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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좋아하세요?" 라는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와 미끄러지듯 휙 지나가는 날렵한 몸. 그리고 칠흙같이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푸른색의 눈. 조용한 밤공기를 타고 퍼져나가는 울음소리는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고양이는 인간의 삶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수히 많은 미신과 상상과 수수께끼 안에 사로잡혀 있다.

▲ <고양이에 대하여>
ⓒ 사이언스 북스
여기에 고양이의 신비를 풀어주는 한 권의 책이 있다.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고양이에 대하여>. 저자는 과학적 진실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는 저널리스트로 고양이에 대한 생물학, 동물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객관적인 거리에서 고양이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이 외국에서 들여온 순종 고양이를 기르는 고양이 애호가들을 만족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저자는 각종 아름다운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고양이의 장점만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인간과 자연에 해를 가하는 유해동물로 규정하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숭배와 애호는 다른 한편으로 반감과 배척을 만들고 무지와 오해는 한 생명을 헛된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미신과 환상의 커튼을 벗겨내면 다양하고 신비한 고양이의 세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해는 인정과 배려를 만든다. 그들은 개처럼 인간과 가깝지도 않고 또 야생동물처럼 저 멀리 자연세계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인간과 같은 공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쪽 발은 여전히 야생에 두고 있는 고양이. 그러한 위치 때문에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고양이다. 과연 그들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자는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 사이에 어떠한 해부학적 차이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것은 개, 소, 양, 염소 등이 야생종과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사실이다. 야생양과 야생들소, 야생늑대가 멸종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유독 고양이만은 인간의 집에서나 야생에서나 놀라운 생존을 이루어냈다.

야생종의 경우 인간의 환경 속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잠재성을 발휘한 반면 고양이만이 이러한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인간의 주위에 서성이면서도 인간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한 동물. 독립성을 갖춘 고양이의 세계는 실로 고독하고 신비로운 영역이다.

야생고양이와 집고양이 사이의 구별이 모호하듯 순종과 잡종의 구분 또한 고양이에게는 의미가 없다. 경비견, 수색견 등과 같이 품종에 따라 신체적 특징이 달리 나타나는 개와는 반대로 고양이는 인간의 필요에 따른 행동 특성이나 신체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로 품종간의 교미가 상당히 허용되는 고양이의 특성은 순종, 잡종이라는 인간의 편의적 차별을 무너뜨리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개들의 능력과 비교하며 고양이를 덜 똑똑한 동물이라고 평가하는 견해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고양이의 뛰어난 시각과 청각, 그리고 발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두뇌기능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진화의 결과이다. 지능에 대한 평가란 어찌 보면 인간 중심적인 판단일 수 있다.

과연 언어를 창조했다는 것만으로 인간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인간은 고양이처럼 공중에서 몸을 날려 안전하게 착지하지 못해 몸을 상하지 않는가?

예뻐서 만지려고 하다가 고양이에게 할퀸 경험이 있거나 다리를 곧게 펴며 꼬리를 들고 있는 모습에 당황했던 사람이라면 그들의 몸짓 언어를 익히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장 고양이의 문제 행동 고치기를 꼭 읽어 보시길. 여기저기 오물을 지려 놓는 고양이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그다지 옳은 평가로 보이지는 않는다.

존중은 상대방의 언어를 익히고 이해하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상대의 눈높이에서 행동을 바라보면 고양이가 혐오스럽고 이상한 동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자신의 습성에 맞게 감정을 표현할 뿐이다.

낯선 생물학과 동물심리학의 용어에 난감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과학자가 아니다. 저자 또한 우리가 고양이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저 고양이의 특성을 조금 알게 된다면 어느덧 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침입자가 아닌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명을 만나는 경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야생동물들을 위협하는 불편한 요소만이 고양이의 모든 것은 아니다. 경계에 서서 고독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자리라면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처럼 틀 안에 박힌 사고에 익숙한 존재라면 그들이 불편하게 보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고양이.

수수께끼는 영원히 수수께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의 주인공이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그 생명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인간에게 의무일지도 모른다. 인간만큼 다른 생명의 영역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침범해온 존재는 없었다. 이제 인간이 그들에게 배려의 시선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에도 송고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하여 - 생물학과 동물 심리학으로 풀어 본 고양이의 신비

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이상원 옮김, 사이언스북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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