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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물의를 빚었던 고양시 위탁 관리소의 모습. 많은 개들이 굶어 죽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 한 시 위탁 보호소의 모습. 작은 우리에 많은 개들이 모여 있어 다치거나 전염성 질환에 걸릴 수 있다. 2005년 촬영.
ⓒ 동물사랑실천협회

지난해 방송을 통해 보도된 고양시의 시위탁 유기견 보호소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좁은 견사에 갇혀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굶어 죽었던 개들. 이곳을 '보호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참혹했다.

구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빼돌리기 위해서 소각해야 할 사체를 무단으로 투기하고 유기견을 학대, 방치하거나 식용견 농장으로 넘기는 일부 보호소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SBS <세븐 데이즈> 2005년 11월 4일 방송분).

유기견 보호소는 크게 사설과 시위탁 시설로 나뉜다. 사설 보호소는 개인이 가진 땅에서 개들을 키우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 정난영씨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그것이다(<연합뉴스 TV> 4월 11일자 보도). 또 하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곳인데, 실제로는 개인이나 동물병원이 위탁 관리하고 지자체에서는 안락사와 소각 비용 등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설 보호소의 경우, 개인이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가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위탁 보호소는 각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관리하는 위탁관리자를 찾기가 어려워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왔다.

'행복한 둥지'에 가보니... 하루 평균 5마리, 한달이면 100마리

지난 26일 구리시와 남양주시에서 공동으로 위탁받은 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동물보호단체가 지난해 위탁을 맡은 곳이다.

이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동물사랑실천협의회. 이 단체의 박소연 대표는 지난해 고양시 유기견 보호소 사건 이후 '정부의 위탁 보호소는 동물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판단해 회원들의 성금을 모아 '행복한 둥지'를 만들고 남양주시와 구리시의 위탁을 받아냈다. '행복한 둥지'에는 현재 구리시와 남양주시에서 구조된 유기견들이 함께 보호되어 있다.

박 대표가 보호소를 운영하게 되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시위탁의 보호소에서는 버려진 개들을 데려와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안락사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동물운동을 해온 단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시위탁 보호소 운영의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행복한 둥지'를 출발점으로 위탁 보호소를 개선시켜 나가고 이익을 목적으로 보호소를 맡으려는 위탁업자를 막자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유기견 보호소에 마리당 평균 9만원 정도씩을 지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안락사 비용으로 1만원, 사체처리 비용으로 5~6만원이 들어간다. 구조해온 유기견이 한 달이 지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동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호소를 맡을 경우 다친 개들을 치료하거나 입양을 알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문제의 유기견 보호소가 그렇다. 동물에 대해 책임의식 없는 일반인이 맡는 바람에 보호소가 이윤을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 '행복한 둥지'의 마당에 있는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
ⓒ 전경옥
▲ 일층에 격리되어 있는 개.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리고 있었다.
ⓒ 전경옥
그렇다면 '행복한 둥지'에서는 어떻게 유기견들을 관리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고통이 심해 치료가 불가능한 개들은 안락사시키고, 건강한 개들의 경우 최대한 안락사 시기를 늦춰 입양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주지만 부족한 금액은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의 성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행복한 둥지'의 작은 마당으로 들어서자 큰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이 개들은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었다가 다시 보호소로 들어온 경우다. 한 번 버려진 개들은 또다시 상처받았을 것이다. 낯선 사람에게도 반갑다고 꼬리치는 성격좋은 놈들인데 무엇이 그리도 키우기 어려운 여건이었을까?

보호소로 들어가는 현관 앞에는 제법 큰 개 한 마리가 다리를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구조되었을 때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이미 몇 달이 지난 상태여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유기견은 대부분 이런 위험한 교통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계단에 있는 슈나우저 한 마리. 개의 이름이 '맨홀'이라고 한다. 보호소 활동가에게 이처럼 특이한 이름이 붙게 된 연유를 물으니, 이 개는 맨홀에 새끼 두 마리와 함께 버려졌던 개라고 한다. 그 중 새끼 한 마리는 목숨을 잃었지만 어미 개와 또다른 새끼 한 마리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이 곳 보호소로 오게 된 것이다.

새 주인 찾다찾다 못 찾으면 결국 안락사... 시한은 30일 전후

▲ 보호소 이층의 모습.
ⓒ 전경옥
▲ 텅 빈 방의 모습. 이 곳에 있던 개들은 교통사고로 고통이 심해 안락사 되었다고 한다.
ⓒ 전경옥
1층에는 이제 금방 들어온 개들이, 2층에는 조금 시기가 지난 개들이 보호되어 있었다. 1층에 있는 개들은 각종 질병 등이 있을 수 있어 한 마리씩 따로 격리되어 있었고, 2층에서는 개들이 3마리에서 5마리씩 몇 개의 방에 따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루에 평균 5마리가 들어온다는 보호소. 한 달이면 100여 마리가 되기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면 30일을 전후해서 안락사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동물단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락사 시기를 늦추고 입양처를 찾아보지만, 실지로 입양률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하게 그리고 고통없이 살다가 주인을 찾아주려는 동물단체의 노력.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최초로 동물단체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둥지'. 하지만 이름처럼 행복만이 가득한 둥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곳으로 데려온 개들도 입양되지 못한다면 언젠가 안락사당할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만도 1조원에 달한다는 애견산업. 하지만 애견숍에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개를 사지 않아도 된다. 개들은 자신을 품에 안아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으로 섬길 것이다. 전국의 유기견 보호소에는 인간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기다리는 개들이 얼마든지 있다.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유기견 문제를 언제까지나 선의를 가진 개인과 동물단체의 힘에만 의지해야 할까.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아직 어린 새끼의 모습. 보호소의 모든 개들은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다.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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