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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과연 이성과 진실의 편에 제대로 서고자 했던가."
"지역언론의 보도윤리 정립이 시급하다."

이성과 진실의 편에서 언론이 제 기능을 다 수행했는지 냉철하게 반추하며 뼈아픈 자성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지나친 유추일까.

황우석 신화의 몰락은 저널리즘의 본연을 다시 한번 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 곧 진실이 가려지는 찰나였음에도 언론은 광기와 흥분의 도가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의제설정권의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구태를 다시 한번 보여 호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들끓었다가 곧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믿고 금세 요리하려는 '냄비저널리즘'의 관행이 아직도 언론계 내부를 지배하고 있음이 이번 황 교수 사태에서 다시 나타났다. 일부 건강한 언론매체들이 이를 묵과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추악한 저널리즘과 온갖 센세이셔널리즘이 더 동원될 뻔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수신문들, 의제설정 헤게모니 다툼이 부른 참담한 결과

특히 보수신문들은 언론사의 방향성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달리 틀 짓고 쉽게 흥분하며 요란을 떨다가 정책을 비판하며 슬그머니 발톱을 감추는 식의 보도행태를 유감없이 보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초기 황 교수 팀의 연구 성과를 앞 다퉈 보도했던 '발표저널리즘'은 과열된 속보경쟁으로 '경마저널리즘'으로 치닫더니 '국민적 영웅'과 '황우석 신화' 만들기 경쟁은 급기야 일거수일투족을 미화시킴으로써 '치어리더저널리즘'의 형태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과점, 보수신문들은 취재윤리 문제로 MBC PD수첩이 수세로 몰리게 되자 일제히 발톱을 세우며 한 언론사를 향해 집단 공격하는 형태가 마치 '린치저널리즘' 또는 '하이에나저널리즘'까지 보여줬다.

'생명과 윤리문제는 인기나 포퓰리즘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는 신중론이 언론계 내부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방송사를 겨냥한 비이성적인 비난과 한 교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영락없는 '갈퀴저널리즘'을 보는 듯했다.

"우리나라의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을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하고 있다"며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 <프레시안> 등 특정매체를 지칭하면서 '보통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꾼'으로 폄훼했던 <조선일보>의 칼럼은 누구라도 한번 걸렸다 하면 가차 없이 뭇매를 가하면서 여론의 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가차저널리즘'적인 단면까지 내비쳤다.

"우리는 과연 이성과 진실의 편에 제대로 서고자 했던가?" 자성 돋보여

'황우석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도 고비마다 초점을 흐리고 말았다는 언론단체의 비판을 받아 온 조중동은 소극적으로 사태의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다는 또 다른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향신문>은 24일 '언론의 본연을 되새긴다'의 사설에서 "우리 신문은 과연 이성과 진실의 편에 제대로 서고자 성찰했던가.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할 수가 없다"는 자성을 다짐해 대별되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이 최근 한 달여 동안 집중조명을 받아 오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수시로 논란이 반전되었지만 논조는 마치 색깔을 드러내듯 천차만별을 이뤄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지역의 일부 종이신문들은 중앙의 주류매체들의 의제를 쫓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영웅과 우상', '파천황적 성과', '노벨상에 근접한 세계적인 과학자'라며 황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설에 담아 신화 만들기에 주력해 온 중앙의 보수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 일간지들은 이제 와선 애써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라며 꼬리를 내리며 광기를 자제하려는 중앙의 보수신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처럼 '황우석 보도'가 중앙에선 보수와 진보, 주류매체와 인터넷매체로 크게 대별된 가운데 지역에서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대규모 광역도시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은 적극적으로 의제를 다뤄왔다.

'황우석 의제' 쫓던 지역 일간지들, "허탈하고 통분하다"

군소도시 지역 일간지들은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해 왔다. 또 시시각각 의제가 돌변하거나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인터넷신문 등 세 부류로 나뉘었다.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보도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지역 일간지들 가운데 <부산일보>는 24일 '황우석 충격 딛고 자시 일어서야 한다'는 사설에서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 말고는 뭐라고 달리 우리들의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표현했다. "의혹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럴수록 생명공학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어선 안 된다"며 여운을 남겼다.

<국제신문>도 이날 사설 '황교수 사건, 생살을 도려내더라도'에서 "허탈하고 통분하다"며 "정부와 학계, 언론을 포함한 한국사회 전체가 이 사태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애써 결론지음으로써 그동안 흥분돼왔던 의제와는 다른 모습을 내비쳤다.

<영남일보>도 사설 '황우석 신화의 몰락이 남긴 교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라며 "황 교수 사태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표현했다.

<매일신문>은 사설 대신 '교수사회 논문표절 도용 전에도 많아'라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지역 학계의 논문 표절 도용 사례를 들며 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에 관심을 돌리기도 했다.

그동안 황우석 사태와 관련한 의제를 사설에서 많이 다룬 <광주일보> 역시 23일 '한국의 생명공학 후퇴해선 안 된다'는 사설에서 "비록 황 교수는 몰락했지만 연구를 계속해 생명공학이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황 교수 교향인 대전 충남지역의 지역 일간지들의 아쉬움과 미련은 사설에서 더욱 절절해 보였다.

<대전일보>는 24일 사설 '줄기세포 사태가 황 교수 혼자 책임인가'에서 "비록 논문문제가 발생했지만 황 교수의 젓가락 손 기술은 아직도 국제 과학계가 인정하고 있다"면서 " 잘잘못은 당연히 짚어야 하지만 이번 사태를 황 교수 혼자만의 잘못으로 치부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인터넷신문, "지역 언론사들의 보도윤리 정립 시급" 주장

<중도일보> 역시 이날 사설 '그래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사설에서 "노벨상에 근접한 세계적 과학자가 과학을 더럽힌 거짓말쟁이로 추락하는 오늘은 비통하고 참담하다"며 그러나 "꾸준한 지원으로 세계가 찬탄할 연구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만이 논문조작 파문이 몰고 온 패닉상태를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번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강원, 전북, 제주지역의 일간지들은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는 별다른 논조를 드러내지 않았다.

지역현안을 주된 사설의제로 채택하는 대신 중간자적 입장에서 관망해 온 이들 지역 일간지들은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지역의 일간지들과는 의제설정의 취향이 다름을 이번 황 교수사태에서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지역일간지 중 '미디어'면을 운영해 온 <경남도민일보>는 줄기세포 논란의 윤리적용 잣대가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등 한점 의혹 없는 진실규명을 거듭 촉구하는 사설과 칼럼들을 초지일관 게재함으로써 차별성을 보였다.

또한 지역의 인터넷신문들 가운데 몇몇은 이번 황 교수 파문과 관련해 주류언론사들의 과열된 보도경쟁과 문제점들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

광주지역 인터넷신문인 <시민의 소리>는 최근 '언론의 파시즘이 부른 끔찍한 결말'의 기사에서 "줄기세포 논란을 다룬 지역 일간지들의 보도행태가 실체 접근보다는 네티즌 선동에만 열중하는 등 엇갈린 윤리잣대를 적용했다"며 혹독한 비평을 가해 시선을 끌었다.

"지역 언론사들의 보도윤리 정립이 시급하다"란 제목의 이 기사는 <광주일보>와 <전남일보>의 최근 사설을 예로 들면서 "PD수첩에 가했던 언론윤리는 YTN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점을 못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또 대구지역의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생명과 윤리는 인기나 여론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었다"며 "언론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는 언론단체의 성명을 줄곧 부각시켜옴으로써 종이신문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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