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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정치인 박근혜, 한나라당을 위해선 '잔 다르크'였지만 과연 국가와 여성을 위해서도 그럴까. 16일 공식 퇴임으로 '조용한 대권선언'을 한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년3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지난 97년 한나라당 창당 이후 당 대표 임기를 제대로 채우고 물러나기는 박 전 대표가 처음. 그의 임기 동안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은 무려 9번이나 교체됐다.

박 전 대표가 당내외 비판세력의 끊임없는 공세를 견뎌내고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4·15총선과 네 번의 재·보궐선거, 5·31 지방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리더십'이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선거마다 압승을 일궈냈고, '유신공주' '수첩공주'라며 그를 몰아세우던 일부 의원들까지 돌려세웠다. 반면 같은 시기 17대 국회 평가는 여야 대치로 '최악'이었다.

서경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이룬 정치적 성과들을 단순히 '박정희 후광'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2년3개월간 당을 이끌며 전직 대통령의 딸이 아닌 한 사람의 정치 리더로서 자질을 검증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교류학과 교수도 "서울시 의회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박근혜 대표나 강금실 후보의 선전으로 지역구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없어졌다고 평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성 당대표로서 여성정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

그러나 여성 정치인의 역할이 남성정치 타개용으로 굳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표가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도, 그 이후에도 당내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당이 어려울 때마다 박 전 대표의 '인기'에 기대 선거를 치렀던 것만 보더라도 그가 남성정치에 활용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끊임없이 일어난 당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여성리더십에도 한계를 보였고, 자기 방어적 스타일을 고수함으로써 성인지적 이슈 선점에 진취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박 전 대표의 퇴임은 '조용한 대권선언'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당 대표 2년 임기를 모두 채우려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당헌·당규상 대선 출마자는 대선 1년6개월 전 선출직에서 물러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 '박근혜 리더십'이 대선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제6정조실장을 지낸 허미연 경북대 법학과 초빙교수는 박 전 대표의 강점으로 "자식을 위해서라면 위급할 때 발 벗고 나서는 강인한 어머니적 여성상"을 꼽고 "한계로 지적받고 있는 당내 확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안티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갖는다면 경선에서도 선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기 선거를 하면 자기 색깔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라며 "국민을 중심에 두는 도덕성만 있으면 정책이나 대안 제시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박근혜 리더십'은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형 리더십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여성의 정치 입문은 부모세대를 통하거나 남성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었지만, 최근 들어 자기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경우 굳이 여성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고, 남성과의 경쟁을 의식해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통합형 리더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로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선택된다면 그것은 아직도 한국 사회가 '박근혜식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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