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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은 전형적인 한건주의며, 남은 임기 안에 무엇인가 업적을 남겨보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급증이 원인"이라고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YS 하면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DJ 하면 6·15 정상회담 등이 떠오르는데, 노 대통령은 이것이 없다"며 조급증을 갖게된 배경을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시절 동북아시대위원회 기조실장과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면서 지난해 5월까지 FTA 로드맵을 챙겼다. 그는 지난해 행담도 개발의혹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올 2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10개월 안에 한미 FTA를 한다는 것은 미국이 써준 문서를 번역해서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맞다, 현재 정부는 조급증에 걸려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운동권 쪽에서 한미 FTA를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은 "10개월 안에 FTA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안에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라며 "다음 열린우리당 대권주자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는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개혁이 지지부진하니 갑갑한 마음에 대연정을 통해 적과의 동침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해 망신을 자초하더니, 이번에는 엄청난 적과 서슴없이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한미 FTA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 포위론이 된다"며 "전략적 유연성 인정 등과 맞물려 그동안의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해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 7.7% 성장, 일자리 10여만개 창출 등 정부의 낙관적인 FTA 전망에 대해 그는 "별 근거도 없는 장난 수준의 통계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는 한미 FTA 체결 시 GDP가 장기적으로 1.99% 증가한다고 나왔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본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완전고용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7.7%로 뻥튀기하기 위해 '한미 FTA에 의해서 생산성이 1% 증가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새로 넣었다는 게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이것은 사실 가정을 두번이나 한 것이라는 말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한미 FTA에 드라이브를 너무 세게 거니 GDP 7.7% 성장이라는 엉터리 통계가 나오고 각 부처에서 장밋빛으로 포장해서 내놓는다"며 "대통령의 드라이브가 조직으로 하여금 낙관적 전망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현재 정부 안에서는 친미 일변도의 한미 FTA 추진을 견제할 세력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국회에서 면밀하게 다시 검토를 하고 각 주요 이슈마다 공론화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현재 민간 연구 수준인 한중 FTA를 민관합동연구로 격상시키고, 한일 FTA 재개도 검토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전 비서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한미 FTA를 10개월만에?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하면 경제가 날아갈 것"

- 칠레하고 FTA 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런데 정부는 한미 FTA를 10개월안에 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의 무역촉진권한법(TPA·미 행정부가 일일이 의회에 보고하지 않고 FTA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법)이 내년 7월 1일에 끝난다. 3개월간 미 의회 심사기간을 고려하면 내년 3월 말까지는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올 5월부터 시작해 내년 3월까지 10개월 안에 끝내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 시간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참여정부가 임기안에 업적을 남기려는 욕심 때문 아닌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YS 하면 금융실명제나 하나회 척결, DJ 하면 6·15 정상회담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없다. 부동산도 썩 잘 잡히는 것 같지도 않고 반론이 자꾸 있다. 그러니 대통령의 조급증이 작용했고 공무원들도 그 밑에서 한 건 하려고 하는 것이다."

- YS 정권 때의 1만 달러 유지, OECD 가입으로 선진국 진입 등의 논리와 비슷한 느낌인데.
"그것과 비슷한 오류다. OECD에 가입하기 위해서 환율을 강하게 유지하고 자본 시장을 개방했다가 IMF를 맞은 것 아니냐. 거의 비슷하다. 지금 재경부 관료들은 IMF가 좋은 정책이라고 얘기한다. 금융시장이 건전해진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자본 시장 개방의 순효과라고 얘기한다. 그것은 한일합방을 칭찬하는 논리와 똑같다. 안병직 교수가 한일합방으로 철도가 놓였다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하는 얘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다."

- 10개월안에 한·미 FTA를 한다는 것은 사실 미국이 써준 문서를 번역해서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다.
"맞다. 한·미 FTA를 한다면 국내 법을 다 바꿔야 하니까…. 한마디로 정부안에 한건주의가 팽배되어 있다. 현재 정부의 조급증은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10개월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안에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다. 10개월 안에 못하면 그 때부터 조중동이 난리칠 것 아니냐? 다음 열린우리당 대권주자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이다."

-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 던지기가 이번에도 발동됐나?
"대통령이 개혁마인드는 있다. 개혁이 안 되는 이유가 사사건건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반대하니까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보수세력뿐 아니라 노조·농민 등의 집단이기주의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외부쇼크'(한미 FTA)에 의해서 두 보수를 한꺼번에 치겠다는 생각이 작용을 한 것 같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옛날 구한말의 김옥균 등 개화파들이 친일파로 변신한 것과 비슷하다. 외세를 끌어들여 국내 보수세력을 치겠다고 생각했던 것 말이다. 운동권 쪽에서 한·미 FTA를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경제적 논리는 무엇인가?
"우선 중국위협론이다. 전에 노 대통령이 나한테 "중국이 몇 년 안에 한국의 제조업을 따라잡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최소한 10년은 걸린다고 했다'. 한국산 TV와 일본산 TV의 국제 판매 가격이 같아지는데 거의 10년 걸렸다. 디자인 등 여러 것이 걸려있어 세세한 부분을 따라잡는게 쉽지 않다. 중국이 우리를 많이 따라왔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런데 대통령은 제조업은 조만간 중국에게 따라잡힌다. 그럼 우리는 뭐 먹고 살 것이냐, 그렇다면 서비스업이다. 이런 식의 생각이다.

우리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서비스업은 숙박 등 전통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다. 특히 사업 서비스, 즉 회계·컨설팅·법률 등이 약하다. 그쪽을 강화시키고 사업 서비스업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게 그나마 이게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합리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이렇게 서두르는 합리적인 이유는 아니다."

"2005년 5월까지 한미 FTA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았다"

▲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 요건을 들어줬는데.
"가장 중요한 협상대상을 미리 들어줬다는 것이다. 행담도 문제로 물러나기 직전인 2005년 5월까지 나는 FTA 담당자였다. 통상교섭본부는 전략이 없었는데 그나마 전략이라고 내세운 게 거대 경제권과의 동시다발 FTA 추진이었다.

2005년 5월까지 한미 FTA는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았다. 2005년 2월 초 노 대통령이 날 국민경제자문회의로 보내면서 네 가지를 부탁했다. 먼저 한일 FTA 연구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한일 FTA는 가장 쉬운 것 중 하나다. 농업은 우리가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품소재분야가 약해서, 처음엔 전경련이 찬성하다가 반대하니까 사실상 중단됐다.

내가 한일 FTA 준비하는 데 8개 단체를 동원해 10개월 걸렸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막을 것과 받아들일 것은 무엇인지 등등 준비하는데 10개월 걸렸다. 그 때 결론은 기계부품은 크게 타격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본 기계부품 사업의 노동자들이 노령화되어서인데, 오히려 이 때문에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10개월 준비해놓은 것을 중단해놓고 아직 보고도 못했다."

- 요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도 한일 FTA가 늦어지는 것에 안타까워 하던데….
"김 때문에 중단된 것인데…. 원래는 일본과 높은 FTA를 한 뒤 중국을 압박할 생각이었다. 일본하고 이렇게 높은 수준의 FTA를 하고…. 왜냐하면 우리 농업이 희생될 게 없으니까 기계 부품만 보완을 하고 중국에도 그것을 요구하려고 했다. 농업이 문제가되겠지만 중국은 높은 수준의 FTA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중국과는 중간 수준의 FTA를 하면 우리 농업도 보호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었다.

동북아시대위의 전략은 러시아하고는 세파(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포괄적 경제협력협정)를 하는 것이었다. 세파라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국가가 아니어서 일종의 사전 FTA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러시아와 한국은 부닥칠 것이 없다. 아주 좋은 FTA 상대다. 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 TKR(한반도종단철도)를 연계할 이유도 확 생기고 전략적으로도 아주 중요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러시아와 세파를 해오기는 했다. 그러면 러시아-일본-한국-아세안을 연결하는 중간지대가 생기고 이것을 놓고 중국과 미국이 경쟁하게 된다. 이미 한 무역지대이기 때문에 서로 좋은 조건을 내서 FTA 맺으려고 할 거 아니냐. 그게 우리의 FTA 전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5년 10월에 한미 FTA가 등장한 것이다."

- 참여정부의 동북아중심국가론과도 맞지 않는데.
"동북아 중심국가론과 완전히 어긋난다."

- 정부 출범 초기 동북아중심국가론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작년 후반부터 그 용어가 사라렸다.
"나하고 이정우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뒤 (청와대가) 친미로 가버렸다.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친미로 돌아섰다. 지금 청와대의 경제관련 비서관은 거의 전부 재경부 출신이다. 황덕순 박사가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차별시정위에 있어서 경제정책에는 개입할 수 없다. 현재 통상교섭라인이 모두 친미개방론자다."

- 참여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여러 운동단체들에서 전략적 유연성 등과 FTA를 묶어서 하나의 전략으로 보는데…. 미국 쪽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외교통상부는 안보동맹에 이어 경제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보 문제 등과 관련되어서 한미 FTA가 추진되지 않았다. 내가 추적해봤는데 NSC의 개입 흔적이 없다. 한미 FTA에 관련해서 통상교섭본부하고 NSC가 단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간 거다."

- 오히려 그게 더 문제 아니냐?
"그게 더 문제다. 북핵 문제 등 뭔가 양보라도 얻어냈을텐데 그것도 없으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요건을 들어줬다. 한반도의 경제·안보에 중요한 사안인데….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한 것이다. 로드맵을 거꾸로 간 것이다. 이 스크린쿼터 축소, 의약가 조정문제, 자동차 배기량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4개는 각 부처가 다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불과 4개월사이에 다 풀어버렸다. 이것은 대통령의 뜻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력하니 각 부처가 반발도 못하고 풀어준 것이다. 이게 우리가 원해서 했다는 건데 미국의 압력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미쳐서 FTA를 서두르느라 협상의 대상을 미리 다 타결해주고 들어간 것이다."

-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한미 FTA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는 '새는 좌우로 날개로 난다'는 리영희 선생의 책 제목을 인용하던데…. 그런데 이 새는 왼쪽 날개가 올라가면 오른쪽 날개가 내려가는 새다. 한미 FTA를 높은 수준으로 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양극화 해소를 하려면 국채를 발행하든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모순된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쓰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통합을 위한 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증세를 못할 것이다. 결국 통상교섭본부의 한건주의다. 노 대통령도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 느닷없는 한미 FTA 발표에 '뒤통수 치기'라는 비판이 많다.
"우리나라는 정말 비밀주의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보고서도 다 걷어간다고 들었다. 미 USTR의 전략은 우리가 다 안다. 홈페이지에 관련 문서가 떠있고 의회에 보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것은 하나도 없다. 전략이 없는 것이다."

- 한미 FTA에 대해서 중국의 반응이 영 떨떠름 할 것 같은데.
"한미 FTA는 처음부터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중국 포위론이다. 그런 외교적 고려 없이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 FTA를 안보동맹에 이은 경제동맹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발표는 안 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그동안 해놓은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해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완전히 바보짓을 하고 있다. 경제 수치상으로도 손해이고 공공성도 파괴되고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얻는 것 하나 없이 엄청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이다."

"참여정부에 친미 견제세력이 없어진 것은 사실"

▲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참여정부는 시스템을 강조해왔는데 어째서 소수에 의사 결정이 집중되나?
"현재 통상교섭본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원래는 재경부·산자부·농수산부·문화관광부 등의 1급들이 모이는 회의를 만들어 조정을 했다. 그런데 실무기획단을 없애버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노 대통령에 직접 보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에 견제할 세력이 없다. 산자부나 농림부·문화관광부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견제장치가 싹 없어진 것이다."

원래 대통령은 경제에는 자신이 없으니까 개혁파와 관료들 의견을 다 들었다. 그러나 이정우-이동걸(전 금감위 부위원장)-정태인 등이 물러나면서 견제가 없어진 것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그만 둬서 재경부를 견제할 데가 하나도 없다. 친미주의를 견제할 사람이 전혀 없다"

- 미국에 대한 노 대통령의 관점이 변한 것 아닌가.
"그건 모르겠지만 친미 견제세력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일변도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다. 참여정부 초창기까지만 해도 유럽 쪽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금은 한미 FTA 한다는 것은 한국을 미국화한다는 것이다."

- 그럼 이 때문에 대통령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인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게 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중요 이슈를 USTR 수준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 FTA에 제동걸 수 있는 곳은 국회밖에 없다.

방법은 질질 끄는 거다.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하면 문제된다. 하나하나 이슈를 공개하고 국회에서 토론하고 합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공개와 국민적 토론이 제일 중요하다. 한중 FTA는 민간 연구만 진행되고 있는데 한단계 높여 민관합동연구로 격상시켜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한일 FTA도 재개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한미 FTA보다 한일 FTA가 빨리 되고 한러 세파가 먼저 된 다음에 중간지대를 만들어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캐스팅 보트역할을 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정확히 균형만 잘 잡아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게 진정한 균형자론이다. 어느 편도 들면 안되고 양쪽이 맞서게 만드는 거지. 일본이 미국에 붙어 있는데 한국마저 미국에 붙으면 중국이 당연히 위협을 느끼고 자기선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 대통령이 균형을 잃게 한 책임은 누구인가.
"대통령 자신이다. 정권을 잃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거지. 한나라당이 주장해야 하는 걸 개혁정부라는 참여정부가 이걸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대통령과 이 문제를 가지고 직접 얘기해보지 않았나?
"내가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원래는 한미 FTA 반대론자인 나-이정우 정책실장, 찬성론자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김현종 본부장이 나와서 토론하는 걸 보고 대통령이 판단하길 원했다. 그런데 나-이정우-문성근-이창동-안희정 등 반대론자들만 불렀다.

그 이유는 너희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내가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한겨레>가 기사를 쓰니까 청와대에서 3주년 기념행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해 마지노선을 만들긴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너무 세게 거니 GDP 7.7% 성장이라는 엉터리 통계가 나오고 각 부처에서 장밋빛으로 포장해서 내놓는다. 가령 원래 예측이라는 것이 범위가 있다. 예를 들어 10~20% 나오면 20%만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의 드라이브가 조직으로 하여금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한다."

- 정부는 반발하는 농민들을 일부의 집단 이기주의로 보고 있다.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다. 이미 계속 그렇게 해왔지만…. 심지어 노사모마저 한미 FTA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FTA는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다. 개혁을 하고 싶은데 안되니까 갑갑한 마음에 대연정을 통해 적과 동침하려다가 거절당해서 망신을 당했고, 이번 한미 FTA는 정말 엄청난 적과 손을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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