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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우리 안에 3마리씩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2005년 3월 현재
ⓒ 동물보호연합
인천 산곡동 천마산 일대에서 개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두고 키운다는 제보에 지난 20일 동물단체 대표들이 현장을 찾았다. 산 언덕 군데군데 개들이 묶인 채 방치되어 있었고 공사가 진행 중인 공터 건너편에는 좁은 우리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옴짝달싹 못한 채 갇혀 있었다는 것.

▲ 2005년 행정대집행으로 관리소측이 마련한 우리의 모습. 좁은 공간에 3-4마리씩 구겨져 있다.
ⓒ 개주인 이모씨 제공
사건은 2005년 11월 인천 동부공원관리사업소가 산곡동 천마산 안에서 개농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 이아무개씨의 견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면서 비롯되었다. 관리소는 인천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백마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2000년부터 이씨의 견사 철거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원 조성에 따른 보상금으로 2001년부터 인천시에서 이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400여만 원.

사실 확인을 위해 22일 관리소와 면담했다. 관리소 측은 "2000년부터 주거이전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본인이 각서를 여러 번 썼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행정대집행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법상 행정대집행을 할 때의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씨가 그 돈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관리소 측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회에서 결정된 예산 안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행정기관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 행정대집행 이전 견사의 모습.
ⓒ 개주인 이모씨 제공

이씨쪽 얘기를 듣기 위해 23일 오전 사육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은 달랐다.

▲ 2005년 11월 행정대집행 당시
ⓒ 개주인 이모씨 제공
"견사 이전시 무리한 행정집행으로 이동식 견사를 모두 부쉈다. 게다가 좁은 견사 안에 개들을 무수히 집어넣는 바람에 서로 싸우는 개들이 발생, 일부는 빼서 옆에 묶어 둘 수밖에 없었다. 행정집행으로 들어간 돈과 새로 견사를 지어야 할 돈을 마련한다는 게 현재로선 무리이다."

그러나 관리소 쪽은 현장에서 이동식 견사라고 불리는 것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빠른 행정집행을 위해서 부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부순 견사는 폐기처리되었고 이전 견사가 있던 자리는 공사중이라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

빠르고 효율적인 행정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관리소측과 사적 재산에 대한 훼손에 억울해하는 개주인의 주장.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그들의 호소 어디에도 생명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 일부 개들은 산 속 나무에 묶여 방치되어 있다. 2006년 3월 현재
ⓒ 동물보호연합
개들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인천수의사협회장 허주형 원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허주형 원장은 "우선 뚜렷이 보이는 증상은 피부병이다. 모낭충과 옴, 곰팡이성 피부병이 특히 심한데 이 병들은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는 병이므로 주의를 요하는 것이다. 또 좁은 우리 안에 갇힌 개들 중 일부는 축축한 바닥의 습기 때문에 피부가 짓무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피부 괴사증에 걸려 있다. 게다가 못에 찔린 상처도 곳곳에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또 "개들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는 좁은 우리와 부족한 영양상태 때문에 일어난다. 일부 개들은 자기 몸이나 다른 강아지를 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개들의 심리적 상태가 극도로 불안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활동성이 많은 개의 경우 한 마리당 10평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콜로라도주 유기견 보호소 규정에는 체장(코끝~꼬리 시작점) 60cm, 체고(바닥~어깨) 40cm인 개 한 마리의 경우 4.13평의 공간을 내주도록 되어 있다.(<한겨레21> 2005년 8월 4일자 기사 참조).

▲ 정신적 불안감으로 옆의 동물을 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
ⓒ 동물보호연합
동물단체들은 인천 장수동 개농장 사건에 이어 산곡동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 상태. 동물단체들은 "이러한 끔찍하고 경악스러운 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것은 전국 대부분 개농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반려동물인 개를 식용화하는 관습이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심각한 학대를 받는 피학대 동물들에게 압수권은 사유재산과의 충돌 소지가 있으므로 긴급피난권 등이 동물보호법에 마련되어 임시보호조치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이번 산곡동 사건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인천시와 공원관리사업소가 개주인 이씨에게 계고장과 대집행 영장을 발송하고 난 후에 임시부지와 시설을 확보, 개들을 옮겨 치료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 2006년 3월 현재 좁은 우리의 모습
ⓒ 동물보호연합
성공회대 이필렬 교수는 '생명과 환경'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에게 물을 먹여 도살한 정육업자는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해서 처벌받고 소비자들도 자신이 먹은 소고기가 더러운 물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분노한다. 하지만 이들 누구도 실핏줄이 터지기 전까지 억지로 물을 먹여야 하는 소들의 고통에 분노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신의 주장과 입장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말이 없다. 하지만 말이 없다고 그들에게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고통은 인간이 풀어야 하지 않을까?

▲ 대부분은 몸을 펴지도 못한 채 움츠리고 있다. 2006년 3월 현재
ⓒ 동물보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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