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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1일 공터를 떠도는 백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 김애리나
방치된 개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김애리나씨. 지난달 21일 공터에서 떠돌고 있는 백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떠돌이 개들이야 한둘이 아니지만 멀리서 봐도 절뚝거리는 다리가 무척이나 신경 쓰였답니다.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하면 도망가는 통에 김씨는 멀리 떨어져 밥을 주었습니다.

▲ 밥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합니다.
ⓒ 김애리나
그 다음날(6월 22일)에도 김씨는 백구에게 다가가 밥을 주었습니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는 백구. 무엇이 그렇게 녀석을 경계하게 만든 것일까요?

6월 25일. 백구에게 밥을 주고 있는 김씨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누가 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해서 기다렸다고 하더랍니다. 1년 전부터 백구에게 밥을 주고 계신 아저씨는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분입니다.

백구는 1년 전 예전 주인에게 몽둥이로 얻어 맞아 다리를 절기 시작했고 이 식당 근처로 도망왔답니다. 그 후 아저씨가 밥을 챙겨주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어느 날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녀석을 '초복이'라고 부르는 말을 들었답니다. '왜 초복이라 부르느냐'고 묻자 인부들은 '돌아오는 초복에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대답했답니다. 아저씨는 너무 놀라 '이 개는 내 개니 그런 소리 말라'고 호통치고 돌아왔답니다. 1년이나 됐는데도 한 번도 녀석을 만져본 적 없다는 아저씨.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섭섭하답니다.

▲ 초복이의 표정은 늘 밝지 않습니다.
ⓒ 김애리나
7월 1일. 초복이는 이제 이름도 '초화'라고 바뀌었습니다. '초화'란 잡아먹으면 대대로 화를 부른다는 뜻이랍니다. 그 날 초화는 김씨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웃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표정.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다가오다가도 다시 뒤돌아 도망가 버립니다.

▲ 다가왔다 다시 돌아서 가 버리는 초화.
ⓒ 김애리나
7월 4일. 김씨는 밥 먹는 초화를 불렀습니다. 초화는 뒤돌아 김씨를 쳐다보고는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초화에게 손을 뻗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초화는 김씨의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 이름을 부르자 뒤를 돌아봅니다.
ⓒ 김애리나

▲ 김애리나씨 손에 살짝 입을 맞춥니다.
ⓒ 김애리나
7월 7일. 이제 초화는 짖기도 하고 김씨 차 옆에 서서 방긋 웃기도 합니다. 늘 풀이 죽어 내려가 있던 꼬리가 살짝 올라가기도 하더랍니다.

▲ 웃는 모습은 처음이랍니다.
ⓒ 김애리나
7월 9일. 초화 앞에 놓인 그릇 하나가 눈에 띄더랍니다. 다가가 보니 케이크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날은 초화가 식당으로 흘러 들어온 날. 아저씨가 초화의 생일케이크를 준비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사랑받기 시작한 날이니 초화에게는 다시 태어난 날이고 생일입니다.

▲ 7월 9일. 초화의 생일케잌입니다.
ⓒ 김애리나

▲ 간식도 잘 받아 먹습니다.
ⓒ 김애리나
7월 14일. 마음 착한 분들이 김씨에게 선물을 잔뜩 보내주셨습니다. 초화의 간식입니다. 이제 초화는 김씨 손에 입도 잘 맞추고 간식도 받아먹습니다.

▲ 초화가 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 김애리나
7월 18일 밤. 비가 내렸지만 김씨와 함께 초화를 보러 달려갔습니다. 차가 도착하자마자 멀리서 김씨를 기다리고 있는 초화가 보였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초화가 제게 다가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이제 많이 사라졌나 봅니다. 제 발밑까지 다가와 냄새를 맡고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김씨는 언제나처럼 초화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김씨 손에 입도 맞추고 간식도 받아먹지만 아직도 부르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는 초화가 애처로워 보입니다. 내리는 비를 다 맞고…. 비가 오면 초화가 잠을 자는 버스 정류장은 너무나 질퍽합니다.

20일은 초복입니다. 김씨는 그날 초화가 잠을 잘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 분주할 것입니다. 올해 초복에도, 내년 초복에도 초화가 무사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녀석은 이제 초복이가 아니라 초화이고 사랑받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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