소 도축 동영상을 보고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채식합니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20일 초복날 광화문에서 있었던 퍼포먼스. 많은 동물단체 회원들은 채식주의자이다.
ⓒ 전경옥
채식으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배홍만씨. "처음 채식을 결심한 건 소도살 동영상을 보고 난 이후였어요. 당시 제 몸무게가 120Kg이었고, 건강상태도 안 좋았는데, 채식 이후 살도 빠지고 혈압도 잡히더군요."

채식주의자들이 동물을 도살하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는 대답이 많다는 것이 꽤 흥미롭다. 신경 체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사육과 도축과정에서 고통을 느낀다면, 오직 살코기를 얻기 위해 기계처럼 비위생적이고 좁은 공간에서 키우는 공장식 축산 및 도축 방식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 돼지를 이동시키는 트럭안의 모습. 더럽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돼지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 김애리나
1960년대 이후 중앙아메리카 숲의 25%가 목초지 조성으로 사라지고, 미국에서 생산된 곡물의 70%(전 세계 총생산 37%), 물 소비량의 50%, 원자재의 3분의 1이 육류와 유제품, 달걀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은 환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이 과잉생산·소비라는 자본주의의 식품생산체제를 반대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옳지 않은 문화가 있다면 바꿔야지요"

▲ 개 고양이 식용금지 입법 청원서에 서명하고 있는 진영 한나라당 의원.
ⓒ 전경옥
이날 오후 1시경 진영 한나라당 의원이 '개고기 반대 캠페인' 현장을 방문했다. '국회 반려동물 사진전' 이후 두 번째 만남. 캠페인 현장에 펼쳐진 개식용 사진 패널을 관심 있게 둘러보며 먹거리 문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예전에 가난했을 때는 개식용이 가능했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하나입니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현대에 굳이 개까지 먹을 필요 있나요? 문화라고 다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옳지 않은 문화가 있다면 바꿔야지요."

예전에 몰랐을 때는 개고기를 먹었다는 진 의원. 이제 현실을 알고 나니 먹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동물보호연합은 지난 5월부터 매주 일요일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부산, 원주, 대구)에서 개 고양이 식용금지 입법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은 대략 3만여 명.

▲ 동물보호연합은 지난 5월부터 매주 일요일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부산, 원주, 대구)에서 개 고양이 식용금지 입법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 김애리나
서명을 해주는 사람들 중 '고양이도 먹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네, 모란시장 같은 곳에 가면 네 마리 20만원 정도 해요. 약탕기에 넣고 푸욱∼달이면 160첩 정도 나오는데요…." 더 설명하기도 전에 그는 "에그머니나∼"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고양이만 먹나? 웅담, 뱀, 개구리, 지네, 사슴피…. '건강 보양식'이라면 못 먹는 게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보신문화 아닌가?

여름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보양식 관련 기사들. 말복을 삼일 앞둔 날, 채식이 건강 보양식이며, 채식 문화가 왜곡된 보신 문화에 대한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과 SBS U포터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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