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의 한 외곽지역에 뉴타운 건설을 위해 철거가 시작된 지 두 달. 지난 17일, 철거현장에서 유기견을 구조하는 동물단체 회원들의 활동에 참여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철거의 막바지 시점이라 남아있는 건물이 거의 없는 폐허였다.

▲ 17일 현재 철거 현장.
ⓒ 전경옥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의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부터 시작된 구조작업 이후 이번이 네 번째이다. 이제까지 구조한 개는 총 3마리, 고양이 1마리.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회원들에게 굳이 철거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 지난 11일 2차 구조시 발견된 강아지. 근처 주민에 의해 입양되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재건축을 위해 철거가 시작되면 이사하며 개들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개들을 데려가려는 개장수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 지난 17일 근처 식당에서 보호중인 강아지. 입양처를 찾고 있다.
ⓒ 전경옥
이날 오후 3시경. 철거지역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곳곳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 얼마 전 주변을 떠돌던 코카 스파니엘 한 마리가 이 더미 안에 깔려 죽었다고 했다. 임신한 상태였다고 하는데…. 조금 걷다가 한 나무 아래 사료가 들어있는 비닐 종이를 발견했다. 누군가 떠돌이 개들에게 사료를 챙겨주고 있는 듯했다.

▲ 주민들이 개들에게 주기 위해 놓아둔 사료.
ⓒ 전경옥
오후 4시경. 작은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개들을 발견했다. 오물이 가득한 케이지 안에 힘없이 앉아있는 개와 그 옆에 피부병이 심각한 코카 스파니엘 한 마리가 있다. 누가 키우는 것일까?

피부병이 심각한 개는 털이 군데군데 빠져 있었고, 얼굴과 몸 전체가 심각하게 짓물러 있는 상태였다. 어쩐다? 난감해 하는 회원들이 주변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상황을 여쭤보았다. 그 개들은 주민들이 이사를 가며 한 노숙자에게 넘긴 것이고, 형편이 어려운 분이 개들을 거두다보니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 '도저히 못 보겠어요. 제발 그냥 데려가세요'라고 말하는 분들께 뭐라고 해야 할지….

▲ 노숙자가 데리고 있는 개. 오물로 견사가 가득하다.
ⓒ 전경옥
▲ 피부병이 심각한 코카 스파니엘.
ⓒ 전경옥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뒷산 앞에서 개 한 마리 발견. 조심스럽게 추격했지만 쏜살같이 산 위로 도망가 버렸다. 그때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차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개들을 쫓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상해 보였을까? 차에서 내리는 경찰관 한 분께 이유를 설명해드리니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하신다. 개들을 발견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들이 낮에는 대부분 산 속에 숨어 있어요. 밤이 되면 내려오고요. 철거를 시작할 때 개장수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우리나라에서 개들이 버려지면 다들 보신탕 되는 거 아니겠어요?"

▲ 개들의 흔적을 찾아 산을 오르다.
ⓒ 전경옥
산 속에 근거지가 있다니…. 안 가볼 수가 없다. 회원들이 산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 하나 없이 무성한 숲들, 손이 까지고 풀독이 올라 다리가 가렵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개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인가?

산을 내려와 잠시 쉬는 사이, 남자회원들이 옆에 있는 또 다른 산을 타러 올라갔다. 30분 후 개들의 근거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옆 산자락에 작은 절이 있었고, 절 옆 집터에 개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개들에게 먹이를 챙겨주신다는 스님을 만났다. 집터에서 생활하는 개는 총 22마리라고 한다.

"그 개들, 전부 버리고 간 거야. 가끔 밑에 차들이 오면 산에서 내려와. 혹시 주인인가 싶어 한참을 엎드려서 쳐다보다가 아닌 걸 알면 다시 산으로 돌아가더라구."

개들이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린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이사 간 주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좀처럼 스님에게도 다가오지 않는다는 개들. 놓아준 밥만 먹고 낮에는 산 속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 작전회의 모습.
ⓒ 전경옥
절에서 내려오니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었다. 아직 한 마리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그때 멀리 누렁이 한 마리가 보였다. 사방이 뚫려 있어 개를 몰아 구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작전회의. 두세 명씩 조를 짜서 개들을 몰아 준비해온 망으로 잡기로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작은 틈새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누렁이. 어쩌지? 난처해하는 회원들 앞으로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그렇게는 못 잡아. 내가 밥 주려고 부르면 올 거야."

▲ 아주머니들이 주는 밥을 먹고 있는 유기견.
ⓒ 전경옥
그 누렁이와 누렁이가 낳은 새끼들에게 밥을 주신다는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멍멍아∼" 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멀리서 누렁이가 살금살금 다가왔다.

주는 밥을 먹기는 하지만 사람을 너무 경계하는 통에 아주머니도 개를 쉽게 잡지 못했다. 멀리 도망갈까 싶어 다가서지도 못하고…. 남자회원들이 차로 조금씩 이동하며 추격했다. 그러기를 30분. 개는 결국 멀리 도망가 버렸다.

저녁 8시.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을 한다.

▲ 차로 추적 중. 하지만 빠르게 도망가는 누렁이.
ⓒ 전경옥
"처음에 개장수들이 엄청 왔었어. 그래서 개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거야."

주인에게 버림받고, 개장수들로부터 도망치고…. 모든 생명에는 운명이 있다고 했던가. 안타깝지만 이제 구조작업은 끝났다. 더 이상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버려진 개들 천지이다. 하지만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밥을 주는 주민들도 떠나면 이제 녀석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물을 위한 행동 Action for Animals(http://www.actionforanimals.or.kr)을 설립하였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감금된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를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