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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빼내기 위해 먹이로 유인하는 모습. 그러나 고양이가 쉽게 나오지 않아 이 시도는 실패했다고 한다.
ⓒ 제보자 제공
지난 4월 서울 동부이촌동 H아파트. 길고양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주민 모임(이하 길냥이)은 주민대표들로부터 '고양이들이 주로 서식하고 있는 지하실을 폐쇄시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몇 해 전부터 자발적으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 수술 및 입양을 알선하고 있는 길냥이. 길냥이 회원들은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주로 늦은 밤에 고양에게 밥을 주었다. 그러나 작년 한 회원이 밥을 주고 있는 모습이 동대표 중 한 사람에게 목격되면서 조금씩 주민들 사이에 모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전기시설이 있는 곳에 고양이가 들어가는 바람에 3개 동이 정전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양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길냥이 모임은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다른 주민들을 설득했고 그 이후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와중에 주민대표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게된 것이다. 며칠 뒤인 4월 26일, 길냥이 회원들은 주민대표들과의 회의를 통해 '현재까지 주고 있는 먹이를 조절하고 입양을 보내겠다, 중성화 수술을 통하여 길냥이들의 수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겠다, 길냥이들에 의해 있었던 전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설 주위에 안전망을 보강하겠다, 자체 청소를 통하여 위생상태를 유지하겠다'라는 중재안을 얻어냈다.

그러나 길냥이 모임 회원들은 28일 아파트 한 동의 지하실 뒷문에 철망이 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파트의 지하실로 연결된 문은 앞뒤 두 곳인데 앞문은 항시 닫혀 있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평상시 지하실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뒷문이 유일했다. 길냥이 모임 회원들은 중재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철망을 쳐 놓은 것에 항의했다. 이에 H아파트 재건축위원장은 이미 중재안이 나오기 전에 결정된 일이라 어쩔 수 없다며 대신 앞문을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29일, 길냥이 모임 회원들은 앞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구청과 관리소에 연락하여 지하실 문을 겨우 열 수 있었다고 한다. 30일과 1일 양일에 걸쳐 다시 소집된 주민회의. 중재안이 거론되고 합의가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5월 2일 아침 길냥이 모임 회원들은 철망이 있던 뒷문에 용접까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5월 2일 현재. 다행이 아직 열려 있는 아파트 앞문.
ⓒ 전경옥
▲ 5월 2일 현재. 뒷문에 용접이 되어 있다.
ⓒ 전경옥
사건 소식을 듣고 5월 2일 아파트를 찾았다. 30년 이상 되어 재건축이 진행 중인 낡은 아파트 지하실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용접이 된 동 앞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 앞문은 열려 있었지만 지하실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문을 열면 냄새가 난다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어 언제까지 앞문을 열어 둘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

5월3일, 길냥이와 주민대표간 다시 협상이 재개됐다. 협상은 길냥이 측이 문제가 된 동의 지하실을 폐쇄하는 데에까지 양보함으로써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하실에서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에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길냥이 모임은 "고양이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결과, 지하실 깊숙이 들어가 있는 고양이들을 제대로 꺼내기 위해서는 열흘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건축위원장과 동대표들은 "열흘이나 기다릴 수 없다. 동물구조관리협회를 불러 덫을 놓고 고양이를 잡은 이후 나머지 아파트 동의 지하실까지 모두 폐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5월 4일 오전 동물구조관리협회가 도착, 덫 5개를 설치하였고 오후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잡혔다.

▲ 5월 4일 현재. 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지하실에 덫을 설치하고 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현장에서 만난 고양이 전문가 김아무개씨는 구조관리협회의 구조방법에 우려를 표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른 시일 안에 잡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위협을 느끼면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는 경향이 있다. 수년 전부터 고양이를 구조하러 이곳저곳에 다녔다. 재건축 현장에서 인간의 손을 피해 숨다가 비참하게 죽는 고양이들도 많이 봤다. 덫을 놓고 고양이 몇 마리 잡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덫만 설치해 놓으면 어미 고양이가 먼저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아직 생존능력이 없는 새끼 고양이는 죽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관찰이 이루어진 이후 새끼와 어미를 함께 잡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들은 안전한 장비만 갖추면 다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안전한 장비란 동물이 다치지 않는 덫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길냥이 모임 주민들은 무엇보다 단 열흘의 시간도 주지 않고 전 동을 폐쇄하겠다는 재건축위원장과 동대표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한다. 과연 덫에 걸린 고양이가 전부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끝까지 덫에 걸리지 않는 고양이 새끼라도 있으면 어떻게 할까. 그대로 모든 아파트의 지하실이 폐쇄된다면...

▲ 5월 4일 현재. 덫에 걸려 잡힌 고양이 두 마리.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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